충남 서천에서 태어난 소녀는 평소 운동에 큰 관심이 없었다. 중학교 때까지 다른 친구들처럼 평범하게 성장했다. 고등학교에 진학했을 때 학교 선생님의 권유로 운동을 시작하게 됐고 접했던 종목은 생소했다. 현재 국가대표가 된 심수연(27, 부산환경공단)은 서천여고 1학년 때 세팍타크로와 첫 만남을 가졌다.
자신은 세팍타크로에 전혀 몰랐지만 아버지는 알고 있었다. 뒤늦게 운동선수의 길을 걷기 시작한 딸이 승전보를 전해올 때마다 가장 기뻐했던 이는 부모님이었다. 자신의 선전에 누구보다 기뻐해준 아버지의 미소를 본 심수연은 세팍타크로에 열정을 쏟았다.
그 결과 국가대표로 발탁됐다. 특히 지난해 열린 인천아시안게임은 세팍타크로대표팀의 최종 목표였다. 동남아국가에서 성행하는 세팍타크로는 올림픽 정식 종목으로 채택되지 못했다. 이 종목에서 땀을 흘리고 있는 선수들의 가장 높은 고지는 올림픽이 아닌 아시안게임과 킹스컵대회(세계선수권)다.
인천아시안게임은 국내에서 열린 대회였기 때문에 기대가 남달랐다. 세팍타크로 국제대회는 종주국인 태국과 말레이시아 그리고 인도네시아 등 동남아 국가에서 주로 개최됐다. 주로 원정경기를 많이 다녔기 때문에 홈 관중들의 뜨거운 응원은 낯설었다.
이런 '애정결핍'을 날려버릴 기회가 왔다. 가장 큰 대회인 아시안게임이 인천에서 열리기 때문이다. 포지션이 테콩인 심수연은 3인제 레구 종목에 출전했다. 국내는 물론 세계적인 테콩인 이진희(28, 경남체육회)가 버티고 있었기 때문에 심수연은 주전으로 나서지 못했다. 이진희는 역동적인 킥에서 나오는 강서브가 일품이다. 심수연은 이진희처럼 강한 서브를 갖추지 못했지만 다른 장점이 있었다. 국내 정상급의 리시브와 수비 능력을 갖춘 그는 대표팀 최고 수비수였다.
수비가 중요한 시점에서 교체 투입된 심수연은 상대의 강서브와 공격을 막아냈다. 하나로 뭉친 선수들의 팀워크가 힘을 발휘한 레구 여자대표팀은 결승에 진출했다. 금메달을 놓고 맞붙은 상대는 세계 최강 태국. 쉽지 않은 경기였지만 평생에 한 번 올까말까 한 기회를 놓칠 수 없었다.
결과는 은메달 획득. 그러나 후회는 없었다. 결승전이 열린 부천체육관을 가득 채운 팬들의 응원을 받았기 때문이다.
"당시 응원해 주시는 분들을 보며 눈물이 날 뻔 했어요. 우리 선수들 다 마찬가지였습니다. 어디서도 받을 수 없는 경험을 했기 때문이죠. 그동안 외국에서 상대 편을 응원하는 분위기에만 익숙했는데 지금은 모두 저희만 응원해주시러 온 것을 생각하니 가슴 벅찼어요. 결과는 아쉬움이 남았죠. 이거 하나만 바라보고 왔는데…"
당시 경기장에는 딸을 가장 응원해주던 아버지가 없었다. 비록 금메달이 아닌 은메달이라도 가장 기뻐해주셨을 아버지가 보이지 않았다.
심수연의 아버지는 이미 운명을 달리 했다. 아시안게임이 열리기 전인 지난해 8월. 마음속으로 딸을 가장 성원해준 아버지는 암으로 세상을 떠났다. 큰 슬픔이 밀려왔지만 아버지의 영전을 생각하면 약해질 수 없었다.
차분한 말투와 밝은 웃음으로 이야기꽃을 피웠던 심수연의 눈가에는 눈물이 가득 찼다. 비록 아시안게임 금메달 획득의 꿈을 이루지 못했지만 이대로 끝낼 수 없다. 심수연은 오는 23일부터 전북 군산에서 열리는 '세계 세팍타크로 슈퍼시리즈 최종전' 엔트리에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 하지만 다음달 태국 방콕에서 열리는 킹스컵을 대비하고 있다.
민승기(45, 대구광역시체육회) 여자대표팀 감독은 "(심)수연이는 주관이 뚜렷하고 매사에 열심히 한다. 또한 리시브와 수비 능력은 국내 최고 수준"이라고 평가했다. 빼어난 외모에 조곤조곤한 말투를 가진 심수연은 코트에 들어서면 눈빛이 달라진다. 좋은 성적을 올리는 것은 물론 더 많은 이들에게 세팍타크로를 알리는 것이 그의 소망이다.
"예전보다는 많은 분들이 세팍타크로를 알고 계셨습니다. 이 종목을 전혀 모르시면 처음부터 설명을 해야 되잖아요.(웃음) 하지만 이제는 그런 일이 줄어들고 있어요.(웃음)"
[사진] 심수연 ⓒ SPOTV NEWS 한희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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