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진욱 KT 위즈 전 감독 ⓒ 곽혜미 기자
[스포티비뉴스=김민경 기자] KT 위즈 김진욱 감독이 18일 성적 부진 책임을 지고 스스로 물러났다. KT는 올해 59승 3무 82패 승률 0.418 9위로 시즌을 마무리했다. 꼴찌는 피했지만, 만족할 만한 결과는 아니었다.

KT는 김 감독이 자진 사퇴의 뜻을 밝히고 떠났다고 알리며 팀에는 여전히 남는다고 했다. 기술 자문으로 선임해 앞으로 KT가 나아갈 방향을 물을 계획이라고 밝혔다. 김 감독이 계약 기간을 1년 남기고 지휘봉을 내려놓는 상황에서 기술 자문이라는 없던 보직을 마련해 예우하는 뉘앙스를 풍겼다. 

늘 그렇듯 그럴듯한 포장은 오래가지 못했다. 김 감독은 기술 자문 제안을 고사했다. 전임 감독이 팀에 남아 있으면 신임 단장과 감독에게 짐이 된다는 생각이 확고했다. 아울러 잠시 현장을 떠나 있고 싶다는 생각이 컸다. 김 감독은 "지금은 다 내려놓고 쉬고 싶다. 그래야 숨이라도 쉬어질 거 같다"고 털어놨다. 

KT는 김 감독과 논의를 마치지 못한 내용을 보도 자료로 내고 공식화 했다. KT 측은 이와 관련해 "감독님께서 오해를 하신 거 같다. 기술 자문은 고문과 비슷한 개념으로 보면 되는데, 감독님께서는 현장에 관여하는 자리로 생각하신 거 같다"고 설명했다. 구단과 김 감독 사이에 소통이 원활하지 못했다고 볼 수 있는데, 오해가 있었다 해도 구단이 섣불리 움직였다는 인상이 진하게 남는다.    

김 감독은 물러나는 순간까지 KT를 생각했다. 먼저 "사람은 지나고 보면 모든 게 아쉽다. 더 좋은 결과를 만들었어도 아쉬운 점은 있을 거다. 팀 컬러가 조금씩 변하고 발전한 점도 있었지만, 어쨌든 감독은 성적에 책임져야 하는 자리다. 성적을 내지 못했으니까 당연히 내 잘못"이라고 강조했다. 

2시즌 동안 동고동락한 선수들에게 마지막 인사도 잊지 않았다. 김 감독은 "선수들은 누구보다 내가 하고자 하는 걸 많이 이해했다. 나는 늘 야구는 선수가 한다고 이야기하는 사람이다. 나와 함께한 2년이 선수 개개인이 발전하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고 이야기했다.

이어 "늘 그렇다. 두산에 있었을 때도 그렇고 헤어지고 나면 늘 (선수들이) 눈에 밟힌다. 우리 선수들이 어떻게 하는지 늘 관심을 두고 있고, 적적할 때 가끔 전화가 오면 위로하고 격려하는 건 언제든지 해줄 수 있다. 우리 선수들이 조금 더 좋은 환경에서 할 수 있게 못 만들어줘서 미안하다. 좋은 선수들이 더 발전할 수 있게 음으로 양으로 돕고 싶다"고 덧붙였다. 
 
김 감독은 평소 그의 성품처럼 젠틀하게 퇴장하고 싶어 했다. 시즌 막바지 감독 교체설이 퍼질 무렵부터 책임을 져야겠다는 생각을 해왔다고 했다. 시즌을 마치고 생각을 정리하기 위해 잠시 여행을 다녀왔고, 깔끔하게 물러나겠다는 뜻을 구단에 전달했다.  

KT의 어설픈 뒤처리가 그래서 더 아쉽다. 아름다운 이별을 그리다 서로 껄끄러운 상황에 놓였다. 구단보다 떠나는 이의 마음을 조금 더 배려했다면 어땠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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