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포티비뉴스=대전, 한희재 기자] 한화 이글스와 넥센 히어로즈의 2018 KBO리그 준플레이오프 1차전이 19일 오후 대전 한화생명이글스파크에서 열렸다. 4회초 무사 2루, 넥센 박병호가 한화 선발투수 헤일에게 선제 투런포를 날린 후 득점주자 샌즈와 하이파이브를 하고 있다.
[스포티비뉴스=정철우 기자]넥센 박병호는 와일드카드 결정전부터 준플레이오프 1차전까지 단 1개의 안타를 치는데 그쳤다.

하지만 타석에서 포스는 그 이상의 무언가를 보여 줬다. 안타를 치지 못한다 해도 박병호를 쉽게 볼 수 없는 이유가 있기 때문이다.

박병호는 19일 대전 한화 생명 이글스 파크에서 열린 한화와 준플레이오프 1차전에서 4회 좌월 투런 홈런을 때려 냈다. 이날 경기의 결승타였다.

호투하던 한화 선발 헤일의 빠른 공을 받아쳐 왼쪽 담장을 훌쩍 넘겨 버렸다.

홈런이 되지 않았으면 오히려 이상할 타구였다. 타구 스피드는 시속 166km가 찍혔고 발사 각도는 26도를 형성했다. 장타가 가장 많이 나오는 타구 스피드와 발사 각도를 이루며 큼지막한 타구로 이어졌다.

그러나 박병호의 무서움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반드시 잘 맞고 좋은 각도를 이뤄야만 좋은 결과를 만들어 내는 타자가 아니기 때문이다.

흔히 '스치기만 해도 장타'라는 표현을 쓸 수 있는 몇 안되는 타자 중 한 명이다. 두 경기에서 안타는 하나뿐이었지만 박병호에 대한 경계를 늦출수 없는 이유다.

좋은 발사 각도는 좋은 타구를 만드는 가장 중요한 요소다. 발사 각도가 너무 높거나 낮아도 안타가 될 확률이 떨어진다.

박병호는 다르다. 타구가 너무 떴다 싶은 타구도 안타로 만들어 낼 수 있는 능력을 지녔다. 그가 슬럼프에 빠져 있다 해도 언제든 한 방이 두려울 수 밖에 없는 이유다.

박병호의 타구 발사 각도별 타율을 분석한 데이터다. 박병호는 다른 타자들과 마찬가지로 11도에서 30도 사이 발사각에서 좋은 타율을 기록했다.

11도에서 20도 사이에 인플레이 타구 타율은 8할7푼9리나 됐고 21도에서 30도 사이 발사각에서도 7할6리의 고타율을 기록했다.

중요한 건 그다음이다. 박병호는 상대적으로 안타를 만들기 어려운 31도에서 40도 구간에서 4할5푼5리의 고타율을 기록했다.

타구가 일단 뜨기 시작하면 안타가 될 확률이 높아졌다는 걸 뜻한다. 보통 타자들의 힘이라면 31도에서 40도는 너무 높게 뜬 타구를 의미한다. 너무 높게 뜬 타구는 비거리가 줄어들 수 밖에 없다. 결국 좋은 타구를 만들기 어렵다. 하지만 박병호는 이 구간에서도 4할대의 좋은 타율을 기록했다.

KBO 리그 평균 31도에서 40도 사이 발사각의 인플레이 타구 타율은 2할7푼1리에 불과하다. 그만큼 좋은 타구를 만들기 어려웠다는 사실을 뜻한다. 타자가 좋은 컨디션이 아니면 좋은 결과를 만들기 어려움을 뜻한다.

하지만 박병호는 이 구간에서도 강점을 이어 갔다. 박병호가 좋은 컨디션이 아닌 탓에 좋은 발사각으로 타구를 보내지 못한다 하더라도 결과적으로는 좋은 결과가 나올 수 있다는 걸 뜻한다.

게다가 41도 이상의 타구에선 사실상 안타를 기대하기 힘들다. 너무 높게 떠 외야수에게 걸릴 확률이 높아진다.

하지만 박병호는 이 구간에서도 2할1푼7리를 기록했다. 낮아 보이지만 절대 낮은 수치가 아니다. KBO 리그의 41도 이상 타구 평균 타율은 6푼1리에 불과하다. 박병호는 그보다 2할 이상의 타율을 이 구간에서 기록했다.

타고난 파워가 뒷받침되다 보니 이상적이지 않은 발사각의 타구가 안타가 될 확률도 그만큼 높았다는 걸 뜻한다. 그렇게 떠서 날아가다 보면 홈런이 되는 타구도 나오게 마련이다.

박병호는 홈런 타구의 비거리면에서 국내 리그 1위의 기록을 나타냈다. 괴력의 사나이로 불리는 로맥보다도 먼 홈런 타구 비거리를 기록했다. 비거리로만 놓고 보면 홈런왕 김재환을 넘어선다. 어느 구장에서도 홈런 타구를 만들 수 있는 파워를 갖고 있다는 뜻이다.

또한 좋지 않은 타격 컨디션 속에서도 언제든 큰 것 한 방을 날릴 수 있는 타자라는 것도 증명해 보였다.

포스트시즌 처럼 큰 경기에서는 이런 타자들에 대한 경계심이 더욱 높아질 수 밖에 없다. 100%의 힘과 각도가 아니어도 큰 타구를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그동안 숱하게 치러 온 넥센의 포스트시즌이 '박병호 시리즈'로 이름 붙여졌던 이유다. 박병호를 완벽하게 막을 수 있느냐 없느냐는 시리즈의 향방을 가를 중요한 잣대가 된다. 빗맞아도 넘길 수 있는 박병호의 파워를 한화가 얼마나 막아 낼 수 있는지 또한 준플레이오프의 성패를 결정한 중요한 포인트가 될 것이다.

한화는 '박병호 시리즈'를 막아 낼 수 있을까. 첫 판을 내준 뒤 맞게 될 이후 승부의 중요한 체크 포인트다.  

저작권자 © SPOTV NEWS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