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광현은 높은 피안타율에도 불구하고 '삼진'의 힘으로 위기에서 탈출하고 있다 ⓒSK와이번스
[스포티비뉴스=수원, 김태우 기자] SK 에이스 김광현(31)은 시즌 출발이 아주 깔끔하다고는 볼 수 없다. 나쁘지 않은 평균자책점(3.40)과는 별개로 피안타율(.325)이 지나치게 높다. 운이 따르지 않은 타구가 있다 해도 기록은 기록이다.

김광현은 27일까지 시즌 7경기에서 39⅔이닝을 던졌다. 여기서 무려 53개의 안타를 맞았다. 이닝당 1.3개꼴이다. 지난해 136이닝에서 피안타는 125개로 이닝당 1개가 안 됐다. 물론 “볼넷을 줄 바에는 안타를 맞겠다”는 기본 투구 패턴에서 4사구가 확실히 줄었다는 점은 긍정적이지만, 그렇다 해도 확실히 피안타율이 비정상적으로 상승했다.

그런데도 김광현이 무너지지 않는 것은 압도적인 탈삼진 능력이다. 김광현은 39⅔이닝에서 무려 47개의 삼진을 잡아내며 이 부문 1위를 달리고 있다. 2위권과의 격차를 조금씩 벌리고 있는 양상도 눈에 들어온다. 당장 27일 수원 kt전에서는 5이닝 동안 5피안타 2볼넷을 기록했으나 위기 상황에서 8개의 삼진을 잡아내며 무실점으로 버텼다. 지금 페이스라면 200탈삼진도 가능하다.

김광현은 원래 삼진을 잘 잡는 투수다. 150㎞에 이르는 패스트볼과 리그 최정상급 위력을 가진 슬라이더로 타자들을 쓰러뜨린다. 하지만 그런 김광현의 경력에서도 올해 탈삼진 페이스는 주목할 만하다. 김광현의 올해 9이닝당 탈삼진 개수(K/9)는 10.66개다. 이 수치에서 경력 최고였던 지난해(8.60개)보다 무려 2개나 늘었다. 리그 전체를 따져도 1위다. 규정이닝을 채운 선발투수 중 K/9가 10개를 넘는 선수는 김광현과 저스틴 헤일리(삼성·10.63개) 뿐이다.

시즌을 넘어 KBO 역사를 통틀어도 정상급 수치다. 국내 선수 중 역대 이 부문 최고치(규정이닝 소화 기준)는 1996년 구대성(한화·11.85개)이 가지고 있다. 2위는 1993년 선동열(해태·11.68개)이다. 두 선수는 당대를 풍미한 최고 선수들이었다. 다만 당시 김광현처럼 전업 선발은 아니었다. K/9가 10개를 넘긴 국내 선수는 2012년 류현진(한화·10.35개)과 2015년 차우찬(당시 삼성·10.09개)까지 4명밖에 없다. 올해 김광현이 이 클럽 가세를 노린다.

▲ 커브와 스플리터를 추가로 장착한 김광현은 2S 상황에서 꺼내들 수 있는 카드가 많아졌다 ⓒSK와이번스
기본적인 구위는 살아있다는 의미다. 단지 시즌 초반 제구가 조금 되지 않았을 뿐이다. 김광현은 27일 수원 kt전에서 승리를 따낸 뒤 “다른 구종 개발이 슬라이더 감에 영향을 미쳤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차이가 없다. 다만 공인구가 미세하게 커지면서 슬라이더 제구에 다소 어려움을 겪고 있는데 점차 적응이 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반대로 레퍼토리 추가에는 만족감을 드러냈다.

김광현의 급등한 K/9 수치를 가장 합리적으로 설명할 수 있는 부분이다. 김광현은 패스트볼과 슬라이더, 투피치 유형의 선수였다. 좌우타자를 가리지 않는 슬라이더 하나로 리그를 평정했다. 두 구종의 합계 의존도가 항상 80%를 넘겼다. 그러나 점차 상대가 분석하고 들어오면서 다른 구종 개발 욕심이 커졌다. 나이가 들면 지금처럼 강속구를 던지기 어렵다는 생각도 있었다. 여러 구종을 실험한 김광현은 몇 년 전부터 커브를 던지고 있고, 근래에는 투심성 스플리터를 가지고 나왔다.

특히 올해는 커브가 효자다. 110㎞대에 큰 낙차를 가진 정통 커브가 스트라이크존 아래로 뚝 떨어지며 헛스윙을 유도한다. 27일에도 패스트볼·슬라이더에 포커스를 맞췄던 kt 타자들은 김광현의 커브에 갈피를 잡지 못했다. 김광현에 강했던 kt 타자들이지만, 낯선 ‘커브’에는 대비가 되어 있지 않았던 것이다. 김광현이 kt 악연을 탈출할 수 있었던 결정적인 요소였다.

김광현은 경기 후 “커브는 이제 2S에서도 결정구로 쓸 수 있다. 초구에 스트라이크를 잡기 위해 활용할 수도 있다”고 강한 자신감을 드러냈다. 실제 김광현의 커브는 올해 피안타율이 1할7푼4리에 불과하고, 2S 이후 구사율도 지난해 11.4%에서 올해 16.8%로 높아졌다. 게다가 스플리터까지 스트라이크존에 들어가니 생각할 것이 많아졌다.

타자들은 네 가지 구종을 모두 대처할 수 없다. 특히 슬라이더와 커브를 동시에 준비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때문에 타자들은 구사 비율이 높은 패스트볼이나 슬라이더를 노리는 게 합리적인 선택이다. 하지만 커브와 스플리터는 대비가 어렵다. 투수로서는 유리한 카운트에서 삼진 가능성이 그만큼 커진다. 김광현의 탈삼진 행진이 이어질 것이라 예상 가능한 이유다. 이제 패스트볼·슬라이더 제구를 잡아 피안타율을 낮추는 일만이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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