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티비뉴스=김민경 기자] "올해는 일찍부터 잘 치고 싶었는데…."

오재일(32, 두산 베어스)의 목소리에 아쉬움이 잔뜩 묻어났다. 오재일은 올 시즌을 앞두고 '슬로스타터' 이미지를 벗으려고 부단히 노력했다. 그런데 이 마음가짐이 오히려 독이 됐다. 전반기 67경기에서 타율 0.218 10홈런 39타점에 그치며 2군을 오갔다. 

김태형 두산 감독은 "기술이 아닌 심리적 문제"라고 했다. 오재일은 고토 고지 두산 타격 코치와 함께 돌파구를 찾기 위해 머리를 맞대고 고민했다. 그리고 후반기부터 오재일다운 타격을 펼치기 시작했다. 후반기 22경기 타율 0.358 6홈런 16타점을 기록하며 타선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어떤 변화가 오재일이 타석에서 자신감을 되찾는 계기가 됐을까. 오재일과 고토 코치에게 들어봤다. 

▲ 두산 베어스 오재일 ⓒ 곽혜미 기자
◆ 오재일의 이야기

올해는 빨리 잘 치고 싶은 마음이 컸어요. 그게 잘 안 된 이유 같아요. 전반기에도 잘 쳐야 한다고 신경을 많이 쓰고 있었거든요. 몸을 일찍 만든 건 문제가 되지 않았어요. 심리적인 게 컸어요. '또 안 맞네'라고 생각하니까 더 안 맞았어요. 

후반기에 잘 치게 된 특별한 계기는 없었어요. 그동안 너무 못 쳐서 시기적으로 이제는 칠 때가 된 게 아닌가 생각해요(웃음). 체력이 좋은 편이 아닌데, 여름에 잘 맞더라고요. 좋은 타구들이 하나둘 나오기 시작하면서 편하게 마음먹고 타석에 들어간 게 좋은 결과로 나오고 있는 거 같아요.

기술적으로 변화를 준 건 없어요. 안 맞을 때 여러 가지 시도를 해보긴 했는데, 감독님과 고토 코치님께서 '기술은 아무리 봐도 문제가 없다. 멘탈 문제 같다'고 이야기해 주셨어요. 그래서 '에라 모르겠다'하고 치기 시작한 거 같아요.

'무심(無心)'으로 하려고 해도 사람인지라 어려웠어요. 생각의 차이가 중요한 거 같아요. 그래서 편하게 타석에 들어섰는데 안타 하나가 나오고, 두 개가 나오면서 '그래 편하게 치자'고 마음을 먹었어요. 

감독님과 코치님들께 죄송했어요. 저 빼고 다들 잘 치고 있었거든요. 팀이 우승하려면 더 치고 나가야 하는데, 선수들이 많이 지쳐 있어요. 그래서 제가 잘해야 할 거 같아요. 그동안 못 했던 거 2배로 하려고요.

▲ 고토 고지 두산 베어스 타격 코치 ⓒ 두산 베어스
◆ 고토 코치의 이야기

마음이 몸을 움직이는지, 안타가 나오기 시작해서 멘탈이 좋아졌는지. 뭐가 우선인지는 저도 잘 모르겠어요. 오재일은 자기 분석이 가능한 선수라 괜찮다고 생각해요. 본인이 '멘탈이 문제였다'고 과거형으로 말할 수 있는 게 가장 긍정적으로 느껴지네요. 

선수들에게 멘탈이 얼마나 영향을 끼치는지는 어린 선수들과 베테랑의 차이를 생각해보면 쉬워요. 주전 선수들은 하루 경기를 못 뛰어도 내일, 모레도 기회가 있으니까 보험이 있다는 마음이 들죠. 하지만 백업 선수들은 오늘 못 치면 언제 또 경기를 나갈 수 있을지, 또 언제 2군에 내려갈지 모른다는 마음이 드는 건 분명해요.

타석은 무섭고 어떻게 할지 모르겠는 공간인 건 맞아요. 두려움을 느끼는 선수들을 위해서 서포트를 하는 게 내가 할 일입니다.

오재일은 상대 투수가 봤을 때 자신 있게 스윙만 돌려도 위압감을 줄 수 있는 선수예요. 상대가 두려워하는데, 재일이가 자기 스윙을 하지 못하는 건 잘못됐다고 생각했어요. 

재일이는 지금도 연습하면서 내게 '괜찮습니까'라고 늘 확인을 해요. 그럴 때 '괜찮다'는 말만 해줘도 스스로 '다시 한번 가자'고 마음을 다잡을 수 있는 선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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