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왼쪽부터 kt 위즈 강백호, 롯데 자이언츠 한동희, 한화 이글스 박주홍 ⓒ 한희재, 곽혜미 기자
[스포티비뉴스=김민경 기자] 올해는 '이정후'를 여럿 만날 수 있을 거 같다. 당찬 고졸 신인들이 야구 팬들을 설레게 하고 있다. 

지난해 신인왕 이정후(20, 넥센 히어로즈)는 신인 선수들의 활약이 메말랐던 KBO 리그에 단비 같은 존재였다. '바람의 아들' 이종범의 아들이라는 그늘이 크게 드리울 거 같았지만, 기우였다. 이제는 이종범이 이정후의 아버지로 불리는 게 더 자연스러울 정도다.

이정후는 지난해 휘문고를 졸업하고 1차 지명으로 넥센 유니폼을 입자마자 주전 외야수로 자리를 잡았다. 수비 안정감은 다소 떨어졌지만, 뛰어난 선구안과 콘택트 능력을 자랑하며 리드오프로 활약했다. 기록은 저절로 따라왔다. 리그 최초로 고졸 신인 전 경기 출전(144경기)을 달성했고, 신인 최다 안타(179개), 고졸 신인 최다 득점(111점) 기록을 새로 썼다. 2017년은 '슈퍼 루키' 이정후의 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올해는 이정후에 버금가는 고졸 신인이 대거 등장했다. kt 위즈 강백호(19)는 2018년 신인 드래프트에서 전체 1순위로 호명됐을 때부터 날마다 플래시 세례를 받고 있다. 투타 겸업이 가능한 인재로 꼽혔지만, 프로 무대에 와서는 타자의 임무에만 집중하기로 했다. 

강백호는 24일 광주에서 열린 KIA 타이거즈와 개막전에 8번 타자 좌익수로 선발 출전했다. 그리고 첫 타석부터 홈런포를 가동하며 슈퍼 루키의 탄생을 알렸다. 리그 수준급 투수 헥터 노에시에게 뺏은 홈런이라 임팩트는 더욱 컸다. 신인으로는 2번째이자 고졸 신인으로는 최초로 개막전 데뷔 첫 타석 홈런을 신고했다. kt의 5-4 역전승의 발판이 된 홈런이기도 했다.

▲ 두산 베어스 곽빈 ⓒ 곽혜미 기자, 삼성 라이온즈 양창섭 ⓒ 삼성 라이온즈
롯데 자이언츠 내야수 한동희(19), 한화 이글스 투수 박주홍(19), 두산 베어스 투수 곽빈(19), 삼성 라이온즈 투수 양창섭(19)도 1군에서 기량을 펼쳐 나가고 있다. 

한동희는 시범경기부터 두각을 나타내며 지난해부터 무주공산으로 남아 있던 3루수 자리를 꿰찼다. 시범경기 5경기에서 16타수 6안타(0.375) 2타점 맹타를 휘두르며 우타 거포 3루수의 등장을 알렸다. 한동희는 인천에서 열린 SK 와이번스와 개막전에 7번 타자 3루수로 선발 출전해 3타수 1안타를 기록하며 빠르게 적응해 나갔다. 

'리틀 류현진' 박주홍과 '우완 정통파 기대주' 곽빈도 개막전에서 몸을 풀었다. 박주홍은 고척 넥센전에 구원 등판해 ⅔이닝 무실점을 기록했다. 공 3개로 고종욱과 김민성을 우익수 뜬공 처리하며 임무를 마쳤다. 곽빈은 잠실 삼성전에 마지막 투수로 나서 ⅓이닝 1탈삼진 무실점으로 깔끔하게 막았다.

양창섭은 5선발로 시즌을 시작한다. 김한수 삼성 감독은 "대졸도 아닌 고졸 신인이 바로 선발 로테이션에 들었으니"라고 말하며 미소를 지었다. 선발감이 없다고 부정적으로 생각할 수도 있지만, 양창섭이 좋은 공을 던져 얻은 자리인 건 분명하다. 양창섭은 시범경기 2경기에서 7이닝 평균자책점 1.29를 기록했다. 볼넷과 탈삼진이 6개로 같았지만, 마운드에서 버텨 나가는 힘이 있었다.

KBO 리그는 오랜만에 맞이한 고졸 신인 풍년에 즐거운 비명을 지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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