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티비뉴스=신원철 기자] 짧지만 치열했을 스프링캠프가 끝을 향하고 있다. 대부분의 프로 야구 선수에게 지금은 내부 경쟁이라는 어려운 과정을 거쳐야 하는 시기다.

언제 그렇지 않았던 때가 있었나 싶지만 올해 LG에게 내부 경쟁은 더욱 무겁게 다가온다. 류중일 감독 취임 후 첫 시즌, 많은 변화가 예상되기 때문이다.

주전이 확정적이라고 볼 만한 자리가 많지 않다. 지명타자 박용택, 좌익수 김현수, 3루수 아도니스 가르시아, 포수 유강남 정도. 유격수까지 포함하면 내야 3개 포지션이 주인을 기다린다.

외야에서는 안익훈이 중견수로 자리를 잡아가는 분위기지만 우익수는 여전히 경쟁 구도다. 이천웅과 채은성, 이형종이 유력 후보인데 이 가운데 이형종은 부상으로 조기 귀국하며 아쉬움을 삼켜야 했다.

하지만 2대1의 경쟁이라도 당사자들이 느끼는 부담감은 결코 가볍다고 할 수 없다. 일례로 6일 SK와 연습 경기에서 김광현을 상대로 적시타를 기록한 이천웅의 마음가짐에서 경쟁이라는 단어의 무게를 짐작할 수 있다.

왼손 타자 상대를 까다롭게 느끼던 이천웅이지만 이날은 1회 첫 타석부터 SK 에이스 김광현을 상대로 날카로운 타구를 때렸다. 3루에 있던 박용택을 홈으로 불러들이는 1타점 2루타. 타구가 빨라 좌익수 김동엽이 바로 쫓아가지 못했다.

하지만 이천웅은 "타구 질은 별로였다"며 스스로에게 좋은 점수를 주지 않았다. 그러면서 "경기에 많이 나가지 못하고 있다"며 초조한 마음도 내비쳤다.

▲ LG 류중일 감독과 코치들 ⓒ LG 트윈스
류중일 감독이라고 마음이 편할 리 없다. 그는 미국 애리조나 1차 캠프에서 우익수 경쟁 구도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시즌 전까지 계속 봐야겠지만 일단 이천웅은 타격이 좋아 보인다. 타격 재능을 살려 줄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하고 있다. 채은성은 3할까지 친 적이 있는데 지난해가 좀 아쉬웠다. 3할을 쳤을 때 어떻게 했는지를 스스로 찾아내야 한다. 이형종은 아직 경험이 부족한데 경험만 더 쌓이면 좋아질 것이 분명한 선수다. 꾸준히 기회를 줄 수 있으면 좋겠지만 여건이 허락할지 모르겠다. 스스로 이겨 내야 한다."

오키나와로 장소를 옮긴 2차 캠프에서도 같은 고민이 계속됐다. 치고 나오는 선수가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그는 "개막 전까지 똑같이 기회를 주겠다"면서도 "선수들에게 똑같이 기회를 주다 보면 잘하는 선수가 못 나가게 될 때도 있다. 계속 그렇게 되면 모든 선수들이 다 컨디션 조절이 어렵다"고 밝혔다.

LG는 이달 9일 귀국해 시범경기를 준비한다. 결코 길지 않은 시간, 많지 않은 테스트 기회가 조금씩 줄어들고 있다. 경쟁, 자주 쓰이는 단어지만 결코 가볍지 않다. 선수도 감독도 경쟁이라는 무거운 단어와 맞서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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