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류현진이 27일(한국시간) LA 다저스타디움에서 피츠버그 파이어리츠를 상대로 공을 던지고 있다.

[스포티비뉴스=LA(미 캘리포니아주), 양지웅 통신원] KBO를 대표하던 투수와 타자의 대결을 메이저리그에서 보기까지 7년이 필요했다. 한국 야구팬들이 보고 싶어하던 류현진(32, LA 다저스)과 강정호(32, 피츠버그 파이어리츠)의 빅리그 맞대결이 27일(한국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LA 다저스타디움에서 성사됐다.

서로를 너무나 잘 아는 1987년 동갑내기 절친이기도 한 이 두 명 중 먼저 류현진이 2013년 빅리그에 진출했다. 그 직전인 2012년 10월 4일 대전에서 한화 류현진과 히어로즈 강정호가 맞대결을 벌였는데 연장 10회에 마지막 타석에서 강정호가 솔로홈런을 뽑아내며 작별선물(?)을 한 바 있다. 당시 류현진은 이 홈런 한 방으로 2006년 데뷔 후 처음으로 시즌 10승 고지에 오르지 못하고 9승에 머물러야 했다.

그 뒤로 2년 후에 강정호가 2015년 메이저리그에 데뷔했다. 둘 다 내셔널리그 소속이어서 팬들은 빅리그 맞대결을 쉽게 볼 것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류현진의 부상과 강정호의 음주운전 파문 등으로 서로 상대하기까지 7년이란 세월이 필요했다.

한국팬들뿐만 아니라 미국에서도 이 둘의 대결은 큰 관심을 보였다. LA 다저스와 피츠버그 파이어리츠 양 팀 감독들도 한국 출신 선수들의 맞대결을 이미 알고 있었다. 데이브 로버츠 다저스 감독은 경기 전 인터뷰 중 류현진의 한국에서 마지막 경기에서 강정호가 홈런을 친 사실을 전해듣고 “오늘은 류현진이 복수할 것”이라고 말했고, 클린트 허들 피츠버그 감독은 경기 전 인터뷰에서 류현진을 칭찬하며 “쉽지 않은 대결이다. 하지만 강정호가 최근 살아나고 있기에 좋은 대결이 기대된다”며 웃었다.

▲ 강정호(왼쪽)가 27일(한국시간) LA 다저스타디움 클럽하우스에서 경기 전 미국 방송국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미국 언론 매체들도 경기 전 클럽하우스에서 강정호에게 류현진과 맞대결에 대한 질문들을 했다. 이날 경기가 한국 야구팬들게 갖는 의미, 친구를 상대하는 기분, KBO에서 맞대결 성적, 서로의 관계 등에 대한 질문들이 쏟아졌다. 그리고 이날 경기장에는 많은 한인팬들이 한국 투타 대결을 직접 보기 위해 모였다. 아내와 같이 경기장을 찾은 다저스 팬 재미교포 2세 조셉 노씨는 “미국 메이저리그에서 이런 대결을 볼 수 있는 기회를 놓칠 수 없었다”며 명승부가 기대된다고 말했다. 

강정호는 유니폼으로 갈아 입고 필드에 나온 후 몸을 풀면서 "류현진의 첫 공을 노릴 것이지만 아마도 좋은 공을 주지는 않을 것"이라며 조심스런 예상을 밝히기도 했다.

그리고 2회초 모두가 기다리던 순간이 왔다. 다저스 선발투수 류현진이 피츠버그 5번타자 강정호에게 공을 던졌다. 투심 패스트볼 스트라이크였다. 강정호의 예상이 빗나갔다. 2구째 헛스윙, 3구째 볼, 4구째 76마일 체인지업에 강정호는 헛스윙하며 삼진아웃을 당했다. 류현진이 7년 전 홈런을 복수한 순간이었다.

강정호는 4회초 두 번째 타석에서는 땅볼로 물러났으나 6회초 세 번째 타석에서는 풀카운트까지 물고 늘어지면서 좌익수앞 라인드라이브 안타를 뽑아냈다.

KBO리그에서 둘은 34타수 6안타(0.176), 1홈런 1볼넷 11탈삼진의 맞대결 성적을 남겼는데 메이저리그 첫 맞대결은 3타수 1안타 1삼진을 기록하게 됐다. 누구의 판정승이라고 할 수 없는, 사이 좋은 성적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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