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티비뉴스=정철우 기자]KIA 외국인 에이스 헥터는 분명히 좋은 투수다. 여전히 팀 내에서 가장 믿음이 가는 투수 가운데 한 명이다.

하지만 최근 페이스가 아주 좋은 편은 아니다. 이전처럼 좋은 공을 던지는 날도 있지만 헥터답지 않게 난타당하는 경우도 있다. 최근 7경기서 5실점 이상 경기가 3차례나 있었다. 아주 어려운 상황에서도 5이닝은 책임져 준다는 믿음은 여전하지만 부실한 불펜을 생각하면 기대치는 좀 더 높을 수 밖에 없다.

누구든 여름 승부에선 한 번씩 고비를 맞게 마련이다.

다만 헥터의 기복 원인이 따로 있는 것이라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그의 구종을 분석해 보면 걱정스러운 대목이 나온다. 바로 체인지업이다.

체인지업은 올 시즌 헥터가 가장 재미를 많이 본 구종이다. 시속 130km대 중, 후반을 형성하는 스피드를 앞세워 직구와 작은 차이를 주며 완급 조절을 한 것이 많은 효과를 봤다. 주 무기인 슬라이더(20.0%)에 근접한 19.3%의 체인지업을 던졌을 정도로 체인지업 빈도가 높았다.

상대의 스윙을 유도하는 비율은 59.5%로 슬라이더(46.5%)를 훌쩍 웃돌았다. 그만큼 움직임이 좋았고 맘먹은 대로 제구도 잘됐다. 직구 이외에 가장 자신 있게 던진 공이었다고 해도 지나친 말이 아니다.

하지만 최근 들어 헥터의 체인지업을 보기 어려워졌다. 구사 비율이 뚝 떨어졌기 때문이다. 이전과는 다른 무언가가 감지되는 이유다.

헥터가 체인지업을 가장 많이 쓴 기간은 5월이었다. 30%가 넘는 비율로 체인지업을 던졌다. 성과도 좋았다. 5월 헥터의 평균 자책점은 3.24에 불과했다.

그 이후에도 대부분 20%대를 넘어섰다. 다만 7월과 9월에는 체인지업을 쓰는 비율이 줄어들었다. 특히 9월은 11.06%에 불과하다.

이대진 KIA 투수 코치는 "헥터가 요즘 불펜에서 컨디션이 계속 좋지 않다. 특히 체인지업에 대해 본인이 만족을 못하고 있다. 체인지업 비중을 줄이려면 다양한 구종으로 승부하라고 얘기하고 있다. 헥터는 다른 구종도 나쁘지 않다"고 말했다.

자신감이 떨어진 것이라면 문제가 될 수 있다. 상대 타자로서는 체인지업을 머리에서 지운 채 타격을 할 수 있다는 뜻이 되기 때문이다.

투구-타구 추적 시스템인 '트랙맨 데이터'에 따르면 헥터의 체인지업 궤적은 원별로 그 움직임을 달리하고 있다.

4월에 수직 무브먼트는 29.70cm, 수평 무브먼트는 42.02cm가 찍혔다. 헥터가 가장 안정적으로 체인지업을 조율할 수 있는 움직임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월별로 조금씩 차이를 보이더니 9월에는 4월과 분명 다른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수직(상하) 무브먼트는 23.29cm, 수평(좌우)은 48.45cm를 기록했다. 4월의 체인지업보다 6cm가량 더 떨어지고 6cm 정도 더 오른쪽으로 휘었다는 것을 뜻한다.

일반적으로 변화구는 많이 변하면 좋다는 이미지가 있다. 하지만 어디까지나 투수가 컨트롤할 수 있는 수준에서 변화가 더 중요하다. 제구가 뜻대로 되지 않는 변화는 요행수일 뿐이다.

헥터의 체인지업 수평 변화가 48cm를 넘어섰을 때 구사율이 10%대로 떨어졌다는 점에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원하는 것보다 더 궤적의 변화가 생기면 자신감이 떨어지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올 시즌 헥터의 슬라이더 피안타율은 3할8리로 좋은 편이 못 된다. 여기에 체인지업에 대한 믿음이 떨어진다면 보다 불리한 처지에 놓일 수 밖에 없다. 앞으로 헥터의 체인지업에 주목해 봐야 할 필요가 있는 이유다.

헥터가 떨어진 체인지업 자신감을 만회하며 다시 안정감을 되찾을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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