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화의 리빌딩은 미래의 기둥들과 함께 점진적으로 진행되고 있다 ⓒ곽혜미 기자
[스포티비뉴스=인천, 김태우 기자] 한화는 올 시즌을 시작하기 전부터 ‘리빌딩’을 천명했다. 예전 세대와 작별을 고하고, 새로운 부대를 만들고자 했다. 마이너리그 육성 경험이 풍부한 카를로스 수베로 감독을 영입하고 ‘선생님’과 같은 외국인 코치들도 대거 추가했다.

사실 어떤 팀도 모든 것을 다 갖출 수는 없다. 일단 팀을 지탱하는 큰 기둥들을 세운 뒤, 그 옆에 살을 붙여나간다. 기둥이 약하면 약한 바람에도 팀이 흔들리게 되어 있다. 흔히 ‘코어’라고 말하는 기둥들이 중요한 이유다. 이런 맥락에서 한화의 올해 목표는 집을 다 짓는 게 아니었다. 1년 안에 하기에는 불가능한 일이다. 일단 기둥들을 세우는 게 중요했다.

시즌 100경기를 넘게 진행한 시점, 한화의 기둥 세우기 작업은 잘 진행되고 있을까. 일단 가능성이 보인다. 우선 내야는 상당 부분 세팅이 되고 있다. 수베로 감독 부임 전부터 팀이 공을 들인 선수들이 이제는 당당한 중심이 됐다. 유격수 하주석(27), 2루수 정은원(21), 3루수 노시환(21)은 확고부동한 선수들로 자리 잡았다. 

마운드에서도 김민우(26)가 10승을 거두며 선발로 확실한 계산이 서는 선수로 발돋움했다. 불펜에서는 강재민(24)이 맹활약 중이다. 포수인 최재훈을 계속해서 눌러 앉힌다고 가정하면, 팀을 이끌어나갈 구성은 어느 정도 마련된다. 여기에 산발적으로 가능성을 내비친 젊은 선수들도 적지 않다. 한화가 올해 이 가능성을 발견했다는 건 의외로 중요하고 긍정적인 일이다.

그런 한화에게 2021년 신인드래프트는 또 하나의 코어를 추가할 수 있는 계기가 된다는 점에서 반갑다. 한화는 1차 지명에서 전국단위 지명권을 활용해 광주진흥고 우완 문동주를 낙점했다. 이어 2차 1라운드에서는 연고팀인 세광고 우완 박준영을 지명한 것에 이어, 2라운드에서는 최재훈의 뒤를 이을 포수 자원인 효천고 허인서까지 손에 넣었다.

문동주와 박준영은 추후 김민우와 더불어 한화의 로테이션을 이끌어갈 만한 재목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내야는 어느 정도 기둥이 섰으니, 이제는 마운드의 기둥을 만들 차례였는데 좋은 재목들을 확보한 것이다. 두 선수는 모두 150㎞ 이상의 빠른 공을 던질 수 있다. 분명 아직 다듬어야 할 부분이 많고, 어떻게 키우느냐는 모든 팀들의 영원한 숙제다. 그래도 가지고 있는 그릇이 남다르다. 터지면 크게 터질 선수들이다.

올해 1군에서 기회를 준 젊은 선수들도 적지 않다. 다른 팀의 또래들이 1군 주축 선수들의 벽에 막혀 2군에 있을 때, 이들은 상대적으로 1군을 경험할 기회가 많았다. 하주석 정은원 노시환이 그랬듯이, 2~3년 동안 시행착오를 겪으며 조력자로 도약할 선수들이 나올 가능성은 충분하다.

외야가 다소 더딘 감은 있지만, 전력 보강이 상대적으로 용이한 포지션이라는 점도 생각할 수 있다. 프리에이전트(FA)도 많고, 외국인 선수도 외야는 풀이 상대적으로 넓다. 마음만 먹으면 채워 넣을 수 있는 지점이다. 물론 이 리빌딩이 끝날 때까지 한참의 시간이 더 걸리기는 할 것이다. 그러나 모든 것은 첫 걸음부터다. 한화의 보폭은 그렇게 나쁘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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