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드라마 '킹덤'을 집필한 김은희 작가가 인터뷰를 진행했다. 곽혜미 기자 khm@spotvnews.co.kr
[스포티비뉴스=이은지 기자] 지난달 25일 공개된 '킹덤'은 죽었던 왕이 되살아나자 반역자로 몰린 왕세자가 조선의 끝으로 향하고, 그곳에서 굶주림으로 인해 괴물이 돼 버린 이들(좀비)의 비밀을 파헤치면서 시작되는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킹덤'에 등장하는, 김은희 작가가 만든 좀비는 슬프다. 작가의 의도가 담긴 이유다. 식욕 외에 모든 것을 거세 당한, 식욕만 남아 빠르게 질주하는 그들의 가장 큰 정서는 바로 슬픔이다. 영화 '부산행'에서 아무런 감정이 느껴지지 않았던, 초반에 등장한 좀비들과는 사뭇 다른 느낌이었다.

김은희 작가는 '킹덤' 대본을 집필하면서 "우리 좀비는 조금 슬펐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보통의, 긴장과 공포의 대상이기만 한 좀비가 아니라, 한 때는 우리 곁에 함께 살았던 이웃이라는 생각이 들었으면 하는 바람이었다. "너무 많은 고통을 당했던 이웃이라는 생각"이 들 수 있도록 감정을 담았다.

"그 생물(좀비)은 긴장과 공포를 주기도 하지만, 밑바닥만을 보여준다. 그래서 좀비물이 좋다. 슬픔은 모든 것을 거세 당하고 식욕만 남아있는 것에서 느꼈다. 그랬을 때 내가 표현하고 싶은 배고픔이 훨씬 더 잘 보일 것 같았다."

단 한 장면이었다. 많은 작가들이 글을 쓰기 시작할 때, 한 장면을 생각한다고 했다. 김은희 작가도 마찬가지였다. '킹덤'을 시작했을 때 떠올랐던 장면이 있었다. 모든 것이 평등한 사회였다.

"많은 작가들이 작품 속 한 장면을 떠올린다. 나는 모든 계급이 사라지는 장면을 보고 싶었다. 양반도 식욕만 남고, 가장 배고프게 살았던 천민도 식욕만 남는다. 굉장히 평등한 사회가 되는 것을 보고 싶었다."

▲ 드라마 '킹덤' 스틸. 제공|넷플릭스

김은희 작가를 '장르물의 대가'라고 부른다. 그가 작업해온 작품을 보면 알 수 있다. 하지만 사극은 처음이었다. 가장 힘들었던 것으로 '자료조사'를 꼽았다. 그럴만 했다. 현재 살아있는 '조선인'이 없었다.

"사실 자료조사가 가장 힘들었다. 조선인이 없지 않은가. 하하. 조선왕실에 대한 기록은 많은데 백성들에 대한 기록이 없다. 힘들게 찾으면 다 한문이다. 자료조사가 너무 힘들었고, 공간감도 없었다. 한옥 구조를 보기 위해 정말 많이 돌아다녔다."

동양과 서양의 문화에도 차이가 있었다. '킹덤'은 국내 배우들과 제작진이 함께하지만 '국내만'을 위해 만든 작품은 아니다. 지난달 25일, 전 세계 190개국에 동시에 공개됐다. 그만큼 서양 문화권도 고려 대상이었다. 하지만 막상 작품이 나온 뒤, 큰 문제가 없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좀비가 된 양반이 천민을 덮칠때는 무방비 상태다. 그 모습을 우리만 이해가 될지 상상을 했고, 외국인들에게 물어보기도 했다. 유교적인 가치관을 이해하냐는 질문이었다. 정확하게 이해하지는 못했지만, '상류층' 정도로 이해하더라."

많이 알려진 사실이지만, '킹덤'은 7년 전 시작됐다. 김은희 작가가 좀비물을 쓰고 싶었지만, 국내 공중파 방송에서는 수위 등의 문제로 방송이 어려웠다. 표현하고 싶은 것을 고스란히 담기 힘들었고, 좀비물을 만들기 위해서는 포기할 수 없는 부분이 있었다. 그렇게 7년이 지났고, 넷플릭스를 만났다.

7년은 상당히 긴 시간이다. 많은 것이 변할 수 있는 기간이다. 새로운 것이 창조되기도 하고, 생명을 다해 사라지기도 한다. 작품도 마찬가지고, 작품 속 캐릭터들도 같은 운명이다. '킹덤'도 피해갈 수는 없었다.

"조금 더 많은 인물들이 등장하길 바랐다. 백정이나 기생도 있었는데 사라졌다. 그것이 초안과 달라진 점이다. 7년동안 많은 작품이 나왔고, 비슷한 설정과 캐릭들들도 이미 나왔다. 예를 들어 백정은 웹툰에 나왔다고 하더라. 그런 과정을 거치면서 캐릭터를 줄여 나갔다."

▲ 드라마 '킹덤'을 집필한 김은희 작가가 인터뷰를 진행했다. 곽혜미 기자 khm@spotvnews.co.kr

7년이 지나면서 달라진 것은 아니지만 제작하는 과정에서 달라진 것도 있었다. 당초 8부작으로 시작했던 '킹덤'은 돌연 6부, 시즌제를 선언했다. 그동안 7~80분 짜리 작품을 16부작으로 집필했던 김은희 작가에게는 낯선 환경이었다. 분량 조절이 어려울만 했다.

"처음에는 8부작으로 계획했다가 6부씩 나눴다. 시즌2 역시 한양으로 오는 이야기다. (분량적으로) 처음해보는 작업이었다. 기간 내에 (8부를) 12부로 늘리는 것은 불가능했다. 넷플릭스 자체가 짧은 시간을 선호하더라. (시즌1 결말이) 최선은 아닐 수 있지만, 최적이라고 생각했다. 많은 사람들이 결말에 대해 말을 할 것이라고 생각했고, 그래서 최대한 빨리 시즌2를 썼다."

현재는 시즌2 대본이 모두 나온 상태다. 시즌1이 캐릭터들의 감정 뿐만 아니라 극적 긴장 등 모든 것이 최고조에 달했을 때 마무리된 이유로 호불호가 갈렸다. 촬영은 6월 내 마무리를 목표로 한다. 올해 안에 시즌2를 볼수도, 또 아닐수도 있지만, 김은희 작가의 말처럼 빠른 시일 내에 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yej@spotv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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