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감독 시절 퍼거슨(왼쪽), 선수 시절 캐릭
[스포티비뉴스=김도곤 기자] 마이클 캐릭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코치는 '성실'의 대명사다. 눈에 띄는 화려한 플레이는 하지 않지만 팀에 대한 충성심, 성실한 플레이로 알렉스 퍼거슨 전 감독의 사랑을 받았다. 퍼거슨 감독과 캐릭은 감독과 선수로 맨유의 전성기를 이끌었다. 하지만 그도 퍼거슨 감독의 '헤어 드라이어'를 피할 수 없었다.

퍼거슨 감독의 '헤어 드라이어'는 유명하다. 만족할 만한 경기력을 보여주지 못한 선수의 코앞에 다가가 엄청난 화를 쏟아낸다. 이때 퍼거슨 감독의 입에서 나오는 바람에 선수들의 머리가 휘날릴 정도라 해서 '헤어 드라이어'라는 말이 붙었다.

영국 '미러'는 캐릭이 '더 타임즈'에 기고한 글을 인용해 명성 높은 '헤어 드리이어'를 당한 순간을 조명했다.

캐릭이 회상한 순간은 일본 요코하마에서 열린 2008년 클럽월드컵이다. 당시 결승에서 맨유는 LDU 키토(에콰도르)에 1-0으로 승리해 우승을 차지했다. 네마냐 비디치가 퇴장 당했지만 웨인 루니의 결승골로 힘겨운 우승을 차지했다.

당시 캐릭은 퍼거슨 감독에게 '전진 패스를 하라'는 주문을 받았다. 캐릭은 이 지시를 성실하게 수행했다. 하지만 딱 한 번 전진 패스가 아닌 리오 퍼디난드에게 백 패스를 했다. 이유는 그 상황에서 가장 좋은 판단이 퍼디난드에게 백 패스를 하는 것이었기 때문이다.

캐릭은 그 순간 일이 잘못됐음을 느꼈다. 터치라인에서 자신을 향해 화를 내고 있는 퍼거슨 감독을 발견했기 때문이다.

당연히 캐릭에게 '헤어 드라이어'가 찾아왔다. 퍼거슨 감독은 하프타임 때 라커룸에 들어온 캐릭에게 불같이 화를 냈다. 캐릭은 그 순간을 이렇게 회상했다.

"라커룸에 들어가자마자 퍼거슨 감독님이 저에게 달려들었습니다."

퍼거슨 감독은 캐릭에게 "전진 패스 하라고 했잖아! 내가 너한테 말했어 안 했어?"라며 화를 쏟아냈다. 물론 'F'자가 들어간 욕도 함께였다. 캐릭은 그 순간 이런 생각을 했다고 한다.

"전진 패스 40번은 한 거 같은데 백 패스 한 번 한 거 찾아내서 저러네."

물론 마음 속으로 한 말이라고 한다. 캐릭이 퍼거슨 감독의 '헤어 드라이어'에 대처하는 방법은 이렇다.

"퍼거슨 감독님이 '헤어 드라이어'를 하면 그냥 가만히 있어야 합니다. 화를 그대로 내실 수 있도록 해야 해요. 전 침착했죠. 감독님이 지적하면 고개를 숙이고 그냥 끄덕이면 됩니다."

아무리 캐릭이라도 퍼거슨 감독의 '헤어 드라이어'는 피할 수 없었다. 물론 '헤어 드라이어'를 당했다고 해서 관계가 틀어진 것은 아니다. 퍼거슨 감독과 캐릭은 여전히 돈독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고, 퍼거슨 감독이 뇌출혈로 쓰러졌을 때 캐릭은 쾌유를 진심으로 기원했다. 그리고 건강히 회복한 퍼거슨 감독은 지난달 22일 울버햄튼과 경기가 열린 올드 트래포드를 찾았고, 두 사람은 반가운 재회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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