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KT 중견수 멜 로하스 주니어. ⓒ곽혜미 기자

[스포티비뉴스=김건일 기자] 지난해 KT 외국인 투수였던 돈 로치는 야수들의 도움을 가장 못 받았다. 득점 지원이 4.04점으로 리그에서 가장 적었으며 무엇보다도 수비 실책이 유독 많았다. 땅볼 투수였기 때문에 내야 실책이 치명적이었다. 로치는 수비에 유독 민감했다. 수비 실책이 나왔을 때 안절부절못했고 때로는 분통을 터뜨렸다. 감정을 다스리지 못한 로치는 리그 최다패 투수(4승 15패)라는 멍에를 남기고 한국을 떠났다.

2015년 1군에 진입한 KT는 그해부터 2016년, 그리고 지난해까지 매 시즌 리그에서 실책이 가장 많았다. 지난해 선발투수로 성공적인 시즌을 보낸 고영표 또한 수비 도움을 못 받았다. 평균자책점이 5.88인데 수비 무관 평균자책점(FIP)는 3.88이다. 규정이닝을 70% 이상 채운 국내 선발투수 가운데 1위에 해당한다. 수비가 좋지 않으니 평균자책점이 올라가는 악순환이 이어졌다. “수비가 좋지 않아 내가 잡아야 한다는 압박감이 있었다”는 KT 투수의 말이 이를 설명한다.

3년 연속 최하위에 머물렀던 KT는 이번 시즌 대대적인 투자로 탈꼴찌를 다짐했다. 3루수 황재균을 88억 원이라는 거액에 데려오고 라이언 피어밴드, 멜 로하스 주니어와 재계약한 뒤 KBO 리그에서 검증된 외국인 투수인 더스틴 니퍼트까지 영입했다. 4월을 4위로 마쳤다. KT는 이번 시즌만큼은 탈꼴찌를 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에 휩싸였다. 김 감독은 내심 5강까지 노렸다.

그러나 8일 현재 순위는 9위. 최하위 NC와는 5경기 반 차이다. 지난해와 똑 닮았다. KT는 4월 한때 1위를 달렸으나 4월 말 8위로 떨어졌고 5월 내내 8~9위를 오가다가 6월에 10위로 내려앉았다. 공교롭게도 이번 시즌 KT를 순위표 아래로 내려보낸 것 또한 수비다. 올 시즌 KT의 실책은 42개로 리그 4위. 내야진에서 나온 실책은 31개로 리그 3위다. 황재균은 9개로 3루수 최다 실책을 기록하고 있고 유격수를 번갈아 맡고 있는 심우준이 6개, 정현이 5개를 저질렀다. 베테랑 박기혁은 실책이 2개, 유한준은 하나도 없지만 몸 상태가 완전하지 않은 날이 많아 젊은 선수들에게 의존도가 크다. 앞으로 운영 방안도 크게 다르지 않다.

지난 6일 수원 KIA전에서 2-1로 앞선 7회 유격수 심우준의 송구 실책이 나오면서 2-2로 동점이 됐다. 이닝이 끝나지 않았고 역전 홈런을 얻어맞았다. 2-5 역전패. 9위였던 롯데와 순위를 바꿨다. 올 시즌 KT의 가장 낮은 순위다. KT가 9위로 내려앉은 날. 김진욱 KT 감독은 하루 전 멜 로하스 주니어의 실책을 두고 “울화통이 터졌다”고 말했다. 이런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7일엔 3루수 황재균의 실책이 나왔다. 3경기 연속 실책. KT는 3경기를 모두 내줬다.

6일 경기에서 김 감독은 실책을 저지른 유격수 심우준을 그냥 두지 않았다. 다음 공격에서 정현으로 교체했다. 박수를 치고 기회를 줬던 지난해와는 다른 행동이다. 7일 김 감독은 “지난해엔 우리가 육성이 달려 있어서 실수를 해도 기다릴 수 있었다. 하지만 이번 시즌은 아니다. 어떻게든 성적을 내야 한다. 심리적으로 위축됐다느니 이런 건 안 된다. 결과에 책임을 져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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