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영하 ⓒ 두산 베어스
[스포티비뉴스=김민경 기자] 베테랑이 주를 이루는 두산 베어스 불펜에 기다렸던 영건이 나타났다. 오른손 정통파 투수 이영하(20)가 주인공이다.

이영하는 28일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kt 위즈와 경기에 4-4로 맞선 5회 무사 3루에서 2번째 투수로 나서 1⅔이닝 1피안타 1탈삼진 무실점으로 호투하며 데뷔 첫 승을 거뒀다. 두산은 9-5로 이기며 시즌 성적 26승 1무 20패를 기록해 3위를 지켰다.

두산은 올 시즌을 앞두고 젊은 투수를 육성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지난해 '판타스틱4'로 활약한 선발진 더스틴 니퍼트(36)-마이클 보우덴(31)-장원준(32)-유희관(31)의 뒤를 이을 젊은 선발투수가 필요했다. 불펜도 마찬가지였다. 이용찬(28)을 빼면 이현승(34), 김승회(36), 김성배(36) 등 중심 축이 되는 선수들이 모두 서른을 훌쩍 넘긴 베테랑이다. 미래를 위한 준비가 필요했다.

바람대로 올 시즌 두산에는 좋은 영건 투수들이 쏟아졌다. 5선발 자리를 꿰찬 함덕주(22)를 비롯해 신인 김명신(24) 박치국(19)이 힘을 보탰다. 김태형 두산 감독이 원하는 스트라이크를 던질 줄 아는 투수들이었다. 그리고 5월 중순 이영하가 가세했다. 

이영하는 구단과 팬 모두 기다린 기대주였다. 선린인터넷고 시절부터 시속 150km짜리 공을 던질 줄 아는 투수로 기대를 모았다. 그러나 바로 마운드에서 만나긴 어려웠다. 이영하는 2016년 신인 1차 지명으로 두산에 입단하자마자 팔꿈치 수술을 받고 1년 가까이 재활에만 전념했다. 지난해 마무리 캠프 때 의욕이 앞선 탓에 팔꿈치 통증이 재발하면서 더욱 몸 관리에 신경 썼다.

기다린 보람이 있었다. 이영하는 마운드에 오르자마자 존재감을 뽐냈다. 시속 150km짜리 직구보다 더 위력적인 건 두둑한 배짱이었다. 이영하는 데뷔전이었던 지난 19일 광주 KIA전에서 첫 타자 로저 버나디나에게 장외 홈런을 맞았을 때도, 28일 무사 3루 위기에서 오정복에게 적시타를 허용해 4-5로 뒤집힌 뒤에도 흔들리지 않았다. 내준 점수는 잊고 타자와 싸움에만 집중하며 차분히 아웃카운트를 늘려 나갔다.

▲ 데뷔 첫 승 공을 든 이영하 ⓒ 김민경 기자
이영하의 데뷔 첫 승을 리드한 포수 박세혁은 "예상보다 공이 더 좋았다. 여유도 있었다. 고등학교 때 잘 던지기도 했고, 경기도 많이 나간 경험이 있어서 그런지 주눅들지 않고 잘 던진다. 처음에 힘이 조금 들어가긴 했지만, 말하지 않고 (이영하를) 편하게 해준 게 좋은 결과로 이어진 거 같다"고 설명했다.

이영하는 "불펜에서 준비할 때부터 저 주자(3루 주자 이대형)는 못 들어오게 하고 싶었다. '막아야겠다'고 되뇌이면서 마운드에 올라갔는데, 2구까지 던지고 생각을 바꿨다. 힘을 빼고 던져야 겠다고 생각하면서 타자와 싸움에 집중했다"고 데뷔 첫 승 투구 내용을 되돌아봤다.

구단과 팬이 기다린 만큼 이영하도 마운드에 오를 순간을 손꼽아 기다렸다. 그는 "잘하고 싶다는 생각 뿐이었다. 재활 끝나면 잘해야겠다고 계속 생각했다. 팬분들의 응원도 감사하다. 마운드에서 응원 소리가 다 들린다. 계속 소리쳐 주시면 들리니까 마운드에서 더 힘이 나고 자신 있게 던질 수 있다"고 말했다.

원래 담력이 좋은 편이냐는 질문에 이영하는 "평소에는 무서운 영화도 잘 못 본다"고 말하며 웃었다. 이어 "마운드에서는 다르다. 팽팽한 상황에 마운드에 오르는 게 훨씬 상황도 많고 재미있다. 떨리긴 해도 막상 던지고 내려오면 재미있는 거 같다"고 덤덤하게 이야기했다.

1군에 첫발을 잘 내디딘 스무 살 청년은 미래에 세이브왕을 꿈꾸고 있다. 이영하는 "선발보다는 오늘(28일) 같은 상황이 재미있다. 중간에 나와서 막는 게 더 좋다. 앞으로 세이브왕이나 탈삼진왕을 해보는 게 소원"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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