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OTV NEWS=박현철 기자] 성적이 안 좋은 외국인 선수가 조기 방출되는 일은 워낙 자주 있던 일이라 특별하지 않다. 그러나 신임 감독의 카리스마와 새로운 외국인 타자의 악동 기질로 인해 이미 그들의 만남 이전부터 어떤 조합으로 이어질 지 팬들의 이목이 집중된 바 있다. 'T-플러시' 나이저 모건(35)과 김성근 한화 이글스 감독의 만남은 황홀한 스릴(thrill)이 아닌 트래지디(tragedy). 비극으로 끝나고 말았다.

한화는 지난 6일 kt와의 홈 경기를 앞두고 모건을 웨이버공시로 방출했다. 웨이버공시된 모건은 공시일로부터 7일 간 다른 9개 구단의 영입 요청을 받지 못할 경우 그대로 한국 무대를 떠나게 된다. 3월28일 넥센과의 개막전에서 5타수 4안타(2루타 2개) 2득점으로 펄펄 날았던 모건은 이후 타격 침묵 속 10경기 0.273 5타점(7일 현재)의 성적을 남기고 한화를 떠나게 되었다.

한때 메이저리그 최고급 준족이자 최고의 외야 수비로도 각광을 받았던 모건. 그러나 기량보다 더욱 주목을 받은 부분은 바로 그의 악동 기질이었다. 타 팀 선수와 언쟁을 벌인다거나 싸움을 일삼는 것은 물론 '또 다른 자아 토니 플러시가 있다'라며 특유의 T 세리머니를 펼치는 등 쉽지 않은 정신세계로도 유명했다. 2013년 일본 요코하마 소속으로 103경기 11홈런의 펀치력도 과시했던 모건이지만 그는 선수 생활 내내 중장거리 타자 스타일이 아닌 준족을 앞세운 선수로 활약했다.

외국인 타자로는 성공 전례가 별로 없던 교타 준족 스타일. 게다가 악동 기질까지 널리 알려져 김성근 감독과의 호흡은 모건 계약 확정 발표부터 궁금증을 불러 일으켰다. 지도자로서 잔뼈가 굵은 김성근 감독. 기량이 출중한 외국인 선수라도 막후 보이지 않는 기싸움이 대단했기 때문이다. 2002년 LG 재임 시절 라벨로 만자니오, 2007~2008시즌 SK 재임 시절 케니 레이번 등 실력을 갖췄으나 기도 셌던 투수들을 다잡으며 팀을 이끈 김성근 감독이다.

사단은 일본 고치현 1차 캠프에서부터 일어났다. 1월 하순 쉐인 유먼, 미치 탈보트 등 동료들과 동시에 합류했던 모건은 얼마 지나지 않아 충남 서산 잔류군으로 편성되어 돌아갔다. 훈련 돌입과 함께 진지한 자세와 제대로 된 몸 상태를 강조하는 김성근 감독 구미에 맞지 않았기 때문이다. 잔류군 편성 이유는 '몸 상태 때문'이라고도 밝혀졌으나 한화는 재활 치료가 필요한 선수들을 일본 오키나와로 먼저 보낸 바 있다. 몸 상태가 안 좋다고 알려진 선수를 왜 오키나와가 아닌 싸늘한 서산으로 보냈을까. 다소 허술했던 훈련 자세가 큰 비중을 차지했다고 볼 수 있다.



2차 오키나와 캠프를 잠시 들렀다가 다시 서산으로 향했던 모건은 시범경기도 뛰지 못하고 이정훈 퓨처스팀 감독의 지도와 배려 속에서 시즌을 준비해야 했다. 실전에 걸맞는 몸상태도 중요하지만 3년 연속 최하위로 선수단 전체가 절치부심 중인 가운데 모건의 천방지축 기질이 자칫 팀워크 구축에 악영향을 미칠 수도 있었기 때문. 한 야구인은 이렇게 예상했다.

“김성근 감독의 스타일과는 확실히 상충하는 선수다. 그래도 기량이 뛰어나다면 모건에게도 기회는 올 것으로 보인다. 모건이 한 시즌을 잘 치르느냐는 한화 공격 선봉으로서 꾸준한 활약에 달렸다. 성격이 괴팍해도 열심히 하고 재능 있는 선수라면 어떻게든 기회를 주고 보답하게 하는 지도자가 김성근 감독이다."

개막 후 모건의 활약은 꾸준하지 못했다. 4월7일 LG와의 경기에서 연장 11회말 1사 만루에서 끝내기 유격수 내야안타를 치기도 했으나 모건이 잘 쳤다기보다 상황 자체가 그렇게 될 수 밖에 없었던 경기다. 도루자를 기록하고 팀 분위기에 찬물을 끼얹은 선수가 덕아웃에 들어가서 익살스러운 세리머니를 하는 것. 이는 김성근 감독이 아니라 다른 지도자라도 용납하지 않았을 일이다.

결정적으로 모건은 개막전을 제외하고는 경기력에 큰 보탬이 되지 못했다. 김성근 감독이 모건의 퇴출 사유로 밝힌 이유도 “제대로 못 치니까”였다. 개막전 4안타를 제외한 나머지 9경기에서 모건의 타율은 0.208에 불과했고 출루율도 0.306에 그쳤다. 표본이 적기는 했으나 이용규-정근우와 함께 꾸준히 1~3번 타순을 책임져야 할 선수의 기록 치고는 함량 미달인 것이 사실. 그리고 퓨처스팀으로 재합류하고서도 허리가 안 좋다는 이유를 들었고 퓨처스리그 타율 6경기 0.214에 그치며 김성근 감독의 실낱 같은 기대도 완전히 끊어졌다.

모건이 한화 유니폼을 입은 시간은 3개월 남짓. 그동안 모건은 우려도 자아냈고 즐거운 모습도 보여줬다. 홍삼의 쓴 맛도 봤고 멋있는 세리머니도 펼쳤으며 팬들은 그의 응원가를 부르며 맹활약을 기대했다. 감독은 그에게 진지한 자세, 그것이 아니라면 익살스러움에 걸맞는 맹타를 바랐으나 결과는 정반대였다. 모건과 김성근 감독의 만남은 결국 비극으로 끝났다.

[사진] 나이저 모건 ⓒ SPOTV NEWS 한희재 기자

[영상] 모건이 남기고 간 홍삼의 추억 ⓒ SPOTV NEWS 영상편집 김용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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