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OTV NEWS=박현철 기자] 1군에서 기량을 만개하지 못한 채 본의 아닌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던 30대 투수에게 회생 길이 열렸다. 규정 개정을 통해 소속팀의 1군 경기가 지나면 다시 마운드에 설 수 있다. 12일 롯데전서 빈볼 논란으로 인해 퇴장당했던 한화 이글스 투수 이동걸(32)에게 다음 기회가 빨리 찾아올 수 있으나 개정으로 인한 허점이 생긴 것도 사실이다.

KBO(한국야구위원회, 총재 구본능)는 15일 오전 10시 서울 도곡동 야구회관에서 상벌위원회를 개최하고 지난 12일 사직 롯데-한화전에서 5회 황재균에게 몸에 맞는 볼을 던져 퇴장 조치 당한 이동걸과 김성근 한화 감독, 그리고 한화 구단에 대한 징계 사항을 확정, 발표했다.

이동걸에게는 KBO리그 규정 벌칙내규 제4항에 의거하여 제재금 200만원과 출장정지 5경기의 제재가 부과되었다. 또한 KBO는 이번 사건에서 선수단 관리 소홀의 책임을 물어 김 감독에게 벌칙내규 제7항을 적용하여 제재금 300만원을 부과했다. 지시를 하지 않았더라도 이미 4회 김민우가 몸에 맞는 볼을 던졌을 때 선수들을 자제시키지 않은 감독으로서 책임이 부과된 것이다. 그리고 한화 구단에게도 리그 규정 제 24조(신설)에 의거 제재금 500만원을 부과했다.

종전 규정은 오롯이 해당 선수에게 징계가 가는 경우가 많았다. 특히 이전의 규정이었다면 이동걸은 한화 1군 엔트리에 있는 상태에서 출장 정지 5경기 징계가 발효되어 5경기 동안 엔트리에는 있는데 쓸 수 없는 투수가 될 수 있었다. 실제로 2013시즌 두산 우완 윤명준은 넥센전에서 강정호(피츠버그)를 맞춘 뒤 퇴장당해 8경기 출장 정지를 당했는데 1군 엔트리에 포함된 상태에서 징계 기간이 차감되었다.

특히 아직 1군 주력 투수가 아닌 이동걸임을 감안하면 자칫 선수 생활에 치명적인 징계가 될 수도 있었다. 그러나 규정이 '엔트리 등록과 상관없이 징계 시작 후 팀이 1군 5경기를 치른 뒤 이동걸의 징계가 해제된다'라고 바뀌었다. 이동걸에게는 불행 중 다행인 징계다.

선수를 위해서는 다행인 일. 그러나 향후 이 규정이 독소로 작용할 가능성도 충분하다. 가장 큰 문제는 바로 금지약물 복용과 관련한 건. KBO는 지난 7일 실행위원회를 통해 기존 도핑테스트 적발을 통한 징계를 강화했다고 밝혔다. 1차 적발 시 명단 공개 및 최대 30경기 출장 정지, 2차 적발 시에는 최대 50경기 출장 정지로 각각 10경기-30경기에서 출장 정지 기간이 늘어났다. 3차 적발 시는 이전 규정 대로 영구제명이다.

출장 정지 기간이 늘어난 것은 징계가 강화된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러나 금지약물 복용으로 인한 징계 선수가 생길 경우 이전과 달리 징계 발효 후 팀이 1군 30~50경기를 치른 뒤 엔트리 등록 없이도 아무렇지 않게 1군으로 복귀할 수 있다. 아픈 가운데서 어쩔 수 없이 출장하던 선수가 '이 참에 한 두 달 정도 쉬고 오자'라는 나쁜 의도로 암페타민 등 금지약물 복용 후 징계를 받은 뒤 비난을 뒤로 하고 1군으로 돌아올 수 있다는 이야기다.

모 팀 단장은 “만약 30~50경기 중징계를 받은 선수가 과연 팀 1군 엔트리 한 자리를 차지하고 징계를 계속 받을 수 있겠는가. 선수 생활을 사실상 끊어놓는 것”이라며 규약 개정의 이유를 밝혔다. 억울한 일이 있다면 충분한 소명 기회를 주고 징계를 완화할 수 있다. 그러나 자칫 금지약물 복용에 대한 철퇴가 이전에 비해 솜방망이 처벌로 그칠 가능성도 주시해야 한다. 선수와 선수를 관리하는 구단을 위해. 나아가 리그의 정상적인 운영에 있어 금지약물은 반드시 사라져야 할 요소이기 때문이다.

야구는 정도와 규칙을 지키는 선 안에서 제대로 이뤄져야 진정한 야구다. 자칫 선수 생활에 치명적인 영향을 입을 수 있던 이동걸이 규제 완화를 통해 생존의 길을 찾은 것은 다행이다. 그러나 새로운 규정을 악용할 가능성도 충분히 잠재한 것이 사실. 이는 예외 규정 등을 신설해 반드시 근절해야 하지 않을까.

[사진] 이동걸 ⓒ SPOTV NEWS 한희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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