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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세리의 일기 #9] US오픈 우승 20주년을 돌아보며…"행복한 기억"

기사승인 2018.06.09 06:00

어느덧 US여자오픈이 끝났습니다. 변덕스러운 날씨 때문에 걱정도 많이 됐지만 효주가 값진 준우승을 거두고 '톱 10'에도 후배들이 이름을 올리며 걱정했던 것보다는 대회를 잘 마친 것 같네요. 

모든 일정을 마치고 오늘은 조금 특별한 친구들을 만났습니다. 오래전 처음 미국에 왔을 때부터 많은 도움을 줬던 '언니' 그리고 '아저씨'와 UL크라운 원정대 친구들이 모두 한자리에 모여 저의 우승 20주년을 축하해주는 자리를 가졌습니다. 처음 미국에 왔을 때부터니까 언니랑은 16년정도, 아저씨랑도 거의 20년째 이어오고 있는 인연이네요. 저보다 나이가 많은 여자는 언니로, 남자들은 다 아저씨로 통일해서 부르다보니 호칭이 입에 붙었습니다. 친구처럼 지내는 사이다보니 호칭은 그리 중요하지 않은 것 같아요.

이 두 친구들은 처음에는 대회에서 저를 응원해주는 팬으로, 저는 갓 미국에 온 어린 선수로 만났습니다. 초창기 때는 당연히 저도 영어를 잘하는 것도 아니었고 가족들이 저를 매경기 따라다니는 것도 아니다보니 힘든 순간들이 많았어요. 경기를 치르고 오랜만에 텅 빈 집에 돌아오면 느끼던 허전함과 공허함을 잊지 못하죠. 그럴 때마다 이 언니와 아저씨가 정말 친오빠 친언니처럼 저를 위해주고 도와주며 말 그대로 희노애락을 함께 했었죠. 그때의 기억들이 새록새록 떠오르네요.

미국에서는 거의 인생의 반을 보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한국에서 지냈던 시간과 거의 비슷한 시간을 보냈으니까요. 옛날 이야기가 되어버렸지만 이번 US여자오픈을 지켜보면서 선수 때 힘들었던 시간들도 곱씹게 되더군요. 저는 항상 무의식적으로 슬럼프가 올 때를 대비해놨던 것 같은데도 슬럼프란 놈은 예고없이 들이닥치더군요. 부상을 당했던 것도, 평소와 다른 훈련을 한것도 아닌데 갑자기 어제의 나와 오늘의 내가 너무나 달라진 느낌이랄까요. 그럴떄 연습을 배로 하고 더 완벽한 스케줄을 짜려고 노력했던 게 지금 돌아보니 오히려 독이 되지 않았나 하는 생각도 드네요. 쉽지 않다는 걸 알지만 후배들이 슬럼프를 겪게 된다면 조금 더 여유를 가지고 조금 쉬었다 가는 마음가짐을 가졌으면 좋겠네요.

그런 힘든 시간들을 버티고 나니 미국골프협회(USGA)에서 초청도 해주고 제가 좋아하는 사람들과 함께 우승 20주년을 맞이하게 됐네요.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로 행복합니다. 이야기꽃을 피우다 보니 '다시 태어나면 뭘 해보고 싶은가' 라는 질문을 받았는데 글쎄요. 남자로 다시 태어난다면 타이거 우즈도 능가할만한 그런 선수가 되어보는 것도 괜찮은 꿈이겠죠.

이렇게 미국에서의 제 여정도 끝이 났습니다. 전세계에서 한국이 국가 랭킹 1위를 수성하며 UL인터내셔널 크라운 대회에 나서게 됐다고 하네요. 한국에서 열리는 대회이니만큼 많은 골프 팬들에게도 좋은 기회가 될 것 같습니다. 앞으로도 많은 사람들이 대한민국 여자 골프, 그리고 한국의 골프선수들을 많이 응원해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스포티비뉴스=버밍엄(미국), 영상 및 정리 배정호, 김태홍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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