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티비뉴스=잠실, 김민경 기자] 두산 베어스 좌완 파이어볼러 아리엘 미란다(32)가 새로운 전설의 시작을 알렸다. '무쇠 팔' 고(故) 최동원의 대기록을 1만3546일 만에 갈아치웠다.
미란다는 24일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2021 신한은행 SOL KBO리그' LG 트윈스와 더블헤더 제1경기에 선발 등판해 4⅓이닝 3피안타 7볼넷 4탈삼진 2실점을 기록했다. 시즌 225탈삼진을 달성해 KBO리그 역대 단일시즌 최다 탈삼진 1위에 올랐다. 최동원이 1984년 9월 22일 구덕 삼성전에 구원 등판해 223탈삼진을 기록한 지 37년 1개월 1일, 1만3546일 만에 나온 신기록이다.
미란다는 경기 전까지 탈삼진 221개로 단일 시즌 역대 최다 공동 2위에 올라 있었다. 1996년 롯데 주형광과 타이기록. 주형광은 당시 30경기에서 216⅔이닝을 던지면서 삼진 221개를 잡았다.
1984년 롯데 최동원의 기록은 전설이었다. 최동원은 무려 51경기에 등판해 284⅔이닝을 던지면서 223탈삼진을 기록했다. 최근에는 최동원처럼 300이닝 가까이 던지는 투수가 없기에 불멸의 기록으로 남아 있었다.
미란다는 37년 만에 이 기록을 넘어섰다. 9이닝당 탈삼진 수 11.7개를 기록하며 빠르게 대기록에 다가섰다. 1996년 주형광 9이닝당 탈삼진 수 9.2개, 1984년 최동원의 9이닝당 탈삼진 수 7.1개와 비교하면 미란다의 탈삼진 페이스가 얼마나 엄청났는지 알 수 있다.
7타자 만에 최동원과 어깨를 나란히 했다. 미란다는 1회초 2사 1루에서 채은성을 헛스윙 삼진으로 처리하고, 2회초 1사 1루에서 이영빈을 루킹 삼진으로 잡으면서 223개를 채웠다.
3회초 신기록을 세웠다. 1사 후 홍창기와 맞대결. 볼카운트 1-2에서 시속 130km짜리 포크볼을 떨어뜨려 헛방망이를 유도했다. 전광판에 미란다의 224탈삼진 신기록 달성을 알리자 두산 홈팬들이 크게 환호했다. 28경기, 172이닝, 2867구 만에 세운 기록이었다. 4회초에는 1사 1루에서 이재원을 삼진으로 처리하며 225번째 탈삼진을 달성했다.
19경기 연속 퀄리티스타트 행진은 멈췄다. 미란다는 2-0으로 앞선 5회초 홍창기, 정주현, 김현수까지 3타자 연속 볼넷을 허용해 무사 만루 위기에 놓였다. 채은성에게 우익수 희생플라이를 내줘 2-1로 쫓겼고, 1사 1, 3루에서는 오지환에게 중전 적시타를 얻어맞아 2-2 동점이 됐다. 미란다는 계속된 1사 1, 3루 위기에서 이영하와 교체됐다. 이영하는 김민성을 3루수 병살타로 처리하면서 추가 실점은 막았다. 두산은 5-4로 끝내기 승리해 4위를 탈환했다.
미란다는 경기 뒤 "내 야구 인생에서 최고의 금메달을 땄다고 표현하고 싶다. 이런 값진 기록을 세울 수 있어 매우 기쁘고 하늘이 도와준 것 같다. 시즌 내내 함께한 박세혁, 장승현, 최용제 등 포수들에게 고맙다. 든든한 수비로 뒤를 지켜준 야수들에게도 감사하다고 말하고 싶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어 "오늘은 기록을 세웠지만, 팀에 도움이 되지 않은 것 같아 아쉽다.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경기를 이긴 동료들이 대단하고 고맙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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