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태형 두산 감독(왼쪽)-카를로스 수베로 한화 감독 ⓒ곽혜미 기자

[스포티비뉴스=잠실, 고유라 기자] 한화 이글스와 두산 베어스가 더그아웃 설전을 펼쳤다. 

한화와 두산은 26일 잠실야구장에서 2021 신한은행 SOL KBO리그 시즌 13차전을 펼쳤다. 그리고 4회 심판이 양팀 더그아웃을 차례로 찾아 코칭스태프를 진정시키는 장면이 나왔다.

4회초 1사 1루에서 두산 투수 최원준이 김지수를 상대로 높은 공을 던질 때 3루 한화 더그아웃에서 무언가 소리가 났다는 전언. 이에 두산 배터리가 민감하게 반응했고, 한화 벤치가 작전을 훔친 게 아니라 단지 더그아웃 응원이었다며 아무 일 아니라는 제스처를 취하자 두산 코칭스태프가 발끈했다.

당초 두산이 민감해하는 상황에서 한화 코칭스태프가 이를 무시하는 듯한 팔 제스처를 취한 것이 보기 좋은 장면은 아니었다. 그런데 심판이 1루쪽에 가 상황을 정리할 때 두산 코칭스태프가 "베네수엘라에 가서 야구하라"며 해당 국가 출신의 카를로스 수베로 감독을 '배척'하는 언행을 한 것이 중계화면에 잡히면서 양팀 모두 상도의에 어긋나는 행동이 팬들에게 보여지고 말았다.

허운 KBO 심판위원장은 "투수가 던지는 과정에서 (한화 더그아웃에서) 소리가 나자 두산 더그아웃에서 항의를 했다. 그 과정에서 오해가 생기면서 신경전이 벌어졌다. 심판이 양쪽 더그아웃에 주의를 주고 마무리했다. 무관중 경기에서 나온 해프닝으로 보면 된다"고 설명했다.

허 위원장의 말처럼 선수들의 더그아웃 기합 소리, 상대를 흔들어 분위기를 가져오는 언행은 예전부터 계속돼 왔다. 상대가 도루하거나 견제하는 등 작전을 펼칠 때 이를 귀띔해주는 것도 벤치의 일이었다. 그런데 야구장이 음악 앰프 소리 말고는 고요한 상황이 되자 상황이 달라졌다. 선수들이 상대의 말을 더 잘 듣고 민감하게 반응하게 된 것이다.

지난 11일 두산과 LG 트윈스의 잠실 경기에서도 양팀이 몸에 맞는 볼을 주고 받은 상황 속에 상대 코칭스태프의 말에 LG 선수단이 항의하면서 양팀 감독이 그라운드에 나오는 등 분위기가 격앙됐다. 당시에도 김태형 감독은 "무관중이다 보니 말 한 마디가 잘 들려서 발생했다"고 상황을 정리한 바 있다.

KBO리그는 현재 수도권은 무관중, 비수도권은 일부 관중 입장으로 진행되고 있다. 시즌 막바지 순위권 경쟁이 치열한 상황에서 수도권 경기 때 자꾸 이런 충돌이 발생한다면 경기를 미디어로만 접해야 하는 팬들에게는 피로감을 줄 수 있다. 계속해서 "무관중이라 일어난 일"이라고만 설명할 경우 결국 팬들은 그동안 선수들이 계속해서 상대를 과도하게 자극하는 언행을 해왔고 그것이 이제야 드러났을 뿐이라는 비판적인 시선을 가질 것이다.

이럴 때일수록 양팀 더그아웃은 상도의에 어긋나는 언행을 멈추도록 자정해야 한다. 경기가 과열돼 자극적인 단어가 튀어나오면 그것이 바로 상대방에게 전달될 수 있는 환경이라는 것을 인지하고 예전과는 다른 방식으로 경기를 풀어가야 한다. 선수단이 솔선수범해 코로나19 시대의 새로운 야구에 적응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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