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LG 박용택 ⓒ 잠실, 곽혜미 기자
[스포티비뉴스=잠실, 신원철 기자] 어쩌면 마지막이 될지 모를 경기를 앞둔 박용택은 평소와 랐다. 훈련 중인 선수들에게 힘을 주려고 소리도 치고, 장난을 섞어 잔소리도 했다. 그는 후배들에게 "밝게, 실력껏" 잘 했으면 좋겠다는 메시지를 전했다.  

박용택은 5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릴 '2020 신한은행 SOL KBO 준플레이오프' 두산 베어스와 2차전을 앞두고 인터뷰실에 앉았다. 10여분간 이어진 인터뷰를 끝내고 일어서면서, 박용택은 "끝나고 수훈 선수 인터뷰 때 다시 오겠다"며 호탕하게 웃었다. 

- 이기고 싶겠지만 지면 끝이다. 어떤 기분인가.

"다른 날과 다르다. 재미있게 있다가 가려고 한다. 아까 훈련할 때 소리도 지르고 했다. 후배들에게도 밝게 경기하자고 했다. 식당에서 심판 선배들이 우리 후배들에게 왜 이렇게 굳어있느냐고 하더라. 실력껏 잘 했으면 좋겠다."

- 후배들에게 무슨 얘기를 했는지.

"특히 이형종이 자기 것을 잘 못하고 긴장한 것 같았다. 그런 선수들을 조금 더 풀어주려고 한다. 내가 야구하는 것은 길면 2분, 짧으면 10초다."

- 1차전에서는 크리스 플렉센의 초구를 노렸나.

"그런 투수들의 첫 번째 스트라이크를 놓치면 확률이 많이 떨어진다."

- 가족에게 무슨 얘기를 하고 왔나.

"자기 전에 어쩌면 야구선수로 마지막 밤일 수 있다. 밥 좀 잘 차려달라고 했다. 아내는 마지막이 아니라고 하더라. 가족들은 안 온다. 진짜 토요일(7일 3차전)에 온다. 그날이 마지막 잠실 경기라고 생각한다."

- 팬들이 많이 오셨다. 

"육성 응원을 자제해서 그런지 타석 들어갈 때 조용하더라. 내가 뭘 또 잘못했나 싶었다. 와 소리 나왔으면 초구에 안타 나왔을텐데. 아무튼 관중이 있어야 야구장 같다."

▲ 경기 전 박용택(왼쪽)과 류중일 감독. ⓒ 곽혜미 기자
- 정규시즌 마지막 출루 뒤 도루도 했다. 

"이벤트를 만들려고 한 것은 아니다. 누가 그림 그리냐고 하더라. 어릴 때였으면 신민재가 3루 뛸 때 같이 따라갔을텐데 그렇게는 못 했다. 안타 하나면 역전이라 상황을 보고 있는데, 이정도면 내 남은 햄스트링으로도 뛸 수 있겠다 싶었다. 도착하고 나서는 진짜 발이 안 움직인다는 생각을 했다."

- 두산 선발 라울 알칸타라 상대도 대비하고 있는지.

"시즌 후반부터는 중반에도 나간다. 정주현에게 잘 좀 치라고 한다. 요즘에는 정주현 첫 타석부터 바로 준비한다. 작년부터 대타를 하면서 준비가 덜 된 상태에서 나갈 때가 있어서(일찍 준비한다)."

- 스파이크 끈을 안 풀고 있었다고.

"와일드카드 결정전에서 그래서 어제도 안 풀었는데 못 뒤집더라."

- 대타로 한 시즌을 보내고 은퇴하는 소감은.

"주전으로 은퇴하고 싶은 마음도 있었다. 한편으로는 대타로 안타를 칠 수 있을 때 은퇴하는 것도 괜찮다는 생각을 했다. 내 의도는 멋있게 은퇴하려고 2년 뒤를 얘기했는데, 결과는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있을 때까지만 하고 가는 것 같다. 대타 정도라면 몇 년 더 할 수도 있는데, '면'을 지키려고 한다."

- 선수들이 부담을 떨쳐야 할텐데.

"왜 그런지 모르겠다. 내 눈치를 본다. 정말 실력껏 했으면 좋겠다."

- 후배들에게는 동기부여가 됐고, 반대로 그점이 부담스러웠을 수도 있는데.

"우리 팀에는 그런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돌이켜보면 시즌 전 인터뷰에서 팬들에게 '올해는 가을 야구 하겠다'고 했는데, 지나고 나니까 창피했다. 다른 팀은 우승을 말하는데 우리는 절반이 하는 가을 야구를 목표로 하고 있더라. 프로야구 선수가 4위, 3위하겠다고 말하는 것은 아닌 것 같다. 내가 은퇴한 뒤에도 항상 우승할 수 있다는 생각을 갖고 야구를 했으면 좋겠다."

- 두산에 져서 끝나고 싶지는 않을 것 같다.

"특정 팀이라고 특별히 다른 것은 없는데, '아주 조금 더' 기분 나쁘다. 그런 일은 없었으면 좋겠다."

- 김현수에게 해준 말은 없나.

"그만 장난치고 제대로 하라고 했다. 오늘 괜찮을 것 같다. 어제 마지막 타석 타이밍 괜찮았다. 그런 느낌이 왔다고 하더라."  

- 마지막 타석을 상상해봤는지

"뭐든 좋은 결과를 내고 이기는 것이 내가 그리는 그림이다. 가장 마지막 타석은 한국시리즈 우승하는 날이었으면 좋겠다."

- 여전히 '우승택'을 원하는지.

"당연하다. 이제와서 '준우승택', '4등택' 하고 싶지는 않다."

▲ 임훈 코치를 지켜보는 박용택 ⓒ 잠실, 곽혜미 기자
스포티비뉴스, 잠실, 신원철 기자



저작권자 © SPOTV NEWS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