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 출처|영화 '다크 나이트' 스틸
[스포티비뉴스=김현록 기자]코로나 사태로 절체절명의 위기를 맞은 극장 산업을 지원해야 한다는 할리우드 스타 감독 크리스토퍼 놀란의 글이 뒤늦게 화제다.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은 지난 20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포스트에 글을 기고하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직격타를 입은 극장 산업 지원을 촉구했다. 그는 영화란 단순히 화려한 스타나 스튜디오가 아니라 함께 이야기를 즐기는 모든 사람들을 위한 삶의 일부이자, 그 곳에서 일하는 수많은 사람들의 삶 자체라며 지원을 호소했다. 크리스토퍼 놀란은 영화 '프레스티지', '인셉션', '다크나이트', '다크 나이트 라이즈', '인터스텔라', '덩케르크' 등을 연출한 할리우드 대표 감독이다. 

그는 1924년 설립된 유서깊은 극장 체인 B&B씨어터가 최근 2000명 직원을 해고한 사연을 소개하며 "사람들은 영화라고 하면 우선 가서 만나는 스타, 제작사, 그 화려함을 떠올린다. 그러나 영화산업이란 모두에 대한 것이다: 매점에서 일하고, 장비를 다루고, 표를 팔고, 영화를 예매하고, 판촉물을 팔고, 극장 화장실을 청소하는 모든 사람들 말이다" 대개 그들은 월급 아닌 시급을 받아 생계를 유지하며, 우리 공동체가 가장 수월하게 또 민주적으로 모이는 장소를 유지해 간다"고 밝혔다.

놀란 감독은 "이 전례 없는 도전과 불확실성의 시대에, 문을 닫은 이 나라 전역 모든 회사의 피해를 충분히 알고 신속하고도 합당한 결정을 내리는 일이 필수"라며 "놀라운 네트워크를 지닌 극장들이야말로 그같은 산업인데, 의회가 유관 사업체들을 위한 지원을 고려하는 만큼 나는 사람들이 우리의 극장 공동채를 진정한 모습으로 바라봐주길 바란다. 많은 사람들에게 일자리를 제공하고, 모두에게 즐거움을 주는 우리 사회적 삶의 필수 요소로서 말이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이 곳은 관객이 친구, 가족과 저녁 나들이를 즐기고 또 노동자들이 관객과 이야기를 함께 만들어가며 대접하는 즐거운 만남의 장소다. 영화를 만드는 사람으로서 내 작품은 이같은 노동자들, 그들이 환대하는 관객들 없이 결코 완성될 수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언론은 사람들의 이목을 끌기 위해서 마치 다윈 식 생존경쟁이라도 하듯 엔터테인먼트가 사람들 서로에게 적대적이라는 구조를 만드는 경우가 너무 많다. 그것은 논점에 어긋난다. 사람들은 이야기를 경험하길 좋아하는데, 왜냐면 그들이 함께든 혼자든 영화, TV, 소설, 게임은 우리의 감정에 이입하게 하고 카타르시스를 주기 때문"이라고 꼬집었다.

▲ 텅 빈 극장가. ⓒ스포티비뉴스
놀란 감독은 "지난 몇 주는 영화를 보러 가는 것보다 훨씬 중요한 삶의 일부가 있음을 우리에게 상기시켰다"면서도 "불확실한 시대, 우리 모두가 함께라는 믿음 만한 위안이 없다. 영화를 관람하는 경험은 수 세대에 걸쳐 쌓여 왔다. 정부 도움이 필요한 극장 직원들을 돕는 것 외에도, 극장 공연 업계는 영화제작사들과 전략적이고도 미래 지향적인 파트너십이 필요하다"고 호소했다.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은 "극장가는 암흑에 접어들었고, 당분간을 그럴 것이다. 그러나 안팔린 물건이나 미수 이자와는 달리 영화란 그 가치가 끊임없다. 이 단기 손실의 대부분은 회복이 가능하다. 이 위기가 지나가면, 사람들 간 만남의 필요성, 함께 살고 사랑하고 웃고 울어야 할 필요성은 어느 때보다 강력해질 것이다. 짓눌려졌던 수요와 새로운 영화들의 약속이 만나면 지역 경제가 살아나 이 나라 경제에도 수십억 달러의 기여를 할 수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놀란 감독은 "현재 가장 큰 타격을 입고 있는 이들은 영화관 같은 사업체"라며 그것이 "함께하고 싶은 욕망"이라는 인간의 가장 위대한 본능에 기반한 극장의 매력이 현 사태와 충돌하기 때문이라고 안타까워 했다. 놀란 감독은 "아마 나처럼, 여러분들도 서라운드 사운드나 팝콘, 콜라, 스타들 때문에 영화를 보러 가는 줄 알았을 것이다. 하지만 그게 아니었다. 우리는 서로를 위해서 그 곳에 있었다"고 글을 맺었다.

▲ 텅 빈 극장가. ⓒ스포티비뉴스

극장과 영화계의 위기는 미국만의 문제가 아니다. 코로나19 확산과 함께 급감한 국내 극장 관객은 이틀 연속 2만명 대에 머물 만큼 줄어들었다. 지난해에 비해 85% 감소한 역대 최저 수준이다. 한국 영화산업 전체 매출 중 영화관 매출이 약 80%를 차지한다. "영화관의 매출 감소는 곧 영화산업 전체의 붕괴를 의미한다"는 목소리가 터져나오는 이유다.

고사 위기에 처한 한국 영화계는 24일 정부의 긴급 지원을 요청하는 공동 성명을 내기에 이르렀다. 25일 한국영화프로듀서조합, 한국영화감독조합, 영화단체연대회의, 영화수입배급사협회, 한국상영관협회, 한국영화마케팅사협회, 여성영화인모임, 한국영화디지털유통협회, 한국영화촬영감독조합, 예술영화관협회, 한국영화제작가협회, CGV, 롯데시네마, 메가박스, 씨네Q 등은 '코로나19로 영화산업 붕괴 위기, 정부의 지원이 절실하다'는 제목의 성명을 발표했다. 영화 제작자와 감독, 수입사, 극장과 마케팅, 디지털유통사와 스태프 등 영화계 거의 전부분이 동참했다. 이들은 ▲영화산업 특별고용지원 업종 선정 ▲피해 지원을 위한 정부의 금융 지원 정책 ▲ 정부지원 예산 편성 및 영화발전기금 지원 비용 긴급 투입 등을 촉구했다. 영화진흥위원회는 24일 코로나19 전담대응TF를 꾸리고 활동을 시작했으나 대처가 늦었다는 지적이 상당하다.

스포티비뉴스=김현록 기자 roky@spotvnews.co.kr


관련기사

저작권자 © SPOTV NEWS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