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화 '기생충'의 조여정. 제공|CJ엔터테인먼트
[스포티비뉴스=김현록 기자]아직 칸영화제를 다녀온 피곤이 풀리지 않았다 했지만 조여정(38)의 얼굴은 생기가 가득했다. 그녀는 제72회 칸국제영화제에서 최고상인 황금종려상을 수상한 '기생충'에서 맹활약했다. 봉준호 감독의 인장이 깊이 찍힌 이 수상쩍고 이상한 가족이야기, 여러 배우의 앙상블이 조화를 이룬 가운데서도 조여정의 오롯한 존재감이 빛난다.

봉준호 감독의 7번째 장편인 영화 '기생충'은 전원백수인 기택(송강호)네 장남 기우(최우식)가 고액 과외 면접을 위해 박사장(이선균)네 집에 발을 들이면서 시작된 두 가족의 만남이 걷잡을 수 없는 사건으로 번져가는 가족희비극. 이번 작품으로 처음 봉준호 감독과 함께한 조여정은 박사장의 젊고 아름다운 아내 연교 역을 맡았다.

연교는 곱게 자라 일찍 엄마가 돼 내 가족이 삶의 전부인 부잣집 안주인이자, 아무것도 모르면서 세상을 잘 안다 착각하는 '심플'한 여인이다. 이런 캐릭터를 봉준호의 영화에서 본 적이 있었던가. 한껏 몰입한 조여정의 '리액션'은 마치 '액션'처럼 느껴진다. 기택 가족의 말에 커다랗게 눈을 뜨고 고개를 끄덕이는 모습 뒤로 '믿습니다!'하는 외침이 들릴 것 같다.

▲ 영화 '기생충'의 조여정. 제공|CJ엔터테인먼트
봉준호 감독은 연교 역은 다른 오디션이나 미팅도 일체 없이 처음 만난 조여정에게 시나리오를 건넸단다. "여정씨 아니었으면 큰일날 뻔했다. 제가 보기에. 그 역할을 그런 느낌으로 소화할 사람 많지 않다"면서 "귀여우면서도 딱이었다. 과연 대안이 있을까 싶다"는 감독의 말에선 확신에 대한 만족감이 고스란히 드러났다. 이야기를 전해들은 조여정은 그저 환하게 웃으며 "너무 좋다"를 연발했다.

"봉준호 감독님이랑 작업을 해보고 싶었죠. 기회가 없을 거라고 평소 생각했어요. '나는 없을 건가봐' 하고. 그냥 뭐랄까, 봉감독님 영화에 제 나이 또래 여배우가 할 수 있는게 있을까 싶었어요. 기회가 있을까 했는데 신기하게 이렇게 됐네요."

조여정이 '기생충'에 함께하자는 봉준호 감독의 연락을 받은 건 2017년 12월. '우리 영화 좀 이상해요'라는 장난기 어린 봉준호 감독의 말에 '저 이상한 것 너무 좋아해요'라고 응수하며 첫 만남을 가졌던 조여정은 그대로 '기생충'에 승선했다. 악의 없이 순진하지만, 가진 자의 마음가짐을 숨기지 못하는 말간 연교의 얼굴이 조여정에게 그대로 입혀졌다. 과거부터 "부잣집 깍쟁이 딸" 연기를 자주 했다는 "그 딸이 커서 부잣집 사모님이 된 것 됐나보다"며 웃음지었다.

▲ 영화 '기생충'의 조여정. 제공|CJ엔터테인먼트
"연교로선 엄청 진지하게 했어요. 이 여자에겐 늘 그것보다 중요한 일이 없잖아요. 엄청 진지하게 했는데, 재미있게 했어요. 그간 안 해본 작업이었어요. 다른 캐릭터에 비해서 연고는 다층적인 면이 없고 심플한 여자예요. 그런 점에서 비교적 편했어요. 전 원래 불필요한 생각이 많은 편인데 심플하게 비우려고 노력했어요. 그리고 기택 가족에게 엄청 집중했어요. 제가 다음 할 게 거기에 달렸으니까요. 깨끗한 상태에서 반응만 하면 되니까 엄청 집중했던 것 같아요."

엉뚱한 영어대사, 기막힌 타이밍의 리액션 덕에 곳곳에서 폭소도 터진다. 조여정은 "연교가 영어를 쓰지만, 사실 전혀 모르는 것도 같다. 저는 그것이 허영심이라고 느꼈다"

'기생충'이 칸국제영화제 경쟁부문에 초청돼 한국영화 최초로 최고상인 황금종려상을 탄 것은 조여정에게도 놀라움이자 기쁨이었다. 폐막까지 함께 있지 못하고 전날 한국에 도착한 조여정은 온라인 생중계를 새벽3시까지 지켜보다 그만 깜박 잠이 들었다. 새벽5시 문득 깨어 본 전화기에 엄청난 메시지가 와 있는 걸 보고 떨림과 함께 내용과 기사를 확인했단다.

"아침까지 꼬박 지새우면서 연락을 주고받았어요. 어쩜 나한테 이런 일이 있나 하면서요. 너무 자랑스럽고 멋있다 이런 이야기를 했던 것 같아요…. 상에 대한 건 저희까지도 아무 기대하지 못했거든요. 올해는 유난히 쟁쟁한 감독님드 영화가 쏟아져나와서 경쟁부문 가는 것 자체기 기뻤거든요. '우와 우리가 여기에 갔구나' 그 자체를 엄청 좋아했어요. 설마설마 했는데 정말 믿을 수 없는 일이죠."

▲ 영화 '기생충'의 조여정. 제공|CJ엔터테인먼트

조여정은 그러나 "이 영광이 다음 작품을 하고 연기를 하는 제 능력을 키워주는 그런 영광은 아닌 것 같다"며 "하던 대로 다음 작품에서는 다시 최선을 다해야 할 것 같다"고 마음을 다잡았다. "더 연기를 잘해야 하는데 어떻게 하지, 하는 마음"이라고도 했다.

다만 '기생충'에서 다시 조여정을 발견했다, 이런 모습이 있는줄 몰랐다는 평가들은 늘 새로운 마음으로 출발하는 데 큰 힘이 된단다. 최근 종영한 JTBC 드라마 '아름다운 세상'에서 자식의 죄를 덮으려 진실을 외면하는 어긋난 모성애를 그리며 '내 능력 밖'이라며 고민하고 더 고민했던 터라 좋은 평가들이 더 큰 힘이 되어 그녀에게 다가가는 듯했다.

"제가 연교처럼 심플하지는 못해요. 딴애는 많이 한다고 고민을 많이 하고요. (좋은) 그런 이야기를 해주시면 그 노력이나 고민이 배신을 안하는구나 싶을 뿐이고요…. 점점 이 일을 하는 게 어려워지는 것 같아요. 어떻게 보면 능력 밖의 캐릭터를 하려고 저를 못살게 굴어요. 일상생활이 다운될 정도로 힘들기도 하고요. 이렇게까지 연기를 해야 하나 생각할 때도 있지만, 결과물이 나와서 좋은 이야기를 들으면 '맞네, 그 정도까지 힘들었어야 하네' 하는 생각이 들어요."

스포티비뉴스=김현록 기자 roky@spotvneews.co.kr

▲ 영화 '기생충'의 조여정. 제공|CJ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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