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티비뉴스=고성, 박대현 기자 / 이강유 영상 기자] 모두가 철인(鐵人)을 꿈꾼다. 

쇠 철(鐵) 자에 어울리는 단단한 몸과 마음을 위해 땀을 흘린다. 땀방울이 퇴적층처럼 쌓였다.

"올림픽 메달 따고 떵떵거리며 살래요"라는 여중생부터 "사이클 배우려다 얼떨결에 입문했다"는 스무살 청년까지 다양한 사연이 대회장에 녹아 있었다.

지난 26일 고성공룡엑스포공원에서 '2019 아이언맨 고성 70.3'이 열렸다. 전 세계 철인 1820인이 겨루는 철인3종(트라이애슬론·Triathlon) 대회.

트라이애슬론은 한 선수가 3개 종목(수영·사이클·마라톤)을 완주해 최단시간 순으로 순위를 겨루는 종목이다. 이번 대회에선 수영 1.9km 사이클 90.1km 마라톤 21.1km가 과제로 주어졌다.

4시간 29분 24초로 전체 4위, 한국 선수 가운데 2위로 골인한 남궁민(20, 서울 성동구)은 "변수가 많은 게 트라이애슬론 매력이다. 예측 불가능성이 크다(웃음). 경기 시간이 다른 스포츠와 견줘 길다. 그래서 한시도 방심할 수 없다"고 했다.

이른바 '웃상'이었다. 인터뷰 내내 해맑게 웃는 얼굴이 인상적이었다.

햇빛에 그을린 몸은 탄탄했지만 생김새만 보면 철인보다 유생에 가까웠다. 입문 계기를 물었다.

"원래 사이클 타는 걸 좋아했다. (자전거를 타다 보니) 욕심이 생겨 전문적으로 배우기 위해 한남동으로 갔다. 거기서 오영환 프로를 찾아 배움을 청했다. 그런데 오 프로께서 철인3종 경기를 권유하시더라. 그때 입문했다(웃음). 오늘(26일) 생각보다 기록이 잘 나와서 정말 기분 좋다"며 환히 웃었다.

고성 대회 상위 40인은 오는 9월 8일 프랑스 니스에서 열리는 세계선수권대회에 나선다. 18~24세 부문 1위를 차지한 남궁민도 출전권을 거머쥐었다. 각오를 물었다.

"오는 9월까지 열심히 준비하겠다. 프랑스 니스에서 오늘(26일)처럼 좋은 기록을 내는 게 목표다. 수영을 조금 더 보강해 기록 단축을 노릴 계획이다. 지켜봐 달라."

▲ 26일 경남 고성에서 열린 아쿠아슬론 U-15 대회에서 1~5위를 휩쓴 창원 중앙중, 통영 충렬여중 학생들. 인터뷰 내내 말소리 웃음소리가 떠나지 않았다.
스무살 남궁민 못지않게 싱그러운 이를 또 만났다. 한 명이 아니었다. 다섯이었다.

번외경기로 열린 아쿠아슬론 U-15 대회에 출전한 창원 중앙중, 통영 충렬여중 학생들이었다. 이들은 나란히 대회 1~5위를 휩쓸었다.

나이는 어리나 실력이 좋았다. 개중에는 청소년 대표 출신도 있었다. 실력만 출중한 게 아니었다. 입담과 체력은 더 좋았다.

남자 중등부 1위에 오른 중앙중 김성빈 군은 "(트라이애슬론은) 수영 사이클 마라톤 등 3종목을 다 할 수 있다는 게 가장 매력적"이라고 밝혔다.

옆자리 앉은 친구가 핀잔을 줬다. "방송용 멘트 하지 말라"며 말허리를 툭툭 건드렸다. 웃음소리가 끊이지 않았다.

아이들은 한목소리로 "국가 대표에 뽑혀 올림픽, 아시안게임에서 메달을 따고 싶다"고 힘줘 말했다.

김 군은 "(메달 따면) 떵떵거리며 살 수 있지 않나요(웃음). 엄마도 그래서 운동시켰어요. 공부 말고 운동 열심히 하라고"라며 농반진반 자기 꿈을 밝혔다.

이때 과학 점수가 뜬금없이 나왔다. 다들 스스로 공부 꽤나 했다면서 자랑 배틀을 벌였다.

"나 (중학교) 2학년 때 과학 95점 받았다고!" "아, 어쩌라고. 나도 전교 꼴찌는 아니거든. 내 뒤에 40명 있어."

5인을 카메라에 담으려던 PD는 이때 웃음이 터졌다. "너무 정신 없다"며 촬영을 단념했다. 뉴스 영상으로는 살짝 모자랐다. 분위기는 그러나 백점 만점이었다.

옆에서 말없이 듣기만 하던 한 아이는 7년간 수영 선수 생활을 했다. 그러다 덜컥 철인3종에 발을 들였다. 

입문한 지 1년도 안 돼 아시아선수권대회 출전권을 땄다. 일취월장했다. 소리 없는 실력자로 성장했다.

다들 그렇게 꿈을 향해 한뼘씩 손발을 뻗었다.

일본 청춘 영화를 보는 듯했다. 남자둘 여자셋. 내리쬐는 햇볕과 긴 경기 시간에 지친 취재진에게 청량감을 선물했다. 시원한 당항포 바닷바람처럼 이들이 디딜 앞길이 훌훌 흘렀으면 했다.

스포티비뉴스=고성, 박대현 기자 / 이강유 영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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