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72회 칸국제영화제에서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이 한국영화 최초의 황금종려상을 수상했다. 그 감격의 순간. ⓒ게티이미지

[스포티비뉴스=칸(프랑스),김현록 기자]알레한드로 곤잘레스 이냐리투 심사위원장이 마지막 발표를 시작했다. 황금종려상은 한국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 봉준호 감독과 송강호는 서로를 바라봤다. 송강호가 봉준호 감독에게 와락 안겼다.

25일 오후 7시(현지시간, 한국시간 26일 오전 2시) 프랑스 남부 휴양도시 칸의 뤼미에르 대극장에서 열린 제72회 칸국제영화제 폐막식에서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이' 최고상인 황금종려상을 수상했다. 올해 100년을 맞이한 한국영화 최초의 경사다. 

▲ 제72회 칸국제영화제에서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이 한국영화 최초의 황금종려상을 수상했다. 그 감격의 순간. ⓒ게티이미지

봉준호 감독 '기생충'의 수상은 어느 정도 점쳐졌다. 폐막식에 앞서 뤼미에르 대극장 앞에 깔린 레드카펫에 까만 보타이와 턱시도 차림의 봉준호 감독과 송강호가 나타났기 때문이다. 칸영화제는 폐막식날 낮 수상자들에게 미리 폐막식에 참석하라는 귀띔을 한다. 두 사람이 참석했다는 건 '기생충'이 무엇인가 상을 받는다는 신호였다.


▲ 제72회 칸국제영화제에서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이 한국영화 최초의 황금종려상을 수상했다. 그 감격의 순간. ⓒ게티이미지

봉준호 감독과 송강호는 이날 레드카펫에 처음으로 나타난 경쟁부문 감독이었다. 들뜬 얼굴이었다. 밝은 표정이었다. 봉준호 감독은 영화를 보고 호평하는 사람들을 만나 행복했다고, 송강호는 맛있는 걸 많이 먹었다고 웃음지었다.

그리고 시상식이 이어졌다. 봉준호 감독과 송강호, 그리고 '기생충'의 이름은 계속해 불리지 않았다. 그리고 마지막 순간이 다가왔다. 시상식 중계 카메라가 턱에 손을 올리고 정면을 바라보고 있는 묘한 표정의 봉준호 감독을 비췄다. 황금종려상의 주인공은 바로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이었다. 

▲ 제72회 칸국제영화제에서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이 한국영화 최초의 황금종려상을 수상했다. 그 감격의 순간. ⓒ게티이미지

▲ 제72회 칸국제영화제에서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이 한국영화 최초의 황금종려상을 수상했다. 그 감격의 순간. ⓒ게티이미지

두 사람이 번쩍 일어나 서로를 바라봤다. 송강호가 와락, 봉준호 감독을 끌어안았다. 봉준호 감독은 주먹을 불끈 쥐고 하늘로 뻗었다. 뤼미에르 대극장 2300석을 가득 채운 이들의 박수갈채가 쏟아졌다. 

지난 21일 밤 공식상영을 통해 첫 공개된 '기생충'은 모두가 첫 손에 꼽는 황금종려상의 유력 후보였다. 굽이치는 이야기 속에 유머와 공포와 풍자와 비판의식이, 씁쓸함과 애잔함이 함께하는 흠잡을 데 없는 수작이었다. 

수많은 매체가 호평했고, 평점도 최고 수준이었다. 다만 두번째로 경쟁부문에 진출한 한국의 장르영화 감독 봉준호가 황금종려상을 받을 것이라 누구도 예측하기 어려웠다. 많은 이들이 페드로 알모도바르 감독의 '페인 앤 글로리'가 황금종려상을 받을 것이라 점쳤다. 그러나 알레한드로 곤잘레스 이냐리투 감독이 이끄는 9인 심사위원단의 결정은 '기생충'이었다. 

▲ 제72회 칸국제영화제에서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이 한국영화 최초의 황금종려상을 수상했다. 그 감격의 순간. ⓒ게티이미지
▲ 제72회 칸국제영화제에서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이 한국영화 최초의 황금종려상을 수상했다. 그 감격의 순간. ⓒ게티이미지

시상자는 프랑스의 배우 카트린 드뇌브였다. 봉준호 감독은 감격어린 수상소감에 앞서 "메르시"라며 감사하다는 뜻의 프랑스어 인사를 했다. 그리고 수상소감을 이어갔다. 


▲ 제72회 칸국제영화제에서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이 한국영화 최초의 황금종려상을 수상했다. 그 감격의 순간. ⓒ게티이미지
▲ 제72회 칸국제영화제에서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이 한국영화 최초의 황금종려상을 수상했다. 그 감격의 순간. ⓒ게티이미지


"불어 연설을 준비 못했지만 언제나 프랑스 영화를 보면서 영감을 얻었습니다. 어린 시절부터 저에게 큰 영감을 준 앙리 조르주 클루조와 클로드 샤브롤 두 분께 감사드립니다. 기생충'이라는 영화는 저에게 영화적 모험이었습니다. 독특하고 새로운 영화를 만들고 싶었습니다. 그 작업을 가능하게 해준 건 저와 함께해 준 수많은 아티스트가 있었기 때문입니다."

▲ 제72회 칸국제영화제에서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이 한국영화 최초의 황금종려상을 수상했다. 그 감격의 순간. ⓒ게티이미지

그리고 나서 봉준호 감독이 부른 이름은 다름아닌 송강호였다. 

"이 자리에 함께해 준 가장 위대한 배우이자 저의 동반자인 송강호 배우의 멘트를 이 자리에서 꼭 듣고 싶습니다."


▲ 제72회 칸국제영화제에서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이 한국영화 최초의 황금종려상을 수상했다. 그 감격의 순간. ⓒ게티이미지
갑작스럽게 마이크 앞으로 불려나온 송강호는 그러나 곧 멋진 소감을 전했다. "인내심과 슬기로움과 그리고 열정을 가르쳐주신 존경하는 대한민국의 모든 배우분들께 이 모든 영광을 바치겠습니다." 봉준호 감독은 웃음지으며 그 모습을 뒤에서 지켜봤다. 제작사 바른손이앤에이 곽신애 대표도 함께였다. 

다시 봉준호 감독이 마이크를 잡았다. 

▲ 제72회 칸국제영화제에서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이 한국영화 최초의 황금종려상을 수상했다. 그 감격의 순간. ⓒ게티이미지

그의 마무리는 이러했다.

"저는 12살의 나이로 영화감독이 되기로 마음먹었던 소심하고도 어리숙한 영화광이었습니다. 이 트로피를 이렇게 손에 만지게 되는 날이 올 줄은 상상도 못했습니다 메르시, 메르시 보쿠(Merci, Merci Beaucoup)."

스포티비뉴스=칸(프랑스), 김현록 기자 roky@spotv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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