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필이면 기쿠치가 1이닝을 던진 날 경기가 길어졌다. 시애틀은 연장 11회 진땀 승부에서 5-4로 텍사스를 꺾었다. 투수 8명이 등판하는 소모전이었다.
선발 기쿠치가 1이닝, 두 번째 투수 셰필드가 3이닝을 던졌으니 전형적인 '오프너'에 해당한다. 그런데 오프너에서 선발투수 임무를 맡는 선수들은 대체로 불펜 전문 선수들이다. 기쿠치처럼 선발투수로 영입한 선수들이 1이닝만 던지는 경우는 보기 드물다.
이는 시애틀의 계획된 기용이다. 기쿠치와 시애틀은 계약 당시부터 한 달에 한 번 '선발로 나가되 짧게 던지는' 조건을 걸었다. 지금까지 일본인 투수들이 메이저리그의 5인 로테이션에 익숙해지기 전 팔꿈치에 탈이 나는 일이 반복됐기 때문이다. 5일 간격 등판에 익숙해지는 과정이라고 볼 수 있다.
MLB.com은 "이 계획이 시애틀에 도움이 되는지 알 수 있으려면 몇 달 혹은 몇 년이 걸릴 것이다. 앞으로도 1달에 한 번은 이렇게 할 것"이라고 보도했다.선수와 구단이 합의한 사항이지만, 이런 식의 기용이 도움이 될지 알 수 없다는 반론도 있다. 장훈(하리모토 이사오)은 28일 아침방송에서 "1이닝 던지는 것으로 감을 유지할 수 없다. 3이닝도 아니고"라며 기쿠치가 투구 감각을 잃지는 않을지 우려했다.
당사자는 어떨까. 닛칸스포츠에 따르면 기쿠치는 "솔직히 마지막에 던진 게 어떤 감각이었는지 잘 모르겠다. 경험한 적 없는 기분"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어디까지나 농담조의 발언이었고, 얼굴은 밝았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