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염경엽 감독의 주문을 성공적으로 이행한 백인식은 1군 복귀전에서 감격의 세이브를 수확했다 ⓒSK와이번스
[스포티비뉴스=김태우 기자] SK는 24일과 25일 대구에서 열린 삼성과 경기에서 모두 접전을 치렀다. 결과적으로 2승이라는 최상의 결과를 내긴 했지만 과정은 결코 쉽지 않았다.

24일에는 선발 브록 다익손이 3⅓이닝밖에 버티지 못했다. 설상가상으로 8-5로 앞선 9회 마무리 김태훈이 무너지는 바람에 불펜투수들이 추가로 나와야 했다. SK는 이날 총 7명의 불펜투수가 출석 체크했다. 월요일과 화요일 휴식을 취하기는 했으나 출혈이 적지 않은 경기였다.

25일에도 접전이 이어졌다. 선발 박종훈이 5이닝을 소화하기는 했지만 전날 불펜 소모를 생각하면 넉넉하지 않았다. 정영일 강지광 서진용이 또 나왔고, 4-3으로 앞선 연장 10회에는 채병용도 연투에 돌입했다. 하지만 몸에 맞는 공과 볼넷을 내준 끝에 1사 2,3루에 몰렸다.

그러자 염경엽 감독은 다소 의외의 선택을 했다. 예상했던 후보인 김택형 하재훈을 쓰지 않았다. 대신 사이드암 백인식을 마운드에 올렸다. 지난해 큰 기대를 모았으나 웃자란 팔꿈치 뼛조각에 좌절한 백인식은 수술 뒤 이제 막 1군에 올라온 참이었다. 이런 상황에 쓰기는 선수나 벤치에나 모두 부담스러웠다. 그러나 염 감독은 과감하게 드라이브를 걸었다.

1사 2,3루에서 백인식은 풀카운트까지 가는 승부 끝에 김상수를 헛스윙 삼진으로 돌려세우며 한숨을 돌렸다. 그러나 다음 상대는 삼성의 간판타자 중 하나인 구자욱이었다. 체인지업이라는 주무기를 가진 백인식은 좌타자에 약한 전형적인 사이드암이 아니다. 하지만 구자욱도 사이드암에 약한 타자가 아니었다. 이미 끝내기 주자가 2루에 있다는 점에서 거르고 갈 가능성이 높아 보였다. 하지만 염 감독은 다시 드라이브를 건다. 승부를 하도록 했다.

초구는 볼, 3구도 볼이었다. 2B-1S에 몰렸다. 그러나 여전히 고의4구 사인은 없었다. 대신 염 감독은 벤치에서 ‘붙어라!’는 사인을 적극적으로 냈다. 결과는 자신이 책임질 테니, 여기서 승부를 보자는 강력한 주문이었다. 감독이 직접 사인을 내는데 포수와 투수는 당연히 이를 따라야 했다. 이는 대성공했다. 풀카운트에서 깊이 심호흡을 한 백인식은 좌타자 몸 쪽으로 파고드는 변화구를 던져 구자욱을 루킹 삼진으로 잡아냈다.

백인식으로서는 감격의 1군 복귀전에서 감격의 세이브를 따냈다. 백인식의 마지막 세이브는 2017년 9월 20일 광주 KIA전 이후 582일 만이었다. 개인적으로는 큰 자신감을 얻을 만한 경기였다.

1점 차 승부에서 ‘또’ 이긴 SK도 침체 분위기에서 완전히 탈출하며 단독 선두에 복귀했다. 최근 6경기에서 5승을 거두며 팀 분위기를 살렸다. 주말 3연전에 대비한 불펜 운영도 가능해졌다. 3연투를 기본적으로 배제하는 염 감독의 성향에서 김택형 하재훈 김태훈을 모두 남겨 26일 경기에 대비하는 효과를 얻었다. 승부수의 적중이란 이런 상황을 두고 하는 말이다. 한편으로는 ‘붙어’라는 메시지가 전체 투수들에게 주는 파급력도 분명 가볍게 여길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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