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화 이글스 외야수 이용규 ⓒ한희재 기자

[스포티비뉴스=고유라 기자] 한화 이글스가 파문을 일으킨 이용규에게 중징계를 내렸다.

이용규는 시범경기 개막 하루 전인 지난 11일 한용덕 감독과 첫 면담을 한 뒤 15일 구단 운영팀장을 만나 이야기를 나눴다. 이 자리에서 이용규는 트레이드를 요청했다. 이어 16일 훈련에 불참하면서 구단은 이용규에게 육성군행을 통보했고 후속 조치를 예고했다.

개막 전에는 무조건 조치를 취하겠다고 밝힌 구단은 22일까지 긴 논의 끝에 조치를 발표했다. 바로 이용규의 무기한 참가활동정지. 이용규는 구단이 활동정지를 풀어줄 때까지 1,2군 경기 출장은 물론 육성군 훈련도 불가능하다. 그는 "구단 조치를 수용하고 구단과 팬들에게 죄송하다. 개인훈련에 열중하겠다"고 밝혔다.

구단은 "이용규가 트레이드를 요청한 시기와 진행방식이 '팀의 질서와 기강은 물론 프로야구 전체의 품위를 심각하게 훼손하는 행위'라고 판단했다. 향후 이 같은 유사 행위가 재발하지 않도록 일벌백계 차원에서 구단 자체 징계 중 최고 수위인 무기한 참가활동정지를 결정했다"고 징계 배경을 밝혔다.

이용규는 올 시즌을 앞두고 구단과 긴 협상 끝에 1월 30일 2+1년 총액 26억 원에 FA 계약을 맺고 잔류했다. 일본 스프링캠프를 떠나며 "프로 선수로서 내 가치를 증명하겠다"는 각오를 밝히기도 했다. 그러나 스프링캠프를 치르고 시범경기에 돌입하며 구단과 감정의 골이 깊어진 끝에 외부에 트레이드 요청 사실을 알렸다. 

야구계에서는 이용규의 결정에 충분한 이유가 있다 하더라도,구단이 시즌 운영 기틀을 모두 짜놓은 개막 직전 구단을 떠나겠다는 시기와 방식이 좋지 않았다는 평가가 많았다. 한화 관계자들은 이용규의 트레이드 요청 소식이 전해진 뒤 "황당한 소식이다. 이용규가 왜 그러는지 모르겠다"고 입을 모았다. 이용규는 트레이드를 요청한 뒤 이유와 심경에 대해 입을 다물어 오해와 루머를 키웠다. 

한화가 이용규에게 내린 무기한 참가활동정지는 KBO의 징계와 다르기 때문에 KBO 규약 상으로는 단지 1군 엔트리 제외의 의미를 갖는다. 한화는 이용규에게 계약금과 연봉을 줘야 한다. 고액 연봉자인 만큼 1군에서 제외된 기간에 비례해 연봉이 삭감되겠지만 한화는 금전적 피해를 입는 셈이다. 한화가 피해를 감수하면서까지 그에게 무기한 참가활동정지 처분을 내린 것은 선수단 관리에 중요한 선례를 남기기 위해 '강경 대응'의 이미지를 줬다고 풀이할 수 있다.

그런데 한화가 이용규에게 '무기한'으로 참가활동을 정지한 것은 최고 징계라는 점 외에도 다른 의미가 있다. 만약 1년, 혹은 2년의 기한을 정해 놓았다면 구단은 이용규와 불필요한 오해를 풀더라도 그를 기용할 수 없다. 그러나 무기한은 오히려 언제든 구단이 징계를 해제할 수 있다. 한화로서는 최고 징계로 이용규를 벌하는 것과 동시에 그가 돌아올 수 있는 여지를 남겨놓은 셈이다. 억대 연봉을 주는 선수를 계속해서 쓰지 못하는 것은 구단에도 큰 손해다.

남은 것은 이용규가 속시원히 그간의 일을 터놓고 구단과 갈등을 푸는 일. 이용규가 다가간다면 구단 역시 한 선수의 야구 생명을 좌우할 수 있는 징계라는 점을 상기하며 그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 구단이 마지막으로 터놓은 징계의 틈을 이용규가 비집고 들어갈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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