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위력적인 구위로 개막 엔트리 승선 가능성을 높인 하재훈 ⓒ연합뉴스
[스포티비뉴스=김태우 기자] 시작은 물음표였지만, 목표를 향해 차분하게 달려가고 있다. SK 불펜 새 얼굴인 하재훈(29)이 기대 이상의 보폭으로 개막 엔트리 승선을 눈앞에 뒀다.

2019년 신인드래프트에서 SK의 2차 2라운드(전체 16순위) 지명을 받은 하재훈은 스스로 길을 만들어가고 있다. KBO 리그 첫 시즌, 투수 전향 직후 시즌이라는 점에서 변수가 많았지만 스프링캠프부터 자신의 가치를 증명했다. 첫 두 번의 시범경기 등판에서도 2이닝 동안 탈삼진 4개를 기록하며 실점하지 않았다. SK가 원했던 그림 그대로 나아가고 있다. 

두 번 모두 완벽한 피칭은 아니었다. 그러나 두 명의 주자가 있는 상황에서 실점하지 않았다. 이것이 더 중요할 수도 있다. 위기관리능력을 보여줬기 때문이다. 시속 150㎞를 넘나드는 강속구로 삼진을 잡아내며 위기에서 벗어났다. 구위는 물론 든든한 배짱도 돋보였다. 어떤 상황에서든지 마운드에 올라야 하는 불펜투수가 갖춰야 할 덕목이다. 하재훈은 가장 중요한 것을 가지고 있음을 증명했다. 

손혁 SK 투수코치는 “일단 무실점이라는 결과를 만들어낸 것이 중요하다. 힘이 들어간 면이 있지만, 공격적인 투구가 좋았다”면서 “기본적으로 볼을 연달아 던지는 스타일이 아니다”고 장점을 칭찬했다. 주자가 있는 상황에서의 퀵모션 등도 합격점을 받았다. 손 코치는 “야수 출신이라 그런지 수비가 좋다. 여기에 우려했던 것과는 달리 세트포지션도 문제가 없다”고 장점을 설명했다.

아직 다 보여준 게 아니다. 하재훈은 두 번의 등판에서 패스트볼 위주의 투구를 했다. 슬라이더를 섞었지만 전체적으로 빠른 투구였다. 그러나 하재훈의 진짜 무기는 커브에 있다는 게 SK 관계자들의 공통적인 이야기다. 이 커브를 많이 던지지 않았다. 150㎞대의 패스트볼, 140㎞대 초반의 슬라이더, 그리고 130㎞대 커브 레퍼토리가 완성된다면 타자의 타이밍을 뺏기가 더 쉽다.

개막 엔트리 승선도 굳어지고 있다. 사실 플로리다 캠프에서 155㎞의 강속구를 던질 때까지만 해도 신중론이 있었다. “그래도 실전에서 보고 판단해야 한다”는 조심스러운 의견이 많았다. SK에 우완 불펜투수들이 많다는 점에서도 그랬다. 하지만 오키나와 연습경기와 시범경기에서도 상승세를 이어갔다. 대세론을 만들었다. 

염경엽 SK 감독은 “아직 마무리로 쓸 수는 없지만, 마무리투수가 될 수 있는 자질을 가진 선수”라고 평가한다. 현재 기량은 물론 구단의 미래를 생각해서라도 올해 활용폭을 넓힌다는 생각이다. 한 시즌을 꾸준하게 완주하기는 쉽지 않겠지만, 성공 확률이 높을 때 투입해 성장할 수 있게끔 돕는다는 구상을 다 마쳤다. 

물론 하재훈의 목표는 ‘풀타임 완주’다. 지금까지 구단의 기대를 뛰어넘은 하재훈이라 예사롭지 않다. 목표를 초과 달성할 수 있을지 주목되는 가운데 일단 출발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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