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GS칼텍스와 경기 도중 선수들에게 작전을 지시하는 이정철(가운데) IBK기업은행 감독 ⓒ KOVO 제공

[스포티비뉴스=화성, 조영준 기자] "분명히 선수가 잘못하고 있고 팀에게도 문제가 되는데 어떻게 그냥 넘어갈 수 있습니까? 어영부영 지적하는 것보다 확실하게 짚고 넘어가야 합니다."

시대가 변하면서 '강한 카리스마'보다는 '부드러운 카리스마'가 환영받는다. 선수들을 호되게 다그치는 지도방식은 이제는 버려야 한다는 지적도 많다.

이정철(58) IBK기업은행 감독의 지도 방식은 엄격하다. 특히 작전 타임 때 나오는 그의 호통은 전매특허가 됐다.

올 시즌을 앞둔 그는 "시대가 예전과는 다르니 나도 이제는 변해보려고 한다"고 밝혔다. IBK기업은행 선수들은 지난 시즌부터 이 감독의 지도방식과 다그침이 예전과 비교해 부드러워졌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 감독만의 강한 카리스마는 여전했다. IBK기업은행은 21일 화성체육관에서 열린 도드람 2018~2019 프로배구 V리그 여자부 2라운드 경기에서 GS칼텍스를 만났다. 두 팀의 경기는 마지막 5세트까지 이어졌고 IBK기업은행이 3-2(25-17 15-25 24-26 27-25 15-10)로 이겼다.

선두 팀을 상대로 값진 승리를 따냈지만 이 감독의 표정은 그리 좋지 않았다. 그는 선수들이 불필요한 실수나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플레이를 했을 때 그냥 넘어가지 않았다.

▲ 이정철 IBK기업은행 감독 ⓒ KOVO 제공

이 감독은 "이런 경기를 많이 하면 오래 못 살 거 같다. 도깨비 배구를 하니까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올 시즌 IBK기업은행은 경기에 따라 기복이 많았다. 1라운드 패배를 설욕했지만 여전히 미덥지 못한 경기력은 아쉬웠다. 그는 "리베로도 문제지만 세터도 그렇다. 평범한 것은 안 된다. 감독이 문제인 것 같다"며 쓴 미소를 지었다.

IBK기업은행은 2011년 창단 이후 짧은 기간 3번이나 우승했다. 특히 6시즌 연속 챔피언결정전 진출이라는 성과를 거뒀다. 여자 배구 프로 팀 감독 및 지도자는 자주 교체됐다. 그러나 이 감독은 팀 창단부터 지금까지 지휘봉을 잡고 있다.

올 시즌 IBK기업은행의 전력은 예전과 비교해 떨어졌다는 지적이 많다. 지난해 박정아가 떠난 뒤 팀의 주축을 이뤘던 세터와 리베로들이 은퇴나 다른 팀으로 이적했다. 외국인 선수도 트라이아웃에서 마지막 순번으로 어도라 어나이(22, 미국)를 뽑았다.

올 시즌을 앞두고 한국도로공사와 흥국생명이 우승 후보로 꼽혔다. 그동안 매년 우승 후보에서 빠지지 않았던 IBK기업은행에게는 자존심 상하는 일이었다.

그러나 현재 IBK기업은행은 5승 3패 승점 15점으로 2위를 달리고 있다. 여자부는 최하위 현대건설을 제외한 다섯 팀이 시즌 초반 치열하게 경쟁하고 있다. 전력이 예전만 못하다는 지적이 있었던 IBK기업은행은 여전히 상대 팀들을 위협하고 있다.

이 감독이 엄격한 지도자인 것은 유명하다. 그러나 그의 호통은 분명 이유가 있었다. 몸과 건강이 재산이 프로 선수들이 자기 관리에 소홀할 점은 그는 눈감아 주지 않는다.

이 감독은 선수들과 식사를 할 때 음식을 제대로 섭취하는지도 꼼꼼하게 살펴본다고 밝혔다. 그는 "이것은 참견하는 것이 아니라 (선수) 관리 차원에서 하는 것이다"고 밝혔다. 이어 "프로 운동선수는 몸이 재산인 만큼 관리도 철저해야 한다. 그런데 이를 소홀하게 여기는 점을 어떻게 그냥 넘어갈 수 있겠나"며 반문했다.

이 감독의 장점은 선수단 장악력에 있다. 감독은 한 팀을 이끌고가는 선장이다. 올바른 방향으로 항해를 하려면 선원을 제대로 통솔해야 한다. 이 감독의 강한 지도력은 IBK기업은행이 그동안 꾸준하게 챔피언 결정전에 진출하는데 밑거름이 됐다.

그렇다고 이 감독이 칭찬에 인색한 지도자는 아니다. 그는 취재진과 인터뷰에서 인상적인 활약을 한 선수들은 "잘했다"는 말을 빠뜨리지 않는다.

▲ 고예림 ⓒ KOVO 제공

GS칼텍스와 경기에서 수훈갑은 고예림(24)이었다. 그는 이 경기에서 19점을 올렸다. 특히 4세트와 5세트에서 해결사로 나서며 예전과는 다른 집중력을 보여줬다.

이 감독은 "(고)예림이가 마지막에 터졌다. 점프력은 타고났다. 예림이가 몸이 약한 편이라 강한 체력 훈련은 시킬 수 없는데 이 점을 잘 조절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김수지(31)는 이 감독이 예전과 비교해 많이 부드러워졌냐는 질문을 받았다. 김수지는 "많이 노력하시는 점은 눈에 보인다. 감독님이 (우리들을) 잡아주시는 게 우리 팀 색깔 같다. 선수들이 많이 혼나면서 정신 차리고 의지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그래도 감독님 스타일이라 이것이 완전하게 바뀌기는 쉽지 않은 것 같다. 지금은 예전에 세 번 말씀하셨던 것을 두 번 정도 하신다"며 웃으며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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