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티비뉴스=덴버(미국) 김건일 기자] 프랭키 에드가를 대신해 정찬성과 싸우는 야이르 로드리게스(26)는 멕시코 출신이며 UFC 페더급 랭킹은 15위다. 한국 팬들에겐 낯설다.

그러나 로드리게스는 한국이 낯설지 않다. 그는 태권도 선수 출신이다. 어렸을 때 올림픽 태권도 선수를 꿈꾸며 도복을 입었다. 또 2015년엔 한국을 방문했다. UFC 한국 대회 때 게스트 파이터로 한국 팬들과 소통했다.

지난 8일(이하 한국 시간) 미국 콜로라도주 덴버에서 만난 그에게 3년 전 경기도 분당 늘푸른 고등학교에서 고등학생에게 테이크다운을 당하는 사진을 보여 주자 "기억 난다"며 활짝 웃었다.

한국 취재진을 만난 로드리게스는 태권도와 한국 이야기에 몰입했다. 태권도 선수를 꿈꾸며 발차기를 했던 어린 시절을 떠올렸을 땐 해맑은 아이로 돌아간 듯 배시시 웃었다.

가장 좋아하는 태권도 기술을 묻자 로드리게스는 곰곰이 생각하더니 "공중 회전 발차기"라고 말했다. 정식 기술 명은 540도 발차기. 로드리게스는 초롱초롱한 눈으로 검지를 빙빙 돌렸다.

▲ [스포티비뉴스=덴버(미국), 한희재 기자] UFC 파이트 나이트 139의 워크아웃이 9일(한국 시간) 미국 콜로라도 덴버에서 열렸다. ‘코리안 좀비’ 정찬성과 대결을 펼칠 야이르 로드리게스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야이르가 최근 암으로 별세한 자신의 태권도 코치를 떠올리며 울고 있다.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진행된 태권도 인터뷰 말미. 로드리게스에게 "당신에겐 태권도가 어떤 의미인가"라고 물었다.

그러자 인터뷰 내내 열려 있던 로드리게스의 입이 닫혔다. 표정은 굳어졌다. 로드리게스는 한숨을 크게 쉬며 고개를 숙였다. 그러더니 왈칵 눈물을 쏟았다.

로드리게스는 훌쩍거리면서 "미안하다"고 말했다. 그리고 잠시 뒤 마음을 간신히 정리한 듯 어렵게 입을 열었다.

"사실 얼마 전 나에게 태권도를 알려 준 스승이 암으로 떠났다. 그 스승님께 540도 발차기를 배웠다."

어럽게 열린 입은 파르르 떨렸고 눈물은 그치지 않았다. 더 이상 인터뷰를 진행하기 어려웠다. 갑작스런 고백에 취재진은 어떤 말도 할 수 없었다. 지켜보던 UFC 관계자도 심지어 로드리게스와 동행한 동료도 로드리게스에게 아무 말도 안 했다. 할 수 없었다.

▲ 야이르 로드리게스는 옥타곤에서 태권도를 한다. UFC에서 가장 경기스타일이 화려한 선수로 손꼽힌다.

로드리게스는 가족을 부양하기 위해 태권도를 포기하고 종합격투기로 전향했다. 2016년 안드레 필리를 플라잉 헤드킥으로 성공시키는 등 태권도로 6승 1패 전적을 쌓았다. 그의 변칙적이고 화려한 발차기는 UFC에서 가장 강력한 무기 중 하나로 꼽힌다. 

로드리게스는 삶의 절반 이상이 태권도다. 태권도로 동고동락했던 스승을 잊기 어렵다.

슬픔이 채 가시지 않은 상황에서 로드리게스는 11일 UFC 파이트 나이트 139 메인이벤트에 출전한다. 1년 6개월 만에 복귀전이다.

인터뷰 하루 뒤 만난 로드리게스는 처음 만났을 때 순수했던 멕시코 청년으로 돌아가 있었다. 경기 전까지 날마다 이어진 미디어데이와 계체에서 씩씩하게 취재진 앞에 섰다. 그리고 "정찬성을 반드시 이기겠다"고 다짐했다.

저작권자 © SPOTV NEWS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