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티비뉴스=잠실, 곽혜미 기자] '2018 신한은행 마이카 KBO 리그' 두산 베어스와 SK 와이번스의 경기가 15일 오후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렸다. 1회말 SK 선발 김광현이 역투하고 있다.

[스포티비뉴스=정철우 기자]김광현은 KBO 리그를 대표하는 투수다. 사실상 그를 처음으로 세상에 알렸던 2007년 한국시리즈 4차전 이후 오랜 시간에 걸쳐 한국 야구를 대표하는 투수로 성장해 왔다.

올 시즌 지독한 불운과 이닝 제한 등의 장벽을 넘어 이미 10승(7패)을 거뒀다. 또한 26일 문학 LG전에서도 7이닝 2실점으로 호투하며 승리에 발판을 놓았다.

그러나 아직 김광현에 대해 잘 모르고 있는지도 모른다. 누구나 알고 있다고 쉽게 생각하는 김광현과 실제 김광현과는 적지 않은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김광현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는 것일까.

'김광현'이라는 투수가 주는 이미지와 실제 데이터 사이엔 차이가 있는 것들이 있다. 

그 중 대표적인 것이 "김광현은 힘으로 위에서 찍어 누르는 투구를 하는 투수"라는 것이다. 김광현의 와일드해 보이는 투구 폼이 만든 편견이다. 김광현은 이 때문에 '부상하기 쉬운 폼'이라거나 '나이가 들면 위력도 떨어질 것'이라는 지적을 쉽게 받는다.

위의 가설이 설득력을 얻으려면 김광현은 대단히 높은 릴리스 포인트를 기록해야 한다. 하체보다는 상체 힘에 기대는 투구를 한다는 그림도 그려진다. 그는 큰 투구 폼만 지닌 정통파 투수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김광현이 정통파 투수라는 점에는 이견이 없다. 하지만 김광현은 위에서 찍어 누르듯 공을 던지는 투수가 아니다.

김광현이 퀄리티스타트를 기록했을 때와 그렇지 못했을 때 메커니점을 분석한 데이터다. 김광현은 일반적인 예상과는 달리 좋았을 때와 그렇지 않았을 때 차이가 크지 않았다.

투구 익스텐션(투구 때 발판에서 공을 끌고 나와 던지는 손끝까지 거리)은 2.06m에서 2.05m로 0.01m 줄어들 뿐이었다.

릴리스 포인트도 1.71m에서 1.69m로 0.02m 차이를 보였을 뿐이다.

여기서 관심을 둬야 할 지점이 생긴다. 김광현이 와일드한 투구 폼으로 찍어 누르는 듯한 투구를 하는 투수라면 익스텐션과 릴리스 포인트는 반대가 돼야 한다.

KBO 리그 패스트볼의 평균 익스텐션은 1.85m이고 평균 릴리스 포인트는 1.79m다. 이 기준을 적용하면 김광현은 평균보다 훨씬 오래 공을 끌고 나와 때리는 투수이며 보다 낮은 곳에서 공을 놓는다.

익스텐션이 타자 앞으로 가깝게 형성되려면 그만큼 하체 이동이 있어야 한다. 김광현은 최대한 공을 앞으로 끌고 나와 때리는 유형의 투수라고 데이터는 말하고 있다. 그에 대한 편견처럼 높은 곳에서 찍어 누르듯 패스트볼을 던지는 투수가 아니라는 뜻이다. 상대적으로 훨씬 길게 끌고 나오는 익스텐션과 낮은 릴리스 포인트가 그 증거다.

'지나치게 팔을 높게 들어 내리 찍으려 하기 때문에 부상 위험이 높다'는 가설은 그래서 거짓에 가깝다. 충분한 하체의 힘이 동반되지 않으면 김광현과 같은 익스텐션은 만들어질 수 없다. 릴리스 포인트가 낮아서 딱히 좋을 것은 없지만 김광현처럼 오래 공을 쥐고 있다 놓을 수 있다면 단점이라고 하기 어렵다.

'김광현은 급해지면 빠른 공에 의존한다'는 편견도 사실이 아니다. 김광현은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것보다 더 다양한 선택지를 갖고 있다.

김광현의 주 무기는 당연히 각도를 자유자재로 조절할 수 있는 슬라이더다. 스트라이크 존으로 떨어지거나 스트라이크 존에서 볼 존으로 떨어지는 2가지 이상의 궤적을 지닌 슬라이더는 피안타율이 2할7리에 불과하다.

하지만 거기서 끝이 아니다. 커브 피안타율도 2할1푼7리에 멈춰 있다. 스플리터나 체인지업도 자주 쓰진 않지만 2할6푼5리의 낮은 피안타유을 기록하고 있다. 정 승부를 걸기 힘들 때 패스트볼을 선택하는 것은 맞지만 그 위력은 2할5푼3리의 낮은 피안타율을 근거로 하고 있다.

특히 최근 들어서는 슬라이더의 구사 비율을 더욱 높이고 있다.

후반기 들어 슬라이더 구사 비율은 44%로 늘었다. 대신 패스트볼은 48%에서 39%로 줄었다.

슬라이더 피안타율이 더 낮아졌기 때문이다. 전반기에 2할4푼2리이던 김광현의 슬라이더 피안타율은 후반기에 2할1푼5리로 더 낮아졌다. 당연히 힘에 기댈 필요성이 줄어들었다. 돌아가는 승부로 충분히 상대를 제압할 수 있는 능력을 김광현은 갖고 있다.

상대적으로 우타자에게 어려움을 겪는다는 가설도 사실이 아니다. 우타자 몸 쪽으로는 과감하게 슬라이더를 던지기 어렵기 때문에 우타자 공략이 어렵다는 편견을 늘 받고 있는 김광현이다.

우타자에게 장타를 조심해야 하는 것은 맞다. 좌타자 상대로 4할2푼3리에 불과한 장타율이 우타자를 상대로는 5할2리로 상대적으로 높아진다.

하지만 타구 허용 비거리는 걱정할 수준이 아니다. 49.9m에 불과하다. 일반적인 허용 비거리는 60m 정도이다. 평균 이하의 비거리만 허용하고 있을 뿐이다.

배트에 공이 맞는 비율은 오히려 좌타자보다 우타자가 낮다. 좌타자의 인플레이 타구 콘택트 비율은 533%지만 우타자에게는 49%로 낮아진다. 우타자들이 그의 공을 맞히기에 더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걸 뜻한다.

이처럼 김광현은 일반적으로 생각하던 투구와 차이가 나는 투수다. 편견 속 김광현보다 훨씬 빼어난 능력을 지니고 있다. 세부 데이터들이 이 사실을 증명해 주고 있다. 편견을 깨고 바라보면 좀 더 '큰 투수' 김광현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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