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건우-박민우-김선빈(왼쪽부터)

[스포티비뉴스=고유라 기자] 타격의 세대교체라는 KBO 리그의 흐름은 올해도 이어질까.

2016년 시즌 타율 1위 타이틀은 삼성 소속이었던 최형우(33, 이하 당시 나이)가 차지했다. 이어 김태균(34, 한화), 이용규(31, 한화), 김주찬(35, KIA), 박용택(37, LG), 구자욱(23, 삼성), 박민우(23, NC), 유한준(34, kt), 황재균(29, 당시 롯데), 박건우(26, 두산) 순이었다. 1위부터 5위까지는 베테랑들 잔치였다.

그러나 지난 시즌은 얼굴이 많이 바뀌고 나이가 어려졌다. 군 복무를 마치고 돌아와 타격 타이틀을 획득한 김선빈(28, KIA)을 선봉으로 박건우, 박민우, 나성범(28, NC), 박용택, 최형우, 김재환(29, 두산), 윌린 로사리오(28, 한화), 손아섭(29, 롯데), 서건창(28, 넥센)이 이름을 올렸다. 1년 사이에 눈에 띄게 30대 이상 선수 이름이 줄었다.

단순히 순위와 숫자에 의미를 두지 않더라도 박건우, 박민우는 점차 기량이 전성기에 이르고 있다는 걸 보여 준다. 타율뿐 아니라 다른 타격 타이틀 부문에서도 세대교체가 일어나고 있다. 3년 연속 도루왕을 거머쥔 박해민(28, 삼성), 타점 부문에서 치고 오르는 김하성(23), 신인왕 이정후(20, 이상 넥센) 등도 그 주인공들이다.

세대교체는 많은 KBO 리그 구단이 최근 외치고 있는 구호기도 하다. 23세 이하, 또는 프로 3년째 이하 아시아프로야구챔피언십(APBC) 대표 팀이 대회를 치를 당시 느꼈듯 유망주들이 성장해야 리그가 발전할 수 있다. 언제까지 '1982년생 황금 세대'에 기댈 수는 없는 노릇. 리그 인기를 위해서도 새로운 스타들이 많이 나오며 팬층을 유입시키는 선순환이 이뤄져야 한다.

그런데 분위기와 달리 올해는 다른 이야기가 전개될 수 있다. 초대형 스타들이 대거 미국에서 돌아왔기 때문. 박병호(32, 넥센), 황재균(kt), 김현수(30, LG)가 가세하면서 '유턴파발(發)' 타격전이 서막을 올린다. 이들이 메이저리그에서 큰 발자취를 남기지 못하며 한국 야구의 '한계'라는 비판도 만만치 않지만 여전히 KBO 리그의 강타자들이고 리그가 다시 풍성해질 것이라는 점은 인정해야 할 사실이다.

이들은 이미 한번 한국 야구의 세대교체를 이끌었던 또 다른 황금 세대이기도 하다. 30살 안팎의 박병호, 김현수, 황재균, 손아섭, 최정 등은 KBO 리그를 2010년대 중반부터 자신들의 전쟁터로 만들었다. 여기에 2년 연속 타율 리그 5위로 여전히 건재하다는 것을 보여 준 박용택을 비롯해 김태균, 이대호, 김주찬 등 베테랑들의 활약도 무시할 수 없다.

리그의 타고투저 흐름 속에서 타격 기술은 점차 정교해지고 있다. 그 변화에 재빨리 적응하는 선수들이 리그를 주름잡는다. 1990년대생 패기 넘치는 후배들이 내로라하는 선배들과 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있을지, 반대로 선배들이 이름값을 지킬 수 있을지가 올 시즌 관전 포인트가 될 전망이다. 세대교체보다 신구 조화라는 수식어가 더 어울리는 시즌이 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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