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함덕주 ⓒ 곽혜미 기자
[스포티비뉴스=김민경 기자] "나 혼자 하는 게 아니라 다 같이 하는 거라는 걸 깨달았다."

마운드에 오를 때마다 하나씩 배우고 얻으면서 성장하고 있다. 두산 베어스 5선발 함덕주(22)가 어렵게 시즌 2승째를 챙겼다. 함덕주는 13일 사직야구장에서 열린 롯데 자이언츠와 경기에 4-2로 앞선 2회 2번째 투수로 나서 5이닝 4피안타 2볼넷 5탈삼진 무실점을 기록했다. 두산은 9-4로 이기며 3연승을 달렸다.

함덕주는 평소와 달리 불펜에서 등판 순서를 기다렸다. 12일 롯데전이 비로 취소된 게 변수였다. 김태형 두산 감독은 12일 선발투수로 예고했던 홍상삼을 13일 경기에 그대로 내보내면서 함덕주를 대기시키는 1+1 전략을 선택했다. 팀에서 가장 긴 47⅔이닝을 던진 유희관에게 하루 더 휴식을 주기 위해서였다.

등판 상황은 쉽지 않았다. 함덕주는 1사 만루에서 마운드를 이어 받았고, 첫 타자 손아섭에게 빠른 공만 3개를 던지면서 삼진을 잡았다. 아웃 카운트 하나만 더 잡으면 되는 상황. 함덕주는 이우민과 맞대결에서 힘이 들어가면서 볼카운트 3-1로 몰렸고, 좌익수 오른쪽 2타점 적시타를 얻어맞았다. 홍상삼의 책임 주자라 실점으로 기록되진 않았다.

함덕주는 "어려울 때 나가서 평소보다 조금 더 세게 던졌다. 그래도 점수를 주자마자 형들이 점수를 뽑아 줘서 다음 이닝부터 편안하게 던질 수 있었다"고 말했다. 시즌 첫 승 이후 3경기 만에 승리 투수가 된 것과 관련해서는 "선발 승은 아니지만, 선발 만큼 던져서 이긴 거라 기분 좋다"고 했다.

4월 한 달은 기대 이상이었다. 함덕주는 5경기에 등판해 27이닝을 던지면서 1승 2패 평균자책점 3.33을 기록했다. 타선 지원을 받지 못해 1승을 얻는 데 그쳤지만, 투구 내용은 5선발로 손색 없었다. 그러나 5월 시작은 좋지 않았다. 지난 6일 LG전에 선발 등판해 3⅔이닝 5피안타 5사사구 5볼넷 7실점으로 무너졌다. 

▲ 함덕주(왼쪽)를 다독이는 김재호 ⓒ 곽혜미 기자
첫 위기였지만 금방 털어냈다. 함덕주는 "편안하게 생각했다. 다음 날까지는 생각이 많았다. 경기를 다시 돌려보면서 뭐가 문제일까 생각했다. 근데 생각이 많으면 오히려 안 좋을 거 같았다. 주변에서는 좋은 경험을 했다고 많이들 이야기해 주셨다. 이 경험을 잊지 않으려고 한다"고 설명했다.

초심을 찾았다. 함덕주는 "너무 완벽하게만 하려고 했다. 나 혼자 하는 게 아니라 다 같이 하는 거니까 맞춰 잡기도 했어야 했는데 욕심을 부렸다. 오늘(13일) 경기는 처음 던질 때처럼 사인 대로, (양)의지 형 주문 대로 던진 게 도움이 됐다"고 했다.

두산은 시즌 성적 17승 1무 17패로 5할 승률을 맞추며 4위에 올랐다. 함덕주는 "다들 표정도 밝고 야구 하는 것도 재밌고 좋다"며 팀 분위기를 설명했다. 이어 "형들이 잘 치고 있으니까 오늘처럼 맞춰 잡으면 승수를 쌓을 수 있을 거 같다. 남은 시즌은 승리보다 5이닝만 잘 던지면 스스로 만족할 수 있을 거 같다. 승수보다는 이닝을 채우는 데 무게를 두고 싶다"고 각오를 다졌다.

함덕주는 시즌 첫 승을 챙겼을 때 감사의 의미로 선수단에 피자 30판을 돌렸다. 오랜만에 2승째를 챙긴 만큼, 이번에도 선물을 고심하고 있는지 물었다. 함덕주는 "2승도 챙기면 끝이 없을 거 같다. 5승을 하면 고민해 보겠다"고 말하며 활짝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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