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정원 감독은 '스리백'으로 수원 삼성의 자존심을 지킬 수 있을까.
[스포티비뉴스=유현태 기자] 수원 삼성의 2017년 시즌 전술적 화두는 스리백이다. 서정원 감독은 공격적인 스리백을 천명했지만 아직 가다듬어야 할 것이 많았다.

수원 삼성은 22일 일본 가와사키 도도로키스타디움에서 열린 2017년 시즌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ACL) G조 리그 1차전 가와사키 프론탈레와 경기에서 1-1로 비겼다.

전반전과 후반전의 경기력이 딴판이었다. 전반전만 보면 수원의 완패였다. 스리백은 가와사키 공격수들을 따라다니느라 계속 수비 형태가 무너졌다. 허둥거리다 보니 수비끼리 겹치기도 했다. 미드필더의 문제도 마찬가지였다. 수비수와 간격을 좁게 유지하지 못하다 보니 1차 저지선 임무를 다하지 못했다. 수원은 전반전 전방 압박을 펼쳤지만, 가와사키는 일본 팀답게 빠르고 간결한 패스로 압박에서 벗어났다. 조직적이지 않은 수원의 압박은 오히려 패스 플레이를 펼친 가와사키의 먹잇감이 됐다. 

서정원 감독은 "가와사키가 수비에서 공격으로 빌드업이 쉽게 이어지면서 고전했다. 초반 상대 압박에 우리 실수가 잦았고 실점했다. 후반전에는 효과적으로 차단했고, 우리가 주도권을 잡았다. 보다 유리하게 끌고 갔지만 골을 넣지 못한 것이 아쉽다"고 경기를 평가했다.
 
전반 11분 고바야시 유에게 선제 실점했다. 공이 굴절되긴 했지만 허술한 대인 마크가 문제였다. 전반 23분 행운의 자책골로 동점을 만든 뒤에도 문제는 계속됐다. 

후반전 수원은 다른 팀이 돼서 피치에 돌아왔다. 수비에서 이따금 불안한 볼 처리가 나왔고, 공격 마무리에서 날카로운 맛이 떨어지긴 했지만 후반전은 완벽히 경기를 주도했다. 차이는 스리백과 미드필더가 자리를 지킨 것이다. 수비수와 미드필더는 좁은 간격을 유지했다. 공간을 허용하지 않자 가와사키는 경기 리듬을 잃기 시작했다. 수비에 비중을 높인 대신 공격수들은 수비 가담을 줄이고 역습에 집중할 수 있었다. 

다만 역습 때 선수끼리 호흡이 맞지 않았던 것이 문제였다. 프랑스 디종 FCO로 이적한 권창훈이 없어 역습 때 미드필더와 공격수를 연결할 선수도 부족했다. 권창훈의 저돌적인 돌파와 침투가 그리웠을 것이다.

후반전 수원이 펼친 스리백은 지난 시즌 말 하위 스플릿에 내려가 강등 전쟁을 치를 때 위기에서 구했던 '선 수비 후 역습'의 스리백이었다. 수원은 시즌 첫 경기의 어려움, 가와사키의 유기적인 패스 플레이를 고려해 익숙한 전술로 변화를 시도했고 적중했다.

▲ FA컵 우승 팀 자격으로 ACL에 나선 수원 삼성. ⓒ대한축구협회

서 감독은 이번 시즌 공격적인 스리백을 천명했다. 측면 수비수로 활약할 수 있는 조원희, 양상민 등을 전지훈련 동안 스리백의 일부로 기용하면서 빌드업의 세밀성을 높이려고 했다. 그러나 가와사키전에선 완성도가 떨어졌고, 익숙한 전술을 빼들어 분위기를 반전했다. 그러나 '선 수비 후 역습' 스리백이 수비적인 스리백인 것도 아니다. 역습의 속도와 완성도를 높일 수 있다면 충분히 공격적일 수 있다. 프리미어리그 선두를 달리는 첼시도 전력이 엇비슷한 팀과 경기에선 어김없이 역습에 전술적 목표를 두고 경기를 치른다.


서 감독의 선택은 두 가지일 것이다. 하나는 공격적인 스리백 전술을 시즌을 치르며 가다듬는 것이다. 다른 하나는 지난 시즌부터 선수들의 몸에 익은 '선 수비 후 역습' 형태의 스리백을 플랜 A로 삼는 것이다. 둘 모두 일리가 있는 선택이다. 이제 남은 것은 감독의 선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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