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OTV NEWS=박현철 기자] 선발 투수의 갑작스러운 부상 교체. 바통을 잇는 투수가 잘 던지기는 쉽지 않다. 투수의 어깨가 양은 냄비처럼 공 몇 번 던진다고 확 달아오르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러나 채병용(33, SK 와이번스)은 완벽했다. 단순한 수식어가 아니라 6이닝 퍼펙트로 진짜 완벽했다.

채병용은 16일 인천SK행복드림 구장에서 벌어진 넥센 히어로즈와의 경기에서 2회초 트래비스 밴와트의 바통을 이어받아 마운드에 올랐다. 밴와트가 1회초 마지막 타자인 박병호의 타구에 오른 발목을 맞으며 쓰러졌기 때문이다. 한동안 그라운드에 누워있던 밴와트는 트레이너의 부축을 받아 덕아웃으로 향한 뒤 정밀검진을 위해 병원으로 향했다.

SK 입장에서는 좋은 일이 아니었다. 1회말 이재원의 2타점 2루타와 나주환의 2타점 적시타 덕택에 4점을 선취하기는 했어도 밴와트의 바통을 이어받을 스윙맨의 호투가 반드시 필요했기 때문. 다행히 SK에는 선발로도 경험이 풍부한 채병용이 있었다. 채병용의 올 시즌 보직은 좌완 고효준과 함께 리드 시 롱릴리프였다.

밴와트가 1회 선두타자 고종욱에게 볼넷을 내주는 등 다소 불안한 모습이었다면 채병용은 말 그대로 시원시원했다. 김성근 전 감독(현 한화 감독)은 채병용에 대해 “SK 투수들 중 가장 담력이 뛰어난 선수”라고 칭찬했던 바 있다. 그 담력을 바탕으로 한 공격적인 투구 패턴이 제대로 먹혀들었다. 빠른 공이 140km대 초반으로 공익근무 이전의 돌직구는 아니었으나 정통 오버스로라 타점이 높은 투구가 제대로 이어졌다.



게다가 채병용은 기본적으로 제구력이 좋은 투수. 2002년 1군 데뷔 이래 장타는 많이 허용하더라도 볼을 남발해 도망가는 피칭은 하지 않던 채병용이다. 서건창, 이택근, 김민성이 부상으로 인해 라인업에서 제외되어 화력이 약화되기는 했으나 그래도 뛰어났다. 채병용은 2회부터 7회까지 단 한 명의 타자로 출루시키지 않으며 탈삼진 6개를 곁들여 6이닝 퍼펙트투를 펼쳤다.

투구수 65개(스트라이크 45개, 볼 20개)로 진정한 스피드업 투구를 펼친 채병용. 최고 구속은 145km에 포심 평균이 140km 가량이었는데 130km대 중반의 컷 패스트볼도 시시 때때 잘 구사하며 넥센 타자들의 방망이를 이끌었다. 컷 패스트볼과 궤적이 유사하지만 옆으로의 움직임이 더 뛰어난 슬라이더의 구속 스펙트럼은 129~134km. 따라서 컷 패스트볼과 혼동되는 효과까지 가져왔다. 채병용의 투구는 말 그대로 기교의 끝. 완벽했다.

덕분에 SK는 7회까지 넥센 타선을 노히트로 묶는 등 10-0 일방적으로 깔끔한 승리를 거뒀다. 이날 경기 최고의 영웅은 6이닝 퍼펙트투를 펼친 채병용. 그리고 다행인 것은 부상으로 조기 교체된 선발 밴와트가 다행히 오른 발목 단순 타박상으로 부상 정도가 심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SK는 승리의 기쁨과 함께 '승리 요정'의 몸 상태를 전해듣고 한숨 돌렸다.

[사진] 채병용 ⓒ SK 와이번스

[영상] '완벽한 땜질' 채병용 퍼펙트투 ⓒ SPOTV NEWS 영상편집 송경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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