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OTV NEWS=박현철 기자] 나아지던 선발을 미리 빼고 필승 계투 카드를 조기 투입한 원정팀은 결국 기세를 내주고 패색 짙던 순간까지 끌려갔다. 창단 첫 홈 승리를 눈앞에 뒀던 신생팀 또한 가장 믿던 카드를 주야장천식으로 내보냈다가 결국 동점을 허용했다. kt 위즈와 두산 베어스의 15일 경기는 투수 당겨쓰기의 나쁜 예를 보여줬다.

15일 수원 kt 위즈파크에서 열린 kt와 두산의 시즌 두 번째 맞대결. 승리의 여신은 7-6 두산의 손을 들어줬다. 연장 12회초 김현수의 결승 좌익수 희생플라이가 자웅을 가렸다. 특히 이날 경기는 양 팀이 모두 계투 카드를 일찍 꺼내들거나 가장 괜찮은 계투를 또 믿었다가 역전과 동점을 내주며 힘들게 치러졌다.

먼저 당겨쓰기에 나선 팀은 두산. 두산 선발로 나선 좌완 이현호는 이날이 데뷔 첫 선발 등판이었다. 팀이 등판 전 2점을 지원해줬으나 1회말 제구난으로 인해 흔들렸던 이현호는 2회말 3타자 연속 삼진을 잡으며 안정세를 비췄다. 최고 146km의 포심에 커브, 포크볼 조합이 잘 먹혀들었다.

3회말 1사 후 박경수에게 안타, 도루를 내줬으나 김동명을 삼진으로 일축한 이현호. 그러나 김태형 두산 감독은 계투 카드를 여기서 꺼냈다. 검증되지 않은 이현호 카드 대신 미리 오현택을 내세워 승리를 다잡겠다는 의지. 오현택은 앤디 마르테를 범타 처리하며 3회말을 마쳤으나 4회말 김상현에게 3-3 동점 솔로포를 내주며 급격히 흔들렸다.

신명철과 김진곤에게 총 18개의 공을 던지며 볼넷, 2루타를 내준 오현택. 다급했던 두산은 베테랑 이재우를 무사 2,3루에서 내세웠다. 이재우는 분전했으나 이대형의 2루 땅볼이 병살로 이어지지 않으며 결국 3-4 역전점으로 이어졌다. 7~8회 셋업맨 보직이던 이재우는 결국 이른 시점에 나왔다가 김상현에게 5회 중월 투런을 내주는 등 3이닝 52구 2실점 후 물러났다.

그리고 두산이 지고 있던 상황에서 또다른 셋업맨 김강률이 나왔다. 내용은 다소 불안했으나 2이닝 무실점 하며 버틴 김강률. 그 과정에서 kt는 승리 카드로 내정했던 이성민에게 3⅔이닝을 맡긴 뒤 이창재, 최원재에 이어 우완 장시환을 내세웠다. 반드시 이기고 싶던 조범현 감독의 마음을 알 수 있다.

장시환은 전 경기까지 6경기 1세이브 11이닝 평균자책점 2.45로 kt 불펜에서 가장 안정적이던, 그러나 가장 많이 쓰인 투수다. 시즌 초반이기는 해도 이기는 경기에 쓰는 카드를 남용한 인상을 지울 수 없다. 장시환은 9회까지 어찌어찌 버티다 결국 6-4로 앞선 9회초 2사 1,2루에서 대타 오재원에게 좌익수 방면 동점 2루타를 허용했다. 다잡았던 경기를 놓친 순간. 가장 페이스가 괜찮았던 장시환을 소모해버린 kt다. 앞서 3⅔이닝을 던진 이성민도 사실 이른 시점에 나온 투수다.

시즌 초반부터 혹사 논란을 점화하는 것은 이르다. 시즌은 길다. 과거에 비하면 전체적으로 투수 관리 능력은 좋아졌다. 그러나 믿는 카드만 믿거나 일찍 투수 곳간의 자원을 끌어쓰는 등 릴리프 당겨쓰기가 계속 이어지면 결국 계투 과부하 현상으로 인한 문제 발생은 불가피하다. 특히 이기는 팀이야 승리의 기쁨으로 피로를 약간 씻을 수 있으나 이기지도 못하는 경기에서 쌓이는 투수들의 여독은 이겼을 때보다 훨씬 더 크게 다가온다. 그리고 투수의 어깨는 코칭스태프도, 그리고 선수 본인도 깨닫지 못하는 사이 지우개처럼 점차 닳는다.



[사진] 장시환 ⓒ kt 위즈

[영상] 장시환 상대 오재원 동점타 ⓒ SPOTV NEWS 영상편집 배정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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