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OTV NEWS=박현철 기자] 지난 12일 5경기가 모두 끝난 후 KBO리그 화두가 된 것은 바로 롯데 자이언츠-한화 이글스의 사직 3연전 마지막 경기였다. 단순한 승패 논란이 아니라 빈볼 시비와 관련한 일이다.

5회말 롯데가 15-1로 크게 앞선 2사 2루. 한화 우완 이동걸이 던진 3구 째가 롯데 타자 황재균의 몸으로 향했고 그와 함께 벤치클리어링이 발발했다. 큰 몸싸움이 벌어지지는 않았으나 심판진은 이동걸의 공을 빈볼로 간주, 퇴장 명령을 내렸다. 앞서 황재균은 4회말 신인 김민우에게 139km 포심으로 등을 맞았고 모자를 벗으며 미안하다는 제스처를 표하지 않은 데 대해 불만을 표했다.

빈볼 시비로 인해 논란이 가중된 것은 당연한 일. 예년과 달리 이제는 프로야구 전 경기가 생중계 되는 만큼 팬들도 이 모습을 모두 보고 있다. 더욱이 김성근 감독은 프로야구 초창기부터 지휘봉을 잡은 이래 지도력을 인정받는 동시에 논란으로 인해 뒷담화 거리도 많았던 지도자다. 경기 후 김 감독은 “빈볼 지시는 없었다. 투수의 제구가 되지 않았을 뿐”이라고 밝혔다. 프로야구 태동 이래 위협구 지시 유무를 떠나 공식 인터뷰에서 “내가 지시했다”라고 한 감독은 거의 없었다. 비보도를 전제로 옛 일을 편하게 이야기하는 자리가 아닌 이상 말이다.

그런데 이 논란을 둘러싼 뒷말로 인해 김 감독의 이전 발언과 관련, '자승자박'의 뉘앙스도 짙다. 여러 이야기가 나온 가운데 “황재균이 1회부터 크게 앞서있는데 도루를 감행해 보복구를 맞았다”라며 여유있는 리드에서 감행한 도루가 발단이라는 견해가 현 시점에서 지배적이다. 2000년대 후반 김 감독이 SK 감독으로 재임하던 당시 야구계에는 불문율이 있었다. '5점 차 이상 점수 차가 큰 경기에서는 이기는 팀이 도루나 번트 등 작전을 구사하는 것'이 금기시되어 있었다. 그로 인해 보복성 몸에 맞는 볼이 날아들 경우 맞은 선수도 크게 화내지 못했다.

한 예로 1999년 7월25일 두산-한화 잠실 더블헤더 1차전에서 정수근이 12-2로 크게 앞선 상황에서 도루를 감행했다가 후속 타자인 타이론 우즈와 김동주가 한화 투수 홍우태의 위협구로 인해 곤욕을 치른 바 있다. 정수근은 당시를 회고하며 “경기 후 (김)동주형한테 엄청 혼났다”라고 밝혔다. 그러나 김 감독 재임 시 SK는 크게 앞선 상황에서도 거침없이 도루를 감행했다. 김 감독은 그에 대해 “5점 차 이상도 뒤집히는 요즘 야구에서 그러한 불문율을 지키다가 이길 경기를 놓친다”라며 승리가 우선임을 밝혔다.

이 발언 이후 5점 차 도루 금지 불문율은 리그 전체적으로 지켜지지 않는 경우가 많았다. 그런데 그 불문율에 대해 반기를 들었던 감독의 팀 투수들이 보복구를 던졌다면 이는 감독의 과거 발언과 상충하는 일이다. 물론 이는 감독 지시가 아닌 선수들이 기 싸움에서 지지 않기 위해 벌였을 일일 수 있다. 의도야 어떻든 김 감독은 자신의 과거 발언으로 인해 역풍을 맞는 상황이 되었다.

그런데 일각에서는 다른 의견도 있다. 과거 김 감독과 같은 팀에 있던 한 관계자는 “큰 점수 차 도루로 인해 빈볼 시비가 일어나지는 않았을 것이다. 큰 점수 차 도루 불문율을 부정한 이후 김 감독도 타 팀의 큰 점수 차 도루와 관련해서는 납득하고 용인했다”라며 “다만 사인 노출 여부와 관련해 김 감독과 한화 선수단이 격분했을 가능성도 있다. 김 감독이 가장 민감하게 생각하는 부분이 바로 사인 훔치기 부분”이라고 밝혔다. 실제로도 김 감독은 2009년 KIA와의 한국시리즈 중 두산과의 플레이오프 당시 '사인 훔치기가 있었다'라는 논란이 불거지자 공식 인터뷰 자리에서 대노하며 격분했다.



시계를 10일 한화-롯데 3연전 첫 경기로 돌려보자. 10일 경기서 한화는 연장 11회초 김태균의 솔로포와 권혁의 역투 속 9-8 진땀승에 아웃카운트 하나만을 남겨뒀다. 그런데 뒤를 이은 송은범이 장성우에게 초구를 공략당하며 역전 끝내기 투런을 내주고 9-10으로 패했다. 경기 종료 직후 한화 주장 김태균과 롯데 주장 최준석의 가벼운 언쟁이 있었고 양 팀은 “별 이야기 아니다”라며 김태균-최준석의 충돌에 대해 일축했다.

이는 의혹이 먼저 언급된다는 자체가 굉장히 민감하고 날 선 부분이기 때문. 오래 전부터 다른 경기에서도 사인 훔치기 논란은 이전에도 언급은 되었으나 정작 사실로 공식화 된 것은 없다. 대신 과거 사인 거래로 인해 암묵적으로 트레이드되거나 갑자기 2군으로 떨어지고 은퇴한 경우가 있기는 했다.

그런데 끝내기 경기 후 양 팀 주장이 덕아웃으로 물러나는 대신 홈플레이트에서 충돌했다는 점. 단순히 친구끼리 '나중에 밥 한 끼 하자'라는 이야기를 그런 분위기로 나누지는 않는다. '장성우가 던진 헬멧에 포수 주현상이 맞을 뻔 했기 때문에 김태균이 주장으로서 격분했다'라는 정도를 제외하면 납득이 가는 뒷말은 없다.

사실 유무와 관계없이 이 '사인' 논란에서도 김 감독은 자유롭지 못하다. 2010년 9월 SK 재임 당시 김 감독은 “이전부터 롯데 코치진의 사인 훔치기를 알고 있었다. 할 거면 들키지 않게 하라”라며 먼저 사인 훔치기 논란에 불을 지폈고 당시 롯데를 맡았던 제리 로이스터 감독은 “전혀 아니다”라고 응수했다. 2009년 KIA와의 한국시리즈 당시에는 플레이오프 때의 사인 훔치기 논란이 불거지자 실제로 “사인 훔치기는 훔친 쪽이 아니라 들키게 하는 쪽이 더 문제”라고도 했던 김 감독이다.

앞선 두 번의 발언. '할 거면 들키지 않게 하라'라는 것이 김 감독의 이야기였다. 그러나 김태균과 최준석의 충돌, 그리고 3연전 마지막 경기 빈볼 시비까지 모든 논란의 시발점이 바로 사인 노출로 인한 의혹이라면 결국 이 또한 김 감독의 과거 발언이 발목을 잡은 형국이다. 의견 공표 여부와 관계없이 자신이 무효화했던 불문율과 사인 논란에 어쩔 수 없이 휘말릴 수 밖에 없다고 볼 수 있다.

1984년 OB(두산의 전신) 지휘봉을 잡은 이래 김 감독은 쉽지 않은 프로야구 감독 생활을 보냈다. 약체팀을 포스트시즌으로 이끄는 전도사에서 2000년대 후반부터 SK 왕조를 이끌며 우승을 맛보기까지 김 감독의 감독으로서 여정은 험난했다. 한화 감독으로서 다시 잡은 1군 무대 지휘봉. 김 감독은 다시 들이닥친 높은 파도에 어떻게 대처할 것인가.



[사진] 김성근 감독 ⓒ SPOTV NEWS 한희재 기자

[영상1] 황재균 사구와 롯데-한화 벤치클리어링 ⓒ SPOTV NEWS 영상편집 배정호

[영상2] 10일 끝내기 후 최준석-김태균 언쟁 ⓒ SPOTV NEWS 영상편집 김용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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