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터뷰에 응하고 있는 김진우. ⓒ정철우 기자
[스포티비뉴스=정철우 기자] '풍운아' 김진우(36)가 결국 은퇴를 선언했다. 최근 롯데 입단 테스트에서 불합격 통보를 받은 뒤 고심 끝에 마지막을 선택했다.

김진우는 "이제 마지막이라고 생각하니 모든 것들에 감사하게 된다. 아직도 현역에 대한 욕심이 완전히 사라지지는 않았다. 결심하고 돌아서면 하고 싶고 돌아서면 하고 싶고를 반복하는 중이다. 하지만 더 이상 내 욕심만 낼 수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 가장으로서도 내 몫을 해야 할 때다. 이제 마지막을 결정할 수밖에 없게 됐다"고 말했다.

2002년 계약금 7억 원에 KIA에 입단한 김진우는 그해 12승(11패)을 거두며 팀을 포스트시즌으로 이끌었다. 이듬해에도 11승(4패)을 거두며 두 자릿수 승리를 이어갔다. 이후 10승 이상을 거두지 못했지만 2006년 다시 10승에 오르며 제 몫을 다했다.

그러나 복잡한 개인사가 얽히며 선수 생활이 평탄치 않게 이어졌다. 팀을 이탈하는 일까지 벌어졌다. 잔부상에도 끊임없이 시달렸다. 결국 2007년을 끝으로 KIA에서 임의탈퇴되는 신세에 놓이게 된다.

2011시즌 임의 탈퇴가 풀리며 다시 KIA 유니폼을 입게 됐고, 2012시즌 선동열 당시 KIA 감독의 지원을 받으며 다시 10승 투수가 되면서 팀의 주축 선수로 자리매김했다.

하지만 이후 계속된 부진과 부상 탓에 제 기량을 발휘하지 못했고 2017시즌을 끝으로 1군 무대에서 사라지게 된다. 이후 2018시즌이 끝난 뒤 대대적인 팀 전력 교체 작업 때 방출됐다.

그 후 지난 겨울 호주 질롱코리아에서 뛰고, 올해 3월부터 멕시칸리그 몬테레이 술탄레스 유니폼을 입으면서 현역 야구선수의 꿈을 놓지 않았다. 그러나 최근 테스트 받은 롯데에서도 불합격 통보를 받자 그도 결국 현실을 받아들이고 은퇴를 결심하기에 이르렀다. 26일 서울 반포에서 만나 그의 허심탄회한 얘기를 들어봤다.

다음은 김진우와 일문 일답

-이제는 마음 정리가 끝난 것인가.

"끝났다고는 하는데 돌아서면 아쉽고 또 돌아서면 아쉽고 한다. 나만 그런 것이 아니라 은퇴를 앞둔 모든 선수들이 그럴 것 같다."

-현재 심경은.

"많이 아쉽다. 자의반 타의반으로 밀려나듯 그만두게 됐기 떄문에 아쉬움이 더 크게 남는 것 같다.

-은퇴 결정을 내리게 된 계기가 있나.

"당연히 갈 데가 없는 것이 첫 번째 이유다. 두 번째로는 가족 때문이다. 나 때문에 가족들이 계속 가슴 졸이고 기다리는 삶이 너무 길었다. 아니다 싶을 때 이제 새로운 것에 도전하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 김진우. ⓒKIA 타이거즈
-남다른 야구 인생을 살았다. 후회되는 순간은 없나.

"솔직히 말하면 2007년도에 야구를 그만두겠다고 뛰어 나갔을 때를 놓고 사람들이 다 그런다. '그때 네가 참고 야구를 더 열심히 했으면 더 좋은 선수가 되고 더 잘 나갔을 것'이라고 말한다. 물론 후회가 안 된다고 말할 수는 없다. 하지만 (야구 밖으로) 나가 있으면서 지금의 와이프를 만났고 나가서 살면서 세상을 많이 알게 됐다. 반반인 것 같다. 분명 팀을 나가겠다고 한 결정은 잘 했다고 할 수 없다. 하지만 나가서 얻게 된 것도 많았다. 야구인생에서 따지자면 후회 아닌 후회로 남게 될 것 같다."

-야구 인생 최고의 시기는 언제였다고 생각하나.

"2012년이었다. 2011년에 복귀해서 이듬해 10승을 했다. 물론 신인 때도 10승 이상을 했다. 그 때보다 승수는 적었지만 3년반 만에 복귀해서 나름의 성과를 거둔 것에 만족할 수 있었다. 스스로에게 떳떳했던 시기였다고 생각한다."

-그때는 어떤 마음 자세로 야구를 했었나.

"그때는 그냥 각오라기보다 야구가 재미있었다. 다시 유니폼을 입고 야구를 할 수 있는 상황이 됐고 감독님도 나를 믿어주셨다. 뭔가 야구가 재미있었다. 승패가 그다지 중요하지 않았다. 뭔가 신나게 야구를 했었던 것 같다."

-한 때의 김진우처럼 지금 방황하고 있는 선수들도 적지 않을 것이다. 그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나.

"일단 유니폼을 입고 있을 때가 가장 행복하다고 말해주고 싶다. 정말 힘들고 야구를 그만둬야겠다는 생각을 젊은 나이에도 하고 있는 선수들이 있을 것이다. 밖에 나오면 더 힘들다는 말을 꼭 해주고 싶다. 유니폼에 감사하는 마음을 가졌으면 좋겠다. 감사하는 마음을 가지면 심적으로 많이 편안해지는 것을 느끼게 된다. 나는 참으라고 말하고 싶지 않다. 감사하고 즐기라고 말해주고 싶다. 유니폼을 입고 뛰고 있는 지금에 감사하고 즐기다보면 분명 기회가 찾아올 것이다. 지금 재능 기부식으로 엘리트 학생 선수들을 가르치고 있다. 아이들에게 한 번씩 물어본다. 야구가 즐겁냐고. 그렇다는 아이들도 있고 힘들다는 아이들도 있다. 그럼 꼭 즐기라고 이야기해 준다. 아프고 힘들면 조금 돌아가도 괜찮다. 야구할 수 있는 시간은 길게 남아 있다. 참지 말고 즐기면서 야구를 한다면 분명 좋은 기회도 찾아올 것이다.

-앞으로 계획은 어떤가.

"일단 어떻게 뭘 해야할지는 모르겠다. 찾고 있다. 평생 야구만 한 내가 어딜 가겠는가. 일단 현재 가르치는 아이들에게 정성을 쏟으며 지도자의 길을 찾고 있다. 공부도 하고 있고 생각도 하고 있다.

-이미지 때문에 지도자 변신도 쉽지 않을 수 있을텐데.

"그런 부분을 생각 안 한 것은 아니다. 그렇기 때문에 공부를 하고 있는 것이다. 첫 이미지가 누구에게나 중요하다는 걸 잘 알고 있다. 누구나 '김진우'하면 '풍운아'를 떠올린다는 것도 안다. 강한 이미지가 있지만 반면에 나를 겪어 본 사람들은 그런 말을 하지 않는다. 주위 모든 사람들이 말한다. '처음엔 정말 무서웠다. 어떻게 말을 걸었는지 모르겠다'고. 하지만 나를 알고나면 생각이 바뀐다고들 말한다. '너처럼 여리고 착한 선수 못 봤다'고들 말한다. 고쳐나갈 건 고쳐나가고 바꿔나갈 건 바꿔나가겠다. 그렇게 계속 노력하다보면 언젠가는 나에 대한 이미지도 달라지지 않을까 생각한다."

▲ 김진우. ⓒKIA 타이거즈
-어떤 공부를 하고 있나.

"요즘 아이들을 가르치다보면 내가 배웠던 것과 차이가 많이 난다. 단순히 야구만 가르쳐선 안 된다. 심리적인 부분까지 세세하게 신경을 써줘야 하더라. 그동안 내가 느껴왔던 것을 노트에 적고 내가 실패했던 이유들을 정리하며 공부를 하고 있다."

-팬들에게 한마디 한다면.

"너무나 감사드린다. 지금도 내 SNS를 찾아 '다시 공 던지는 모습을 꼭 다시 보고싶다는 응원 메시지를 보내주시는 분들이 많다. 어쩌다 기사를 보면 댓글도 챙겨 본다. 악플도 많지만 응원해주시는 분들도 많다. 악플도 관심의 표현이라 생각한다. 감사한 마음을 표현하는 자리를 갖고 싶은데 뜻대로 될지는 모르겠다. 많이 응원해주시고 지켜봐주셔서 진심으로 감사드린다. 앞으로 새로운 길에 대해서도 응원해 주셨으면 좋겠다.

-꼭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감사드린다는 말밖에 없다. 하고싶은 말은 너무 많은데 하나하나 다 얘기하면 그저 핑계만 될 것 같다. KIA 타이거즈에도 감사하고 팬들에게도 감사할 뿐이다. 나 때문에 고생한 가족들에게도 감사하다고 말하고 싶다. 아쉽게 끝을 내게 됐지만 어쩔 수 없는 일 아니겠는가. 받아들이고 감사하는 마음으로 끝내고 싶다.

스포티비뉴스=정철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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