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류중일 감독. ⓒLG 트윈스

[스포티비뉴스=정철우 기자]스프링캠프 종료를 하루 이틀 정도 앞둔 시점의 일이다. 저녁 식사를 하던 류중일 LG 감독과 마침 같은 식당에 들어 온 이윤원 롯데 단장이 처음으로 인사를 나누게 됐다. 등을 대고 앉게 됐지만 짧은 덕담 이후 침묵. 서로의 테이블에만 충실했다.

그러다 이야기가 야구 흥행쪽으로 흘러가자 자연스럽게 "LG, 롯데, KIA가 잘해야 한다"는 말이 나왔다.

그러나 류 감독이 크게 웃으며 뒷 자리의 이 단장을 다시 찾더니 파안 대소 하며 이렇게 말했다. "단장님, 엘롯기 화이팅입니다."

다시 강조하지만 캠프가 종료되는 시점에 있었던 일이다. 류 감독은 술에 취한 상황도 아니었다. 캠프가 종료될 즈음에 농담까지 곁들이며 크게 웃을 수 있는 감독은 그리 많지 않다. 걱정이 가장 많을 시기이기 때문이다. 류 감독은 자신의 초보 감독 시절을 이야기 하며 "캠프가 끝날 때 쯤엔 솔직히 도망가고 싶었다"고 말하기도 했었다. 그만큼 스트레스가 큰 시기이다.

동석했던 한 인사는 "류 감독이 확실한 자신감을 갖지 않고는 그렇게까지 크게 웃을 수는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실제로 류 감독은 캠프 내내 쫓기거나 괴로워하는 모습을 보여주지 않았다. 한국시리즈 4회 우승, 아시아 시리즈 우승, 아시안게임 우승을 이끈 명장의 자신감만 엿보였다.

LG는 현재 내야 두 자리가 공석이다. 유격수와 2루수를 누구로 할지 결정되지 않았다. 수비 센터라인의 중심 중 중심이 흔들리고 있다.

하지만 류 감독은 흔들리지 않고 있다. 주전을 묻는 질문에 늘 어두운 얼굴로"아직 확 튀어나오는 선수는 없다"고 했었지만 캠프가 끝날 즈음엔 "아직 누구라고 얘기할 순 없지만 마음 속으론 정해진 선수가 있다"고 답했다.

굳은 얼굴로 훈련 시간 대부분을 수비 포메이션 훈련장에 머물러 있던 그다. 그 시간 동안 무언가 가슴에 굳어지는 것이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 류중일 감독(왼쪽)이 수비 훈련을 지휘하고 있다.

류 감독은 한 번 믿음을 주면 어지간한 실수로는 믿음을 거둬들이지 않는 감독이다. 고참 박용택은 "우리 후배들이 이번 캠프가 정말 중요하다. 감독님의 눈에 들지 못하면 한참동안 기회를 얻지 못할 것"이라고 예상하기도 했다.

애제자인 이승엽 역시 "LG가 오지환까지 확실치 않게 되며 어려움에 빠졌지만 류중일 감독 리더십이라면 해법을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제 그 두 주인공이 가려진 셈이다. 아직 카드가 오픈되지는 않았지만 기대가 먼저 되는 것이 사실이다. 류 감독이 그동안 만들어 낸 작품 대부분은 성공이었기 때문이다.

과연 류 감독의 낙점을 받은 선수는 누굴까. 캠프 막판 파안대소를 이끌어낼 만큼 준비된 선수일까. 카드가 공개되고 그 카드의 실력이 어느정도일지 알게되는데 이제 그리 많은 시간이 남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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