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1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는 황선홍 감독(왼쪽)과 안드레 빌라스 보아스 감독의 지략 대결이 펼쳐진다. ⓒ곽혜미 기자
[스포티비뉴스=서울월드컵경기장, 유현태 기자] '서울타카', 상하이의 조직력, 추운 날씨. 경기 하루 전 살펴본 두 팀의 공개 훈련에서 짚어 낸 3가지 키워드다.

FC 서울은 21일 오후 7시 30분 서울월드컵 경기장에서 킥오프하는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ACL) 조별 리그 1차전에서 상하이 상강과 맞붙는다. 두 팀은 20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경기 전 기자회견과 함께 공개 훈련을 진행했다.

황선홍 감독은 "(상하이의) 공수 전환 속도가 빨라졌다. 지난해보다 확실히 강하다"며 경계심을 늦추지 않았다. 안드레 빌라스 보아스 감독은 "아시아 최고 팀인 서울과 경기한다"면서도 "이기는 경기를 하겠다"며 자신감을 내비쳤다. 본격적인 시즌 개막에 앞서 ACL 경기를 치르는 두 팀 감독은 긴장감과 함께 첫 단추를 잘 끼우겠다는 각오를 다졌다. 

짧은 시간 공개된 훈련에서 두 팀은 물론, 한국과 중국의 자존심을 건 대결을 미리 살펴볼 수 있었다.

▲ 팬들 사이에서 '예쁘다고 소문난' 2017년 시즌 FC 서울의 새 유니폼이 상하이 상강전에서 첫선을 보인다. ⓒFC서울

# 황선홍식 '서울타카'의 탄생?

서울은 상하이가 훈련을 마친 직후인 오후 7시 훈련에 나섰다. 평소처럼 공을 주고받으며 가볍게 몸을 풀었다. 전술 훈련보다 컨디션 조절에 초점을 맞춘 훈련이었지만, 황선홍 감독 체제 아래서 서울이 추구하는 축구를 엿볼 수 있었다. 

훈련 가운데 강조된 것은 '패스-리턴패스-움직임'이었다. 서울 선수들은 4명씩 짝을 지어 한 쪽 엔드라인 쪽에서 간결한 터치로 패스를 주고받다가 반대쪽 골대까지 자유롭게 패스, 리턴패스, 침투를 반복하면서 이동했다. 이때 코칭스태프가 강조한 것은 4명 선수의 간격이었다. 전방으로 연결하는 패스는 공간으로 향했고, 리턴패스는 뒤에 따르는 동료의 앞 공간에 연결되도록 짧게 내줬다. 서울 선수들은 자유롭지만 유기적으로 패스를 연결하면서 양쪽 골대 앞을 오갔다.

훈련에서 느낀 인상은 '스틸타카'의 부활이었다. 황 감독이 포항 스틸러스를 지도하던 시절, 팬들은 유기적인 패스 플레이와 침투로 아기자기하고 공격적인 축구를 펼치는 포항의 축구를 두고 '스틸러스'와 '티키타카'를 더해 스틸타카라고 불렀다. 지난 시즌 중간 서울에 부임해 원하는 전술을 준비할 시간적 여유가 없었고, 측면 미드필더가 부족한 선수 구성에서 황 감독의 색깔을 확실히 낼 수 없었다. 서울은 전지훈련에서 황 감독의 전술 아래서 본격적으로 조직력을 높이고 마우링요, 이상호, 신광훈 등 측면에서 활약할 선수들을 영입했다. 상하이전에서 서울식 티키타카가 등장할지 주목된다.

# 상하이의 조직력, '브라질 삼총사'와 중국인 선수

헐크, 오스카, 엘케손(이상 브라질), 오딜 아흐메도프(우즈베키스탄)까지 초호화 외국인 선수를 구축한 상하이 상강의 전력은 막강하다. 그러나 중국 선수들과 조직력이 중요하다. 축구는 혼자 할 수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오후 6시부터 진행된 공개 훈련에서 상하이는 10명씩 두 조로 나눠 8명이 패스를 돌리고 2명이 공을 빼앗는 훈련을 했다. 일정 개수 이상 패스가 연결되는 동안 수비에 성공하지 못하면, 수비수들은 '재주 넘기' 벌칙을 수행했다. 외국인 선수 4명이 모두 포함된 주전 팀에서도 예외는 없었고, 외국인 선수들은 중국 선수들과 허물 없이 웃고 장난치며 훈련 내내 밝은 분위기가 이어졌다. 안드레 빌라스 보아스 감독은 "오스카와 헐크는 아주 잘 적응하고 있다"고 말했다.

경기장 내에서 선수들이 제대로 어울릴 수 있을지는 경기에서 드러날 것이다. 훈련 중에 밝은 분위기는 좋지만, 상하이는 아직 이번 시즌 수코타이(태국)와 ACL 플레이오프 경기밖에 치르지 않았다. 아직 실전에서 손발을 맞출 기회는 많지 않았다. 경기장 안에서도 선수들이 호흡을 맞출 수 있을지는 두고 봐야 한다. 오스카와 아흐메도프는 이번 시즌을 앞두고 새로 팀에 합류했다. 

황선홍 감독은 "헐크나 오스카 같은 외국인 선수들이 위협적인 찬스를 만들 수 있을 것이다. 개인으로 막을 순 없다. 강하게 압박하고 협력 수비를 해야 할 것이다. 상하이의 외국인 선수들이 뛰어난 기량을 갖췄지만 서울 선수들도 충분한 능력을 지녔다"며 자신감을 내비쳤다. 상하이의 외국인 선수들이 중국 선수들과 충분히 발을 맞추지 못했다면, 서울이 계획대로 주도권을 쥐고 경기를 치를 가능성도 있다. 

▲ "이게 대체 누구야?" 추위에 모자와 넥워머로 꽁꽁 싸맨 오스카 ⓒ곽혜미 기자

# 추운 날씨

외국인 선수 4명을 포함한 상하이 선수단은 서울에 불어닥친 추위에 털모자와 넥워머로 무장한 채 그라운드에 등장했다. 기자회견에서 차이후이캉은 "상하이보다 훨씬 추워서 경기력에 영향이 있을 것"이라며 "21일 경기 전엔 준비 운동을 충분히 해서 추위에 영향을 받지 않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다. 상하이의 2월 기온은 영하로 떨어지는 경우가 거의 없다. 따뜻하다고 하긴 어렵지만 서울처럼 춥진 않다. 추위 속에선 몸이 얼어 경기력에 영향을 받을 수가 있다.

홈팀 서울은 추위를 그다지 신경 쓰지 않았다. 황선홍 감독은 "추위에 큰 영향을 받을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준비한 경기를 펼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 한국 날씨에 익숙한 서울은 훨씬 편한 상황에서 경기를 치르게 됐다.

기상청은 21일 오전엔 서울 기온이 영하 6도까지 떨어지겠지만, 낮부터는 영상까지 기온이 오르고 경기 시간인 오후 7시 30분엔 2~3도 정도가 될 것으로 예측했다. 쌀쌀한 날씨지만 두 팀 모두 추위에 떨면서 경기를 망칠 가능성은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두 팀 모두 겨우내 구슬땀을 쏟아 준비한 것을 보여 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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