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장 가치 '천만 유로' 마레가(오른쪽)가 24일 'ACL 결승전'에서 강상우(왼쪽)와 볼 다툼을 한다 ⓒ연합뉴스/AFP
[스포티비뉴스=박대성 기자] 포항 스틸러스가 12년 만에 아시아 정상을 노렸지만 아쉽게 졌다. 몸값 높은 알 힐랄 공격수들의 한 방을 뒤집지 못했다.

포항은 24일 새벽 1시(한국시간)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 킹 파흐드 국제경기장에서 열린 알 힐랄과 '2021시즌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결승전'에서 0-2로 패배했다. 2009년 이후에 트로피를 노렸지만 아쉽게 준우승에 머물렀다.

포항은 최정예를 가동할 수 없었다. 이승모는 병역 관련 봉사 시간 부족으로 사우디 원정에 합류하지 못했고, 주전 골키퍼 강현무는 부상으로 이탈했다. 김기동 감독이 "원팀으로 어려운 시기를 잘 극복해서 여기까지 왔다. 팬들에게 좋은 경기력으로 보답하고 싶다"고 말했지만 쉽지 않았다.

포항은 4-2-3-1 포메이션에 팔라시오스, 임상협, 크베시치에게 득점을 맡겼다. 이수빈, 신진호, 신광훈이 허리에서 공수 밸런스를 조율했고 박승욱, 권완규, 그랜트, 강상우가 포백을, 이준이 골문을 지켰다. 

12년 만에 아시아 제패를 노렸지만, 20초 만에 계획이 꼬였다. 나세르 알-다우사리가 크베시치의 볼을 탈취해 중거리 슈팅을 했는데 그대로 골망 구석에 꽂혔다. 이준 골키퍼가 손을 뻗었지만 막을 수 없었다.

포항은 깜짝 실점에 리드를 내줬는데 차분히 경기를 풀었다. 팔라시오스가 최전방에서 분투하며 포스트 플레이와 홀딩 역할을 했고 강상우 등이 침투하며 기회를 노렸다. 신진호가 세트피스로 득점을 노렸지만 골대를 강타하는 불운이 있었다.

알 힐랄은 조직력보다 프리미어리그 등에서 활약했던 몸값 높은 선수들의 개인 기량으로 포항을 위협했다. '트랜스퍼마크트' 기준 1000만 유로(약 133억 원) 공격수 무사 마레가, 한때 스완지에서 기성용 동료로 뛰었던 160만 유로(약 21억 원) 바페팀비 고미즈가 저돌적으로 치고 들어왔다.

'1000만 유로' 사나이 마레가의 돌파는 묵직했고 위협적이었다. 후반 18분, 고미즈 원터치 패스를 피지컬로 밀고 포항 하프스페이스에 침투했고 침착하게 마무리했다. 포항의 추격에 찬물을 끼얹는 쐐기골이었다.

포항은 세트피스와 측면 얼리 크로스로 추격골을 노렸지만, 속절없이 시간이 흘렀다. 꽤 짜임새있는 역습 패턴을 했어도 역부족이었다. 점점 체력이 떨어졌고, 알 힐랄 골키퍼의 실책에도 운이 따라주지 않았다.

다만 충분히 '졌지만 잘 싸웠다(졌잘싸)'였다. 포항은 전북 현대, 울산 현대 등 대대적인 투자를 하는 팀을 넘고 K리그 대표로 결승전에 진출했다. 여름에는 핵심 공격수 송민규까지 이적으로 잃었는데 숱한 난관을 넘고 여기까지왔다. '기동 매직'은 아쉽게 멈췄지만 아름다운 준우승이다.


저작권자 © SPOTV NEWS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