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정아(맨 오른쪽) ⓒ 연합뉴스
[스포티비뉴스=도쿄, 정형근 기자] 박정아(28, 한국도로공사)를 가리키는 별명 가운데 하나가 '클러치 박'이다. 꼭 득점이 필요한 순간, 기어이 해내기 때문이다.

박정아는 5년 전, 2016년 리우 올림픽에서 부진해 비난의 화살을 견뎌야 했다. 그 상처가 커 "리우는 아픔이었다"고 말할 정도. 웬만해선 리우 올림픽 얘기를 꺼내지 않으려고 한다.

하지만 그렇게 아팠던 만큼 성숙해졌고 강해졌다. 도쿄에서 박정아는 포커페이스를 유지하며 클러치 순간마다 귀중한 득점을 일궜다. 비록 45년 만에 메달 획득은 무산됐지만 한 단계 진화한 모습을 보였다.

한국은 8일 일본 아리아케아레나에서 열린 도쿄올림픽 배구 여자 3·4위 결정전에서 세르비아에 세트스코어 0-3(18-25, 15-25, 15-25)으로 패했다.

한국 여자 배구는 1976년 몬트리올 올림픽에서 동메달을 딴 것이 최고 성적이다. 김연경이 뛰었던 2012년 런던 올림픽에서 4위, 2016년 브라질 올림픽에서 5위에 올랐다. 45년 만에 메달 획득에 도전했지만 눈앞에서 아쉽게 불발됐다.

박정아는 경기 뒤 인터뷰에서 "목표가 8강이었는데 4강까지 왔다. 오늘(8일) 경기까지 마치니 여러 감정이 든다. 일본과 터키를 이겼을 때가 가장 기억에 많이 남는다"고 말했다.

끝내 아쉬움의 눈물을 떨궜다. 박정아는 "좋은 결과(동메달)를 거머쥔 건 아니지만 1차 목표를 달성하게 돼 정말 기쁘다. 언니들이 너무 고생을 많이 했다. 내가 조금 더 잘했으면 좋았을텐데 그게 너무 아쉽다"며 울먹거렸다.

그럼에도 "이번 도쿄올림픽은 좋은 기억으로 남을 것 같다"며 5년 전과는 다른 마침표를 찍는 데 성공했다.

동메달은 손에 쥐지 못했지만 한국이 보여 준 투혼과 명승부는 모든 사람들의 가슴 속에 남았다. 대회 한 경기 한 경기가 명승부였다.

김연경은 지난달 29일 도미니카공화국과 조별리그 3차전에서 세트스코어 1-2로 위기에 몰렸을 때 "해 보자. 해 보자. 후회하지 말고"를 외치며 팀을 다독였다. 결국 3세트와 5세트를 거머쥐고 짜릿한 역전승을 챙겼다. 8강 진출 분수령이 됐던 장면이었다.

조직력의 한국은 조별리그를 A조 3위로 마쳐 8강에 올랐다. 지난 4일 8강전에선 세계 4위 강호 터키를 3-2로 역전승하고 준결승 진출권을 따냈다.

특히 5세트까지 가면 지지 않았다. 마지막 세트까지 도미니카공화국, 일본, 터키를 물고 늘어져 기어이 승리를 따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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