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개 구단 체제로 프로야구 출범 이래 가장 규모가 커졌다. 그만큼 팀당 144경기를 치르며 가장 긴 레이스를 달려야 한다. 정규시즌이 길어진 만큼 부상 등으로 인한 돌발 변수가 일어날 가능성도 크다. 공격이 있어야 이길 수 있지만 뭐니뭐니해도 야구는 '투수 놀음'. 한때 6선발 체제도 언급되는 등 어쨌든 1군에서 안정적으로 뛸 만한 투수를 최대한 많이 보유해둬야 2015시즌을 가능한 무탈하게 보낼 수 있을 전망이다. 그렇다면 10개 구단은 현재 어떤 준비 태세를 갖추고 있을까.(편집자 주)

[SPOTV NEWS=박현철 기자] 조범현 수원 kt 위즈 초대 감독은 한국프로야구에서 사실상 가장 처음으로 6선발 체제를 도입한 지휘자다. KIA 감독 시절이던 2009시즌 조 감독은 에이스 윤석민과 아킬리노 로페즈-릭 구톰슨-양현종-서재응-이대진(혹은 곽정철) 등으로 이어지는 6선발 로테이션을 운용했다.

이유가 있었다. 구톰슨의 팔꿈치 상태가 완전하지 않았고 윤석민이 시즌 초반 지독하게 승운이 없다가 마무리 한기주를 대신해 보직 이동하는 등의 과정에서 6선발 로테이션을 운용한 바 있다. 시즌 막판에는 WBC에서 전천후 활약했던 윤석민이 어깨 부종으로 잠시 로테이션을 거르기도 했는데 이 여파를 6선발 체제로 잘 극복할 수 있었다. 그리고 그 해 KIA는 페넌트레이스-한국시리즈 통합 우승으로 타이거즈 통산 10번째 리그 제패에 성공했다.

6년이 지난 지금. 조 감독은 새로 밭을 일구는 농부의 마음으로 2015시즌에 나선다. 지난해 퓨처스리그 한 시즌을 치르기는 했으나 1군과 퓨처스리그는 엄연한 차이가 있다. 기존 구단의 지휘봉을 이어받은 입장이라면 기존 토양의 상성 등을 감안해 작물을 재배할 수 있으나 조 감독은 그야말로 새로운 땅을 경작에 적합한 땅으로 일구고 씨를 뿌리고 작황 결과를 기다려야 하는 입장이다.

캠프 시작 전 조 감독은 “6선발도 진지하게 생각 중이다”라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섣불리 조 감독의 6선발 발언이 시즌 개막 후까지 유효할 것이라고 보기는 힘들다. 여러모로 선배 팀들에 비해 우위를 갖춘 부분이 패기 밖에 없는 데다 아직 1군 무대에서 확실한 선발 자원으로 검증된 국내 투수들이 전무하기 때문. kt는 시즌을 치르면서도 여러 시행착오를 통해 선수단의 퍼즐을 하나 하나 맞춰 갈 전망이다.

일단 외국인 투수 세 명은 모두 선발 로테이션을 지킨다. LG-롯데에서 풍부한 국내 무대 경험을 갖춘 '호주형' 크리스 옥스프링(38), 포심-투심-커브를 주무기로 하는 우완 필 어윈(28), 208cm 신장으로 한국 프로야구 사상 최장신으로 기록된 좌완 앤디 시스코(32)가 모두 선발 로테이션 1~3선발 자리를 맡을 예정이다.

옥스프링은 나이가 걸리지만 이닝 소화 능력과 검증된 실력, 그리고 매너에서 모두 좋은 점수를 받아 kt 낙점을 받았다. 이번 시범경기에서는 2경기 평균자책점 3.18(21일 현재)로 괜찮다. 어윈은 3경기 1패를 떠안았으나 평균자책점 2.40으로 괜찮은 편이며 특히 과감한 몸쪽 제구와 파워커브의 위력을 뽐냈다.

지난해 중반 먼저 kt 유니폼을 입고 퓨처스리그에서 7경기 3승1패1세이브 평균자책점 2.93을 기록했던 시스코는 시범경기에서 2경기 1패 평균자책점 9.00으로 주춤했다. 9이닝 동안 11개의 탈삼진을 기록했으나 이닝 당 주자 출루 허용(WHIP) 2.11과 피안타율 3할7푼5리는 시범경기라도 아쉽다. 시범경기 성적은 서로 차이가 있으나 적어도 이 셋 중 한 명이 마무리로 보직 이동할 가능성은 사실상 없을 것으로 보인다. 신생팀인 만큼 일단 경기를 만드는 선발 투수가 가장 필요하기 때문이다.

외국인 투수들 다음 순번인 4선발에 가장 가까이 다가간 이는 바로 우완 박세웅(20). 2014년 경북고를 졸업하고 1차 지명으로 kt 유니폼을 입은 박세웅은 이번 시범경기 최고의 수확. 2경기에서 모두 승리를 거두며 평균자책점 0, 퀄리티스타트(선발 6이닝 이상 3자책점 이하) 1회를 기록한 박세웅은 WHIP 0.55 피안타율 1할1푼4리로 세부 성적마저 특급이다. 비록 시범경기지만 리그에서 가장 잘 던지는 투수인 만큼 조 감독은 이미 “박세웅을 4선발로 내세운다”라고 공표했다. 현재까지는 새내기다운 좋은 구위에 제구도 뛰어나다.



또 다른 선발 후보들은 바로 지난해 11월 기존 9개 구단 20인 보호선수 외에서 고른 특별지명 투수들. 넥센에서 이적해 온 우완 장시환(28)이 유력한 5선발 후보. 개명 전 장효훈이던 시절 그는 천안북일고 시절 이미 154km를 던지며 2차 지명 전체 2순위(현대 1라운드)로 주목받은 유망주였다. 그러나 고질적인 제구난으로 인해 1군에서 제대로 활약하지는 못했다. kt는 이전부터 퓨처스리그 최고의 구위를 자랑한 장시환을 눈여겨보았고 결국 넥센에서 그를 데려오는 데 성공했다. 장시환의 시범경기 성적은 2경기 1승1패 평균자책점 6.75다.

두산 출신 좌완 정대현(24)도 선발 후보군에 속한다. 성남고 졸업 후 2010년 3라운드로 두산 입단한 정대현은 빠른 공이 140km대 초반으로 구위가 뛰어난 편은 아니다. 제구도 그리 뛰어난 편은 아니지만 담대함과 여유를 갖춘 투수. 변화구 구사 능력도 좋은 편이다. 굳이 비교하자면 현재 넥센에서 뛰고 있는 좌완 금민철과 유사한 스타일이다. 경찰청 입대 대신 kt에서 1군 무대에 재도전하기로 한 정대현의 시범경기 성적은 2경기 1패 평균자책점 3.00이다.

그 외 특별지명 투수들은 대체로 계투진에 힘을 보탤 것으로 보인다. 2년 전 NC의 우선 지명 투수였던 우완 이성민은 선발 대신 팀의 필승 카드로 출장할 전망이며 캠프 당시 선발 후보였던 좌완 윤근영(전 한화)도 좌완 롱릴리프 및 원포인트 보직이 유력하다. 2015 우선지명 우완 주권(청주고 졸업)은 오른팔 상태가 좋지 않아 지난 2월 일본 미야자키 캠프 도중 중도 귀국했고 2014 인천 아시안게임 유일한 아마추어 선수이자 우선지명자 홍성무도 팔꿈치 뼛조각 수술 후 재활 중이다. 마무리는 FA(프리에이전트)로 가세한 롯데 출신 베테랑 김사율이 맡는다.

물론 아직은 시즌 때 투수진이 어떤 방식으로 운용될 지 알 수 없다. 기본적으로 야구는 모르는 일 투성이다. 더욱이 신생팀의 1군 첫 해는 그들의 팀 컬러와 플레이 스타일 자체가 어느 쪽으로 잡힐 지 종잡을 수 없기 때문이다. '원조 6선발 아저씨' 조 감독의 kt는 144경기를 어느 투수들과 어떻게 꾸려나갈 것인가.

[사진] 조범현 감독 ⓒ kt 위즈

[영상] 12일 시범경기 롯데전 장시환 투구영상 ⓒ SPOTV 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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