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맏형으로 주장 홍정호를 도왔던 이용(오른쪽) ⓒ전북 현대
▲ 전북 현대에서만 K리그 407경기를 뛴 '최투지' 최철순 ⓒ한국프로축구연맹


[스포티비뉴스=전주, 이성필 기자] 'K리그 최강팀'의 저력을 다시 확인한 전북 현대는 통산 9회(2009·2011·2014·2015·2017·2018·2019·2020·2021년), 5년 연속 우승이라는 대기록을 세웠다. 당분간 K리그에서 쉽게 깨지기 어려운 기록이라는 데는 이견이 없다. 오히려 전북이 기록제조기가 될 가능성도 있다.

대기록의 완성에는 지난해까지 은퇴한 이동국(42)의 역할이 컸다는 것을 부인하기 어렵다. 선수단이 흔들리면 은은한 카리스마로 팀 분위기를 확실하게 잡았다.

올해는 이동국이 없는 상황에서 홍정호(32)가 주장을 맡아 시즌을 끌어왔다. FA컵 16강 탈락, 아시아 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ACL) 8강 탈락 등 나쁜 흐름이 이어졌다. '초보' 김상식 감독의 지도력에도 흠집이 생기는 것이 이상하지 않았다.

하지만, 전북에는 경험 많은 선참들이 있어 위기마다 중심을 잡아줬다. 2006년 전북 입단 후 현재까지 '리빙 레전드'가 되는 최철순(34)과 국가대표 측면 수비수 이용(35)이 홍정호를 측면에서 지원했다.

최철순은 언급이 필요 없는 전북의 살림꾼이다. '최투지'라는 별명에서도 알 수 있듯이 골키퍼를 제외한 모든 역할 수행이 가능하다. 또, 전북의 분위기를 누구보다 알고 있어 쓴소리도 눈치 보지 않고 한다.

양주시민구단과의 FA컵 16강에서는 무릎 부상을 당해 2개월 가까이 팀에서 이탈했다. 이유현이 몸 상태가 좋지 않자 출전을 자원했고 하필 부상을 당했다. 붕대까지 감고 뛴 투혼이었고 전북이 쉽게 무너지는 팀이 아니라는 것을 보여주려 했다.

지난 9월 포항 스틸러스전에서는 0-1로 패한 뒤 목청 높여 선수단의 정신 집중을 유도했다. "예전의 그저 그런 팀으로 돌아갈 수 있다"라며 우승권 실력의 팀을 유지하자고 소리쳤다. 쓴소리보다 주로 그라운드 위에서 몸으로 보여줬던 최철순의 한마디는 분명 큰 효과였다.

우승이 결정된 제주전에서도 최철순은 한교원의 첫 골에 몸을 던져 머리로 볼을 연결해 이창근 골키퍼의 실수를 유도했고 송민규의 두 번째 골에는 앞으로 전진해 쿠니모토에게 볼을 내줬다. 최철순의 헌신이 아니었다면 전북에 우승이 오지 않을 수도 있었다.

최철순은 올해 주전 확보가 쉽지 않은 상황에서도 자기 역할을 충실하게 해냈다. 왼쪽 측면에서 박진성이 급부상하고 사살락, 김진수가 영입되는 등 부침의 연속이었지만, 끝까지 준비된 모습으로 맏형의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이용 역시 A대표팀을 오가며 피곤한 상황에서도 필요한 순간에는 쓴소리를 마다치 않았다. 전북 관계자는 "주장 홍정호가 선수단 조율에 어려워하는 순간이면 이용이 정확한 포인트를 찍어 말하더라. 그때마다 분위기가 확실하게 잡히더라"라고 전했다.

오른쪽 측면에서 이용은 공격에 가담하다가도 수비에도 열중하며 묵묵히 자신의 역할을 소화했다. 수비에서 흔들리지 않는 모습을 보여주니 끝까지 균형이 잡히고 무실점 경기도 늘게 되는 효과로 이어졌다.

경쟁력 있는 모습을 꾸준히 보이면서 A대표팀에서도 파울루 벤투 감독의 사랑을 받았다. 아직도 그를 넘을 오른쪽 측면 수비수 자원이 보이지 않는 것은 분명 이용이 준비된 남자라는 것을 보여준 것이다. 김상식 감독도 이용에게 믿고 맡기는 이유다.

김 감독은 "홍정호가 올해 부상 없이 팀을 이끌어줬다. 또, 최철순과 이용 등 선참들이 경기에 나서지 못해도 동료들 챙겼고 자기보다 팀을 위해 희생했다"라며 이들의 역할이 분명하게 있었음을 숨기지 않았다, 

홍정호도 "(주장을 맡아) 팀 전체를 보면서 시즌같이 하다 보니 보지 못했던 부분도 많더라. (최)철순, (이_용이 형이 그런 장면 딱 잡아줬다. 제가 말을 안 해도 분위기를 이끌더라. 선참들이 머리 박고 경기를 끝까지 뛰는데 (후배들이) 하지 않을 수 없지 않나"라며 몸으로 보여줬던 이들의 모습에 찬사를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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