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듄'. 제공|워너브러더스코리아
[스포티비뉴스=김현록 기자]이것은 시작일 뿐이다. 영화 '듄'은 무시무시한 원작의 무게를 기꺼이 딛고 완성해낸 야심과 집념의 결과물이다. 웅장하며 섬세하고 아름답다.

'듄'(Dune)은 1965년 탄생한 프랭크 허버트의 동명 소설이 바탕이다. 원작은 역사상 최고의 SF시리즈라는 평가를 받으며 전세계적으로 2000만부가 팔린 SF역사상 최고 베스트셀러이자 기념비적 고전이다. 1984년 처음 영화화됐으나 혹평 속에 흥행에도 참패했고, 이후에도 영화화 시도가 번번이 좌절되다 드디어 드니 빌뇌브의 손에서 스크린에 옮겨졌다. '시카리오'에 이어 '컨택트' '블레이드 러너 2049'를 통해 SF에서도 탁월한 연출력과 미감을 과시한 드니 빌뇌브는 '듄'을 영화로 찍는 것이 꿈이라고 고백했던 원작의 팬. 영화 '듄'은 SF의 클래식에 더해진 그의 오랜 비전과 해석, 빛나는 배우들의 호연으로 완성된 수작이다. 

때는 10191년. 아트레이데스 가문의 후계자 폴(티모시 살라메)는 사막의 행성 아라키스에서 한 여인을 만나는 꿈을 매일 꾼다. 모래언덕이란 뜻의 '듄'이라 불리는 아라키스는 우주에서 가장 값비싼 자원인 스파이스가 생산되는 유일한 곳. 황제는 하코넨 가문이 토착주민인 프레멘을 탄압하며 일궈온 그 곳을 아트레이데스 가문에게 맡기고, 폴과 그 일족들은 위험이 도사리는 미지의 행성에 발을 디딘다. 

원작 '듄'은 작가가 무려 20년에 걸쳐 쓴 우주의 연대기고, SF의 고전으로 불리는 만큼 탄생 이후 60년 가까운 시간 동안 수많은 작품에 영향을 끼치며 변주된 터다. 놀랍게도 '듄'은 어떤 기시감도 없이 그 압도적 존재감을 분명히 한다. 첫 장면부터 시선을 온전히 잡아끄는 완성도 높은 프로덕션은 이전에는 보지 못했던 세계의 시작을 알린다. 행성마다 완전히 다른 분위기와 공기를 정교하고도 사실적으로 구현했다. 영화의 주무대인 사막의 행성의 황량한 모래는 섬세한 음향과 어우러져 손에 닿을 듯한 느낌마저 준다.

여기에 더해진 음악과 음향이 미지의 세계를 완성한다. 음악을 맡은 한스 짐머는 다른 시간대, 다른 행성이 배경이기에 한 번도 드어보지 못한 음악을 만들려 수개월 동안 실험을 거듭했다는 후문. 그 결과물은 '듄'에 몽환적이고도 영적인 기운을 불어넣는다. 시청각적 쾌감이 상당하다.

드니 빌뇌브 감독은 방대한 원작을 과감하게 쳐내면서도 시대상과 배경을 세련되고도 함축적인 방식으로 설명한다. 그럼에도 권력의 암투을 중심으로 한 환경문제, 자원문제, 식민지주의 등 섬세한 늬앙스가 살아있다. 마치 수천년 뒤의 미래세계를 배경으로 셰익스피어의 고전에서 튀어나온 인물들이 새로운 신화를 써내려가는 듯한 느낌이다. 여기에 더해 주요 배역을 화려한 스타들로 채워 캐스팅만으로 캐릭터를 납득시켰다.. 

폴의 어머니이자 전사이며 신비한 여성집단의 일원인 레이디 제시카 역의 레베카 퍼거슨, 정의로운 군주 레토 공작 역에 오스카 아이삭, 신비로운 이카리스의 여인 챠니 역에 젠데이야는 물론이고 조슈 브롤린, 제이슨 모모아, 하비에르 바르뎀, 스텔란 스카스가드 등이 크고작은 캐릭터를 맡아 등장과 동시에 인물이 되는 몰입도 높은 연기를 보여준다. 

그 중에서도 단연 돋보이는 것은 티모시 샬라메다. 무거운 운명을 짊어진 10대 소년 폴로서 '듄'의 주인공이라는 어마어마한 무게를 기꺼이 견뎌낸다. 호리호리한 몸으로 소년의 불안을 그려내다가도 순간순간 강력한 카리스마를 보여주는 몰입도 넘치는 열연으로 거대한 우주 서사시의 중심을 확실히 잡는다. 드니 빌뇌브 감독은 "두번째 후보는 아예 생각하지도 않았다. 나는 샬라메와 '듄'을 찍을 것이었고, 그것으로 끝이었다"며 믿음과 확신을 드러냈다. 

155분에 이르는 긴 러닝타임, 웃음 한 번 터지지 않는 진중한 분위기, 생소한 용어로 이뤄진 세계의 진입장벽 탓에 킬링타임용 영화로는 적당하지 않을 수 있겠다. 진짜 폴의 이야기를 마주하기 위해선 어쩔 수 없이 속편을 기다려야 한다. 

허나 수십년 전 고전이 현대의 자본, 기술과 만나 보여주는 SF의 신기원은 시네마의 힘을 실감하기에 더없는 기회다. 원작을 모르더라도 영화를 따라가는 데 무리는 없다. 2.35대1과 4대3을 오가는 시청각적 쾌감을 제대도 경험하려면 암부의 디테일이 살아나는 거대한 스크린, 정교한 사운드와 함께 즐기길 추천한다. 동시에 드니 빌뇌브의 거대한 도전이 부디 성공해 2편, 그리고 3편으로 이어지는 다음 여정을 목격할 수 있길 바라는 마음이다. 

10월 20일 개봉. 12세 관람가. 러닝타임 155분. 쿠키영상 없음.

▲ '듄'. 제공|워너브러더스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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