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위로 통과한 아나믹 판 플로텐
▲ 1위를 차지한 안나 키젠호퍼
[스포티비뉴스=이민재 기자] 우승을 차지한 줄 알았다. 네덜란드의 아나믹 판 플로텐(38)은 결승선을 통과한 뒤 포효했다. 그러나 2위였다. 1위는 이미 결승선을 통과한 지 1분 15초가 흐른 뒤였다.

25일 치러진 2020 도쿄올림픽 사이클 여자 개인도로에서 이변이 일어났다. 오스트리아의 수학 박사 안나 키젠호퍼(30)가 금메달을 따냈다. 키젠호퍼는 일본 도쿄 무사시노노모리 공원에서 시즈오카현 후지 스피드웨이까지 137km 거리를 3시간 52분 45초에 달렸다. 

키젠호퍼는 과거 트라이애슬론과 듀애슬론을 뛰는 선수였다. 그러나 부상으로 달리기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본격적으로 사이클에 힘을 쏟았다. 

올림픽 공식 홈페이지는 "키젠호퍼는 영국 케임브리지대학교에서 수학 석사를, 스페인 카탈루냐 공과대학교 수학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라며 "이번 대회에서는 사이클에 집중했다"라고 언급했다.

그는 일반적인 경기 운영과 다른 방법을 선택했다. 키젠호퍼는 초반 2km 지점부터 빠르게 치고 나갔다. 상대 선수들과 간격을 쉽게 벌릴 수 있지만 후반 들어 체력적인 부담을 느낄 수 있는 전략이었다.

그럼에도 성공했다. 키젠호퍼는 "겁먹지 않고 그냥 해내서 기쁘다. 나는 공격적으로 나섰다"라며 "믿을 수 없는 기분이다. 내가 결승선을 넘었을 때도 '계속 타야 하는 건가?'라는 생각이 들었다. 대단했다"라고 강조했다.

소리 소문 없이 압도적으로 경기를 끝낸 탓에 2위 선수가 금메달을 따낸 줄 알고 환호하는 해프닝도 있었다.

'사이클링 위클리'는 "올림픽 사이클 경기에서는 무전기나 팀 차를 통해 정보를 얻을 수 없다"라며 "2위 판 플로텐은 마지막 결승선 순간에 아무런 정보를 얻지 못했다"라고 전했다. 혼자 앞서간 키젠호퍼를 확인하지 못하고, 무전기로 정보도 얻지 못했기 때문에 판 플로텐은 자신이 1등으로 들어온 것으로 착각했다.

판 플로텐은 "소통을 할 수 없는 경기여서 얼마나 많은 사람이 앞서가는지 세어봐야 한다"라며 "나는 끝날 때까지 알지 못했다"라고 아쉬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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