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삼성 라이온즈 신인 이승현. ⓒ 곽혜미 기자
[스포티비뉴스=잠실, 박성윤 기자] 한국을 대표하는 베테랑 포수의 사인에 고개를 가로젓는 신인이 있다. 대담성과 빠른 구속을 앞세워 1군 무대에 도전장을 던졌다. 삼성 라이온즈 2021년 1차 드래프트 왼손 투수 이승현 이야기다.

이승현은 지난 14일 LG 트윈스와 경기에서 1군 데뷔전을 치렀다. 1이닝 동안 삼진 2개를 빼앗으며 무실점 투구를 펼쳤다. 삼성 허삼영 감독은 "스트라이크존을 벗어나는 공이 2개밖에 없었다"며 "회전 수가 정상급이다"고 칭찬했다.

삼성은 원래 이승현을 16일 말소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구원투수 양창섭 부상과 오른손 이승현 부진으로 불펜이 필요했고 신인 이승현은 1군에 조금 더 머무르게 됐다.

17일 삼성은 이승현을 다시 마운드에 기용했다. LG와 경기에서 0-1로 뒤진 5회 마운드에 오른 이승현은 1이닝 1볼넷 1사구 1탈삼진 무실점 투구를 펼치며 삼성 3-1 역전 승리에 힘을 보탰다. 이날 경기는 데뷔전처럼 깔끔하지는 않았다. 유강남을 상대로 사구를 주고 1사 2루에 홍창기에게 볼넷을 주며 위기를 자초했다. 그러나 오지환을 상대로 포수 파울플라이, 김현수를 삼진으로 돌려세워 위기에서 벗어났다.

이날 이승현 투구 내용 가운데 하이라이트는 2사 2, 3루에서 김현수를 상대로 삼진을 빼앗는 장면이다. 이승현은 빠른 볼만 5개를 던져 김현수를 상대로 헛스윙 삼진을 끌어내고 이닝을 끝냈다.

이승현의 공을 2경기 연속으로 받은 강민호는 그의 투구를 칭찬했다. 17일 역전 적시타를 쳐 수훈선수가 된 강민호는 "초구와 2구를 빠른 볼로 던졌는데, (김)현수가 헛스윙을 두 번했다. 방망이가 공 타이밍과 맞지 않아 못 친다는 생각을 했다. 그래서 5개 연속으로 던지게 했다. (이)승현이의 가장 좋은 공이었다"며 연신 신인투수의 배짱 넘치는 투구를 칭찬했다.
▲ 사구와 볼넷을 기록하며 흔들리는 이승현. 정현욱 투수코치와 강민호(왼쪽부터)가 그를 돕기 위해 마운드에 잠시 방문했다. ⓒ 곽혜미 기자

그는 "좋다는 이야기를 듣기는 했다. 그런데 이 정도일 줄은 몰랐다. 처음 이승현 공을 잡았을 때 감동을 느꼈다. 좋은 공이다. 힘이 있고 패기가 있다"고 말했다. 넘치는 신인 투수의 패기는 강민호와 사인 교환에서 나왔다.

강민호는 "신인 선수들과 호흡을 맞출 때 내 사인에 다 따르지 말라고 말한다. 던지고 싶은 공을 던지게 해준다. 대신 선수들과 약속을 한 게 있다. 같은 사인을 또 내면, 믿고 따라 달라고 이야기를 했다. 나도 확신이 있어서 내는 사인이니 믿어달라고 했다. 오늘(17일) 경기에서 (이)승현이가 두, 세 번 정도 고개를 흔들었다. 20살 투수가 고개를 흔들기 쉽지 않다"며 겁없는 신인 이승현의 패기를 높게 평가했다.

"얜 성공하겠다 싶었다." 국가대표를 지내며 산전수전 다 겪은 KBO 리그 역사에 남을 베테랑 포수 강민호의 짧고 굵은 한 줄 평이다. 이제 자신의 프로 커리어를 시작한 이승현의 행보에 더 관심이 쏠린다.

스포티비뉴스=잠실, 박성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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