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 김광현.
[스포티비뉴스=김민경 기자] "감독한테 믿음을 심어줘야 할 것 같다."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 좌완 김광현(33)이 스스로 고비를 넘기지 못하고 일찍 마운드에서 내려오게 된 상황에 아쉬운 감정을 표현했다. 

김광현은 17일(한국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디에이고 펫코파크에서 열린 '2021 메이저리그' 샌디에이고와 경기에 선발 등판해 3⅓이닝 2피안타 3볼넷 3탈삼진 4실점(1자책점)을 기록하며 시즌 첫 패(1승)이자 메이저리그 데뷔 첫 패전을 떠안았다. 시즌 평균자책점은 종전 2.74에서 2.73으로 약간 떨어졌다. 세인트루이스는 3-5로 역전패했다. 

3회까지는 김광현과 세인트루이스의 페이스였다. 김광현은 공 49개로 10타자를 상대하면서 빠르게 아웃카운트 9개를 잡았다. 1회부터 놀란 아레나도가 선취 투런포를 쏘아 올리면서 김광현의 어깨를 더욱 가볍게 해줬다. 

2-0으로 앞선 4회 김광현이 급격하게 흔들렸다. 선두타자 매니 마차도를 3루수 아레나도의 송구 실책으로 내보내면서 꼬이기 시작했다. 다음 타자 제이크 크로넨워스에게는 2루수 병살타 코스로 유도했는데, 2루수 토미 에드먼이 1루주자 마차도와 부딪혀 넘어지는 바람에 병살로 이어지진 않았다. 1사 1루에서 토미 팸의 볼넷과 오스틴 놀라의 중전 안타로 1사 만루 위기까지 이어졌다. 

김광현은 "평소보다 제구가 잘 되지는 않았다. 4회에 많이 흔들렸고, 스트라이크라고 생각한 공이 볼 판정을 받으면서 멘탈이 흔들린 것 같다. 실책도 나오고, 수비 방해라고 생각한 것도 1루에서 세이프가 됐다. 4회에 여러가지 일들이 일어나면서 경기를 이기고 싶다는 욕심이 컸다"고 되돌아봤다. 

1사 만루 위기에서 김광현은 더 이상 아웃카운트를 잡지 못했다. 투쿠피타 마르카노, 김하성에게 연달아 밀어내기 볼넷을 허용해 2-2 동점이 됐다. 투구 수는 71개까지 불어났다. 마이크 실트 세인트루이스 감독은 더 이상 김광현을 지켜보지 않고 헤네시스 카브레라와 교체를 선택했다. 이후 카브레라가 김광현의 책임주자 2명을 더 불러들여 2-4로 뒤집혔다. 

실트 감독은 김광현이 급격히 무너진 것과 관련해 "나도 모르겠다. 갑자기 공이 스트라이크존 밖으로 벗어나기 시작했다"고 말하며 고개를 저었다. 

김광현은 이날 스스로 위기를 막지 못한 점과 함께 계속해서 긴 이닝을 던지지 못하는 상황을 아쉬워했다. 그는 "감독한테 믿음을 심어줘야 할 것 같다. 투구 수가 계속 적은 상황에서 마운드에서 내려오게 됐다. 그런 점에서 신뢰를 주지 못한 게 내 탓인 것 같다. 앞으로도 계속 긴 이닝을 던지려고 노력할 건데, 적은 투구 수로 이닝을 끝내는 노력을 해야 하지 않나 생각한다"고 밝혔다. 

김광현은 올해 6경기에 등판해 26⅓이닝을 던졌다. 경기당 평균 5이닝을 넘기지 못했다. 투구 수는 한 경기에 90구 이상을 던진 적이 없다. 지난 12일 밀워키전에서 5⅓이닝 동안 88구를 던진 게 올 시즌 최다 기록이었다.

당장 4회에 흔들린 것보다 김광현은 시즌 전반적으로 실트 감독에게 고비를 넘길 힘이 있다는 인상을 심어주지 못한 데 아쉬운 마음이 큰 듯했다.  

김광현은 그래도 "이닝에 볼넷을 3개나 줬고, 연속 타자 밀어내기 볼넷을 줬기 때문에 감독으로서는 무조건 바꿔야 하는 상황이었다. 내가 감독이어도 바꿨을 것이다.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라며 아쉬운 마음을 발판 삼아 다음 경기에 재정비해 돌아오겠다고 다짐했다.

스포티비뉴스=김민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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