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차전 뒤 안타가 없었던 박세혁, 박건우, 허경민(왼쪽부터)은 2차전에서 안타를 신고하며 부담을 덜었다. ⓒ 곽혜미 기자
[스포티비뉴스=잠실, 김민경 기자] "이제 저희는 이런 장난을 해요."

두산 베어스 유격수 김재호(35)는 5일 LG 트윈스와 준플레이오프 2차전을 앞두고 가을이면 팀 내에서 누가 빨리 안타를 치나 내기 아닌 내기가 시작된다고 귀띔했다. 포스트시즌 한 경기 결과는 팀의 한 시즌 결과를 좌우한다. 그래서 승부처에 안타를 치지 못하거나 시리즈 내내 눈에 띄게 안타가 없으면 집중 조명을 받는다. 해당 선수에게는 달갑지 않은 관심이다.      

지금 두산 주축 선수들은 2015년부터 올해까지 6년 연속 포스트시즌을 경험하고 있다. 지난해까지는 5년 연속 한국시리즈에 진출해 3차례 우승(2015년, 2016년, 2019년)을 차지했다.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릴 때는 모두가 박수를 받았지만, 2017년과 2018년 준우승에 그쳤을 때는 특정 선수의 부진이 부각됐다.

이런 경험이 쌓여 이제는 선수들끼리 '누가 빨리 안타를 치나' 장난을 치는 경지에 이르렀다. 김재호는 "한 시리즈를 할 때마다 안타를 못 치면 그 선수는 욕을 먹는다. 그래서 빨리 누가 안타를 치나 그것만 생각한다"고 했다. 안타를 쳐야 한다는 압박스러운 상황을 선수들이 장난으로 가볍게 분위기를 바꿔 부담도 덜고, 서로에게 힘을 실어주는 효과를 기대하게 한다. 

김재호는 1차전을 마친 가운데 "아직 안타를 못 친 3명이 있다. 빨리 칠 것이라고 믿는다. 오늘(5일) 칠 것"이라고 이야기했다. 1차전 선발 출전 가운데 안타를 못 친 3명은 우익수 박건우와 포수 박세혁, 3루수 허경민이었다.

이 3명은 2차전에서 모두 안타를 치며 빨리 무안타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부담감을 덜었다. 1-0으로 앞선 4회초 1사 2루에서 박세혁이 중전 중전 적시타를 치며 이번 포스트시즌 첫 안타를 신고했다. 다음 주자는 박건우였다. 3-0으로 달아난 4회초 1사 1, 2루 기회에서 좌익수 오른쪽으로 빠지는 적시타를 때려 빅이닝에 기여했다. 

마지막은 허경민이었다. 앞선 3타석에서는 볼넷 1개와 2차례 내야 땅볼을 기록하고 있었다. 허경민은 8-7로 쫓긴 7회초 1사 후 좌익수 왼쪽으로 빠지는 2루타를 때리며 마음의 짐을 완전히 덜었다. 9회초 무사 1루에서는 희생번트로 상대 투수 고우석과 내야진에 혼란을 안겼다. 고우석의 1루 송구 실책에 커버를 들어온 2루수 구본혁이 포구하지 못했고, 포수 이성우의 판단 실수와 내야진의 콜플레이 실수까지 더해져 1루주자 이유찬이 득점하는 상황으로 연결됐다. 9-7로 거리를 벌리며 LG의 추격 의지를 완전히 꺾은 장면이었다. 

두산은 1차전 4-0 완승과 2차전 9-7 신승으로 플레이오프행을 확정했다. 6일 하루 휴식을 취하고, 7일과 8일 잠실에서 훈련한 뒤 9일부터 고척스카이돔에서 kt 위즈와 플레이오프 1차전을 치른다. 두산 타선은 준플레이오프 2경기에서 타율 0.292(65타수 19안타), 2홈런, 12타점을 기록하며 예열을 마쳤다. 이들은 플레이오프에서도 안타 내기로 시너지 효과를 내며 6년 연속 한국시리즈 진출이라는 대업을 이룰 수 있을까. 

스포티비뉴스=잠실, 김민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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