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태형 두산 베어스 감독 ⓒ 잠실, 한희재 기자
[스포티비뉴스=잠실, 김민경 기자] "단기전은 투수가 좋으면 계속 가야 한다. 마무리고 뭐고 없다."

김태형 두산 베어스 감독은 입버릇처럼 단기전은 내일이 없다고 이야기한다. 2015년부터 지난해까지 한국시리즈 무대를 밟은 지난 5년 동안 한결같았다. 마운드는 보직이 사라진다. 구위가 좋은 선발투수를 가능한 길게 끌고 가면서 불펜은 그날 가장 공이 좋은 투수가 가장 큰 책임을 진다. 2015년 이현승(준PO→KS, 9경기 13이닝), 2016년 이현승(KS 3경기 3⅔이닝)과 이용찬(KS 3경기 5이닝)이 그랬다. 

야수들은 안정감이 1순위다. 부상이 없는 한 베스트 라인업에 손을 대지 않는다. 가을에는 하던 선수가 결국 해낸다는 게 김 감독의 생각이다. 

두산은 4일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2020 신한은행 SOL KBO 준플레이오프' LG 트윈스와 1차전에서 4-0으로 완승했다. 투타 조화가 완벽했다. 선발투수 크리스 플렉센이 6이닝 4피안타 11탈삼진 1사사구 무실점 완벽투를 펼쳤고, 호세 미구엘 페르난데스의 투런포와 오재원의 2타점 활약으로 승기를 잡았다. 

주목할 장면은 7회초였다. 플렉센이 내려간 뒤 공을 이어받은 투수는 최원준이었다. 최원준은 정규시즌 이용찬과 플렉센이 부상으로 빠져 있을 때 대체 선발투수로 기회를 받아 10승을 거둔 사이드암이다. 지난해부터 필승조로 도약할 정도로 실력은 검증된 선수인데, 불펜 등판은 의외였다. 정규시즌 데이터 대로면 최원준은 유력한 포스트시즌 3선발 후보였다. 

사정은 있었다. 최원준은 정규시즌 막바지 고관절이 좋지 않아 페이스가 떨어져 있었다. 사이드암 투수들이 흔히 겪는 골반 통증이었다. 검사상으로는 문제가 없었지만, 김 감독은 고심 끝에 이닝 부담을 덜어주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김 감독은 1차전을 앞두고 "최원준은 불펜에서 대기한다"고 예고하긴 했지만, 라울 알칸타라와 크리스 플렉센, 유희관을 제외하면 확실한 선발이 없어 최원준을 불펜으로 쓰기 쉽지 않아 보였다. 예상과 달리 김 감독은 과감하게 최원준 카드를 꺼내 들었고, 최원준은 1⅓이닝 3탈삼진 무실점으로 4타자를 깔끔하게 처리하면서 기대에 부응했다. 

▲ 두산 베어스 최원준 ⓒ 잠실, 한희재 기자
김 감독은 경기 뒤 "최원준은 선발로도 던졌지만, 시즌 막바지에 중간 투수로도 등판했다. 지금은 우선 경기를 잡는 것이 중요하다. 제구가 되는 투수라 불펜에서 대기하게 했다"고 배경을 밝히며 "내일(5일 2차전)도 불펜에서 대기한다"고 했다. 

과감한 결정은 셋업맨 이승진까지 좋은 영향을 줬다. 이승진은 최고 구속 150km 강속구를 앞세워 시즌 막바지에 필승조로 활약했으나 가을 경험이 없는 게 단점이었다. 이승진을 플렉센 바로 뒤에 붙이기에는 이닝이나 상황 모두 부담이었는데 최원준이 이 걱정을 완벽히 덜어줬다. 이승진은 2타자를 깔끔하게 범타로 돌려세우고 이영하에게 마운드를 넘겼다. 

김 감독은 "이승진은 이 정도면 잘 던졌다. 앞으로 남은 경기에서 쓸 수 있는 카드가 됐다. 감독으로서 경기 운영이 수월해졌다"고 칭찬했다. 

두산은 5일 2차전까지 잡고 3일 휴식일을 취한 뒤 9일 kt 위즈와 플레이오프 1차전을 치르는 게 최상의 시나리오다. 유희관이 3선발로 자기 몫을 해주면 김민규를 4선발 카드로 쓸 수 있고, 유희관과 김민규를 하루에 묶어서 내보내야 하는 상황이 되면 플렉센이 4일 휴식 턴으로 들어가는 방법도 있다. 2차전 선발투수 알칸타라의 어깨에 앞으로 투수 운용의 방향이 달려 있다. 

김 감독은 "알칸타라가 던지던 만큼 던져서 LG 타선을 막아주기를 바란다. 타선이 좋다 나쁘다 말하기는 어렵지만, 집중력은 있어 보였다. 총력전으로 이기도록 하겠다"고 힘줘 말했다. 
 
스포티비뉴스=잠실, 김민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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